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자, 있는 그대로의 손호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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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에 ‘손호준’이라는 이름을 치면 2006년 데뷔 이후 그가 만들어낸 수많은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우리가 그를 ‘배우’라고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누구보다 폭넓게 활동했었다는 것이다.

손호준(31)은 연기로 데뷔했지만 ‘타키온’이라는 그룹에서 아이돌 가수로 활동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중에게 각인된 작품이 tvN의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였고, 이후에는 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여 그를 ‘개그맨’으로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물론 대중적인 이미지가 좋아졌고 인지도도 높아졌지만 배우로서 그의 가치를 가늠하는 일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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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그는 착한 동생이거나 때로는 바보 같은 친구와 닮았다. 가끔은 측은할 정도로 속마음을 솔직히 내보인다. 그럼에도 그를 진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된다. 마침 7월 개봉한 영화 ‘쓰리 썸머 나잇’에 출연한 그를 인터뷰를 핑계로 볼 수 있었다. 이 인터뷰는 ‘사람 손호준’에 대한 탐구서다.

“많은 분들이 제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답답해하세요.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정작 저도 참 답답해요. 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선배, 어르신 등 연배가 있는 분들과 호흡을 맞췄거든요. 그 앞에서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게 답답하죠. 그냥 저는 기본적인 매너를 지킨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제 또래 누구든 마찬가지일 거예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그의 착한 이미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기 성찰이 이어진다. “딱히 내가 착해 보이려고 그런 건 아니다. 그런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tvN ‘삼시세끼’를 보면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손호준의 이미지를 예능적으로 잘 풀어낸 단락을 볼 수 있다.

손호준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자기보다 손아래라도 쉽게 말을 놓지 않는다. 그러니 손윗사람에게는 더욱 예의가 바르다. 초조해서 다리를 ‘A자’ 모양으로 세워 앉고, 불안하게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그의 모습이 이제 낯설지 않다. ‘삼시세끼’ 어촌 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승원의 부엌 조수로 임용되면 항상 조리 기구나 접시를 들고 대기 중이었다. 그는 이런 예능 속 순박하고 착한 이미지를 대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제가 유난히 착하거나 예의가 발라서 그런 건 아니에요. 편집을 잘해주셔서 포장이 잘된 거죠. 좋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하지만 제 친구들도 다 그래요. 저는 운이 좋은 거죠, 뭐.”

그는 이번에 개봉한 ‘쓰리 썸머 나잇’에서도 주인공 중 막내로 등장한다. 제약회사 영업사원 왕해구를 연기한 그는 영업 현장에서 질린 ‘갑의 횡포’에 지쳐 함께 만나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 고시생 명석(김동욱), 콜센터 상담원 달수(임원희)와 함께 충동적으로 부산행을 결정한다. 여름은 치기의 계절이고 열정의 계절이다. 부산에서 일탈의 짜릿함을 갈구하는 세 사람은 끊임없이 문제에 휘말리게 되고, ‘화끈한 휴가’라는 소박한 당초 목표는 멀어져만 간다.

“김상진 감독님의 영화는 많이 봤어요. 워낙 코믹 영화에 강하셨잖아요.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을 재밌게 봤어요. 그래서 연출과 관련한 지시를 하실 때는 의심하지 않고 대본대로 따라가려고 노력했죠. 해구는 좀 허세가 있는 친구예요. 친구 중에 이런 분, 다들 있잖아요. 캐릭터가 확실해요. 세 명의 캐릭터가 다 개성 있어서 연기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어요.”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곤 했지만 그의 말은 절반 정도 겸손에 가깝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는 김상진 감독 특유의 이야기에는 반드시 주인공들의 고생이 수반된다. 그들은 한여름 해수욕장을 수시간 동안 달렸고, 얻어맞거나 구르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게다가 드럼통에 갇혀 물에 잠기는 고난도의 액션 연기도 소화해냈다. 달수 역의 임원희는 영화 촬영을 앞두고 액션스쿨에서 연습을 하다 발가락 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손호준은 그 와중에 수위가 높은 베드신도 연기했다.

“대본에는 없었는데 중간에 생겨난 장면이 많았어요. 사실 베드신도 현장에서 만든 거였죠. 감독님께서 시사회에서 ‘호준이가 베드신 소식을 듣고 3일간 밥을 안 먹었다’라고 하셨지만, 사실 다이어트 중이었어요. ‘응사’를 마친 후 정말 6~7개월 동안 술자리가 끊이지 않았거든요. 축하해주시는 자리니까 감사하게 다 받아 마셨는데, 그게 고스란히 옆구리나 배로 가더라고요. 상반신 노출인데, 적어도 배 나온 모습은 안 되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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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나비효과

손호준을 말하려면 ‘응사’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당시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연과 단역을 오가던 그를 과감하게 주연급으로 발탁한 것은 ‘응사’ 시리즈의 신원호 PD였다. 원래 드라마 속 해태 캐릭터가 그의 몫은 아니었다. 그로 인해 생겼다고 보는 편이 맞다

. 손호준이 부산 사투리를 쓰는 고교생으로 출연했던 영화 ‘바람’을 인상 깊게 본 신 PD가 그를 경상도 청년으로 캐스팅했지만, 사실 그는 전남 광주가 고향이다. 그래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해태가 탄생했다. 당시 대본을 쓴 이우정 작가의 소개로 나영석 PD와 만난 손호준은 tvN ‘꽃보다 청춘’의 라오스 편에 출연해 본격적인 예능 나들이에 나섰다. 그 인연이 ‘삼시세끼’ 어촌 편과 정선 편으로 이어졌다. 결국 손호준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정글의 법칙’과 ‘집밥 백선생’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셈이다.

“예능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데 나영석 PD님의 관찰 프로그램은 편안해요. 차라리 제게는 ‘치유’에 가깝죠. 일을 하다가 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일정이나 할 일을 정해주면 어쩔 줄 모를 수도 있는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먼발치에서 지켜봐주고, ‘삼시세끼’에서도 딴것 없이 밥만 세 끼 해 먹으면 됐어요. 공기 좋은 곳을 제가 또 좋아하고요. 토크쇼 같은 예능에서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말을 재미있게 하는 데 별로 소질이 없거든요. 웃겨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크죠. 토크쇼를 잘하려면 다른 사람 말을 잘 자르고 들어가야 한다는데, 그걸 잘 못해요.”

그의 성격상 처음 만난 사람들과 격의 없이 말을 놓기도 어렵고, 남의 말을 자르는 일도 못한다. 그래서 그를 멀찌감치 풍경처럼 앉혀놓고 그의 세밀한 표정을 찾아내는 나영석 PD의 작법이 그에게는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또래와 있을 때는 좀 더 성격이 드러나는 법이다. ‘응사’와 ‘꽃보다 청춘’을 함께했던 유연석과 바로,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는 친형제 이상 가는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인터뷰 전날에도 유연석과 술자리를 나눈 참이었다.

“연석이하고는 최근 MBC-TV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 함께 출연했어요. 마지막 회를 맞아서 주인공인 연석이가 절 초대해줬어요. 대본이 재미있더라고요. 만재도도 나오고 제가 ‘영석그룹’ 후계자라는 설정인데, 생각해보니 그게 나영석 PD님의 이름에서 따온 거였어요(웃음). 요즘 제가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정성껏 만든 김치찌개랑 꽁치 통조림으로 만든 꽁치조림을 해줬어요. 연석이가 맛을 보더니 ‘요리 잘하는 형, 어색해’라고 하더라고요.”

유연석, 바로, 유노윤호 등은 그에게 정말로 친구인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오래 두고 사귄 벗. 군 입대를 앞둔 유노윤호를 생각하고는 “떠나면 혼자 어떻게 지낼지 막막하다”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유연석과 바로는 하는 일이 비슷해 편하게 만나다 보니 더욱 친해지게 됐다고. 밤 11시든 자정이든 만나 편하게 차 한잔 마시는 친구들이다.

연기와 예능 사이
요즘 그는 요리에 관심이 많다.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하며 백종원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중.

“요리라고 하면 무조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요리는 거창하다는 편견을 버리게 됐고. 메뉴를 보면 모르는 요리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어요. 백종원 선생님은 먼저 ‘상상하라’라고 하세요. 저희가 재료를 준비하면 부족한 부분을 보태주시죠. 현실적으로 요리를 하고 평가를 받는 거니까 몸으로 느끼며 배울 수 있어요. ‘아, 나도 되는구나’ 생각하게 되죠.”

여자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음식을 묻자 “먼저 물어봐야죠, 뭘 좋아하는지”라면서 다분히 그다운 대답을 한다. 그러고 나서 백종원에게 전화를 하면 된단다. 순수한 그의 웃음에 저절로 무장해제가 되는 느낌이다. 연기와 예능 중 어느 쪽 모습이 자신과 더 가까울까?

“어떤 작품을 하든지 저는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연기는 직업이니까 제 배역에 대해서는 공부를 하는 게 맞죠. 예능에 나온 것도 저고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것도 저지만, 드라마는 좀 더 캐릭터에 녹아드는 면이 크고 예능 속 손호준은 좀 더 제 모습과 가까운 것 같아요. 캐릭터는 캐릭터대로, 저는 저대로 봐주셨으면 해요.”

조만간 김희애 주연의 SBS-TV 드라마 ‘미세스 캅’에 출연하는 그는 아픔을 간직한 형사로 분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응사’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연기를 배우는 단계이고 따라서 인정을 받는 일이 먼저라고 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배우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그에게서 성실히 성장하고 있는 한 배우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1년 전에 ‘쓰리 썸머 나잇’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 ‘캐스팅이 약하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대요. 그런데 지금은 또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분야에서든 성장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손호준도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 손호준도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스포츠경향 엔터팀)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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