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영화 ‘인간중독’의 김진평 대령같이 주로 과묵하고 진지한 캐릭터를 맡아왔던 송승헌(39)이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편이 돼 돌아왔다. 오로지 아내밖에 모르는 애처가이자 성실한 구청 공무원, 그야말로 만점 남편이다. 영화 ‘미쓰 와이프’에서 매 순간 아내를 향해 애정을 드러내는 ‘성환’을 연기한 그의 모습이 예상외로 친숙하다.

감출 수 없는 송승헌의 코믹 본능
영화는 한 여자가 하루아침에 180도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그린다. 잘나가는 싱글 변호사 연우(엄정화 분)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다. 생사의 위기에 놓인 그녀 앞에 수상한 남자가 나타나서는 한 달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야만 죽음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 조건은 누구도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려서는 안 된다는 것. 제안을 수락한 뒤 그녀에게 돌아온 건 애 둘 딸린 아줌마의 전쟁 같은 일상이다.
“많은 분들께서 이번에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한 줄 아시는데, 사실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어요. 썰렁하지만 항상 제 안에는 개그 본능이 있었죠.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시트콤 찍을 때와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도 어떤 인터뷰에서나 가장 즐거웠던 때를 ‘남자 셋 여자 셋’ 출연 당시로 꼽는데, 그때만큼 정말 즐겁게 촬영했어요.”
가진 건 없어도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만은 넘치는 성환. 만사 걱정 없고 매사 긍정적인 그이지만 갑자기 아침밥은 고사하고 근처에 오지도 말라며 선을 긋는 아내의 변화가 고민스럽다. 게다가 잘생긴 외모마저 싫다는 아내의 발언에 충격을 받는다. “당신 요즘 이상하다”라며 연우를 넌지시 떠봤다가 이내 ‘내가 더 잘할게’라고 말하는 그의 대사에서 애처가의 면모가 확실히 드러난다. 과연 송승헌은 애처가가 될 자신이 있을까.
“저는 결혼하면 아내에게 잡혀 사는 것이 편하다는 주의예요. 주변에서 동료나 선배들이 잡혀 사는 게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거든요. 그래서 이미 애처가가 될 준비를 마쳤어요(웃음).”
상대 배우 엄정화는 송승헌과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그가 극 중 성환처럼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송승헌은 ‘아빠’ 역할이 조금 어색했다고 한다.
“촬영 때 딸 역할을 맡았던 서신애양이 저에게 ‘아빠’라고 부르고는 얼굴이 빨개지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쑥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아빠 소리가 안 나온다고 하면서요. 저도 아빠 소리를 처음 들어봐서 낯설었는데 점차 적응이 됐어요.”
평소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그는 한 달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축구선수 호날두로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삶을 꿈꿨다. 엄정화는 ‘바람기 많은 송승헌’으로 막 살아보고 싶다고 했고, 강효진 감독은 송승헌으로 변한 뒤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은 송승헌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배우로 살아가는 중이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