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에 문을 열고 이른 아침에 마감하는 식당이 있다. 정해진 메뉴는 없다. 손님이 주문한 대로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영업 방침. 일본에서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된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SBS-TV 드라마 ‘심야식당’은 음식과 이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김승우(46)는 ‘따뜻한 밥 한 끼가 일상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한다’라는 신조 아래 요리사의 길을 걷게 된 주인장 마스터 역을 맡았다.

김승우가 만드는 따뜻한 밥 한 끼
일본판 ‘심야식당’이 워낙 인기리에 방영됐기에 황인뢰 감독은 어떤 배우에게 마스터 역할을 맡겨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년 전 드라마 ‘연애의 기초’에서 만났던 김승우를 떠올리게 됐다고. 하지만 김승우는 마스터 역이 한편으론 부담스러웠다고 말한다.
“마스터가 원작 독자들의 충성심이 대단한 캐릭터라서 부담이 컸죠. 그래도 진심으로 연기한다면 시청자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나름 자신감을 갖게 되는 시점에 마스터를 연기하셨던 코바야시(카오루) 선배님이 저를 응원해주셨어요. 덕분에 더욱 힘이 나서 아주 기분 좋게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심야식당’의 주인공은 사연이 깃든 요리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년, 인생의 동반자를 찾지 못해 슬픈 여인 등 저마다의 이유로 지친 손님들을 위해 마스터는 맛깔난 음식으로 그들을 위로한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담백한 음식처럼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가 되는 것이 목표.
“마스터가 요리하는 장면에서 ‘김승우가 저 정도야?’라고 보이는 건 제가 한 게 아니에요(웃음). 기본적인 칼질은 잘하는데, 현란한 솜씨를 발휘해야 하는 장면에선 어쩔 수 없이 대역을 썼죠. 저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 극 중에 나오기도 해요. 일명 ‘빠다밥’이죠. 어릴 땐 버터 구경하기도 힘들었잖아요. 뜨거운 밥에 마가린을 넣고 간장 둘러서 먹었죠. 지금도 가끔씩 입맛이 없을 때면 그렇게 먹곤 해요.”
한때 ‘1박2일’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던 김승우는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 보이즈’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야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10년째 이끌고 있는 아마추어 야구단에는 장동건, 정우성, 현빈 등 쟁쟁한 스타들이 ‘소속’돼 있다. 만약 심야식당으로 초대한다면 이들 중 누구를 선택할까?
“야구단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보니까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없고요(웃음). 김연아 선수를 초대하고 싶어요. ‘승승장구’ 토크쇼를 진행할 때도 못 만났거든요. 한 번 놀러 오면 좋겠습니다. 아내인 김남주씨가 촬영장에 올 것 같긴 해요. 아마도 ‘밥차’를 끌고 오지 않을까 싶네요.”
6회까지 방송된 ‘심야식당’의 시청률은 전주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태. 어떤 비장의 메뉴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다음주를 기다려본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안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