독립여전사로 변신한 배우 전지현

독립여전사로 변신한 배우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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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계에서 여배우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여배우 기근이기도 하고, 실제로 남자 배우에 비해 티켓 파워에서 밀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바로 전지현의 활약이다. 모든 역할을 그녀만이 소화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며 매력을 쏟아내니 그녀를 당할 재간이 없다.

작품에 임하는 그녀의 온도
영화 ‘암살’은 이정재, 전지현, 하정우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미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아온 작품이다. 게다가 ‘타짜’, ‘도둑들’을 만든 최동훈 감독의 후속작인 만큼 흥행예약을 해둔 것과 다름이 없다. 영화의 시작은 최 감독이 우연히 보게 된 한 장의 사진이었다.

독립여전사로 변신한 배우 전지현

독립여전사로 변신한 배우 전지현


실제 일제강점기에 찍힌 여성 독립 대원의 사진으로, 최 감독은 유명한 독립투사들 뒤에서 묵묵히 조국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전한다. 가장 공을 들인 캐릭터는 당연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이라는 여성 독립투사였다. 영화 ‘도둑들’ 이후 최 감독과 전지현의 두 번째 만남이다.

“전작이 인연이 돼 감독님과 다음 작품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배우로서 감독님의 페르소나, 뮤즈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도둑들’ 이후에 다른 작품의 스케줄을 진행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감독님의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늘 감독님 작품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 감독 역시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부터 전지현에게 이번 영화의 주인공을 제안했다. 여배우의 영화가 사라지는 충무로에서 그녀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여자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기획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리고 그 주인공을 제가 맡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을 때 여배우로서 더한 영광은 없었어요. 작품 출연은 기정 사실로 정해놓고 시나리오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있었죠.”

전지현이 작품을 위해 심장과도 같은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다. 미디엄 헤어의 전지현이라니! 작품에 임하는 그녀의 온도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오래 기다린 작품이기도 하고 그래서 잘하고 싶었어요. 또 여자 주인공이 주를 이루는 작품은 제 생애 몇 번 못 만날 거란 생각에 액션이든 내면 연기든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비장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자신의 안위보다는 조국을 생각하는 강인한 신념의 주인공이라 스타일이나 메이크업에도 큰 공을 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메이크업을 하는 시간이 남자 배우들보다도 짧았어요. 그 탓에 촬영이 준비되길 기다려야 했어요(웃음).”

게다가 안옥윤이란 역은 뛰어난 사격 실력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의 대장을 맡은 인물이다. 전지현은 늘 총과 한 몸이 되어 연기해야 했다.

온전히 독립 여전사가 되다
전지현은 영화 내내 5kg짜리 장총을 들고 와이어를 매단 채 뛰어다녔다. 그러나 어떤 액션 앞에서도 주춤거림이 없었다. 무겁고 커서 다루기 힘들었던 총으로 나중에는 사격의 손맛까지 맛봤다니, 역할에 푹 빠져 있었던 것.

“지금까지 저는 총을 전문적으로 쏴본 적이 없어요. 극 중에서는 전문 저격수이다 보니 총을 다루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야 했죠. 더구나 옛날 총은 연발로 나가는 게 아니라 총알을 입에 물고 있다 쇠고리를 걸고 장전해서 쏴야 하니 그 과정이 어색하고 힘들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위해 오랜 기간 사격 훈련을 받았다. 그녀는 군대에서 총기를 다뤄본 경험자인, 남편에게도 조언을 얻었다고 한다.

“장전부터 총 겨누는 것까지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훈련을 많이 받았어요. 총을 집까지 가져가서 연기 연습을 했죠. 그런데 남편이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면서 아는 척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점점 익숙해지면서 우스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다양한 종류의 총을 다루다 보니 손맛을 알게 됐어요. 후반부에는 촬영장에 나가 ‘오늘은 몇 발 쏘지?’라며 몸을 풀곤 했죠.”

최 감독도 ‘그녀의 길을 찾았다’라는 소감을 내놓을 정도로 그녀는 멋지게 액션신을 소화해냈다. 그녀가 아니면 여성 독립투사 역을 누가 해낼 수 있었을까?

“감독님이 ‘액션!’ 하고 소리칠 때마다 심장이 쫄깃해졌어요. 감독님과 당시의 역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참 재미있었어요. 안옥윤이 집을 떠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과 같은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라는 대화를 나눴고, 그런 감정선을 따라서 촬영했어요.”

영화 전반에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춘 ‘암살단팀’의 조진웅, 최덕문과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그녀는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현장이었던지라, 지금까지의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촬영 현장에서는 주변 배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부담감을 쉽게 떨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할 수 있었죠. 특히 조진웅 선배와 최덕문 선배는 촬영장 밖에서도 저를 ‘대장님’이라고 불러줘서 정말 대장이 된 기분이었어요.”

전지현의 커리어는 국내 연예계에서 전대미문의 독특한 케이스다. 물론 과거에도 톱스타였고 지금도 톱스타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의 전지현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란 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과거에는 예쁘고 발랄했지만 소모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녀가 어느새 성숙하고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여배우가 돼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여배우라면 핸디캡이 될 수도 있는, 결혼 이후라서 더 놀랍다. 전지현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영화가 기대되고 보고 싶어지게 된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녀는 정말 ‘대장’이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겠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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