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만에 스크린 나들이 ‘임은경의 외출’
연예계를 떠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오래 쉬게 됐지만 그동안 발레와 일본어를 배우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물론 연기 연습도 빼놓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한 줄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영화 ‘치외법권’에서 실종된 동생을 찾는 여인 은정 역을 맡은 그녀는 임창정, 최다니엘과 강도 높은 액션 연기까지 소화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정말 재밌었어요. 두 배우와의 호흡만으로도 기대됐고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죠. 이전까진 귀신 같은 역할을 많이 맡았거든요(웃음). 이번엔 색다른 캐릭터라서 꼭 하고 싶었어요. 좋은 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동생을 찾기 위해 범죄 조직의 은신처에 과감히 잠입한 은정은 보스를 잡으러 온 두 형사를 만난다.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프로파일러 정진(임창정 분)과 여자만 밝히는 강력계 형사 유민(최다니엘 분)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며 서로를 질투한다. 셋의 목표는 조직의 보스를 검거하고 은정의 동생도 구해내는 것. 어느 날 은정은 자신이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B급 정서가 물씬 풍기는 영화는 ‘투캅스’처럼 유쾌한 형사물을 지향한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임은경은 영화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준다.
“동생을 찾으려고 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연기했죠. 그런데 카메라가 건물 옥상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으니까 다들 실제 상황인 줄 아시더라고요(웃음).”
전단지를 던지거나 버리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어떤 이는 그녀를 힐끗힐끗 보더니 일행에게 “어디서 본 사람 아니야?”라고 속삭이기도 했다. 다들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덕분에 현실감 있는 장면을 그려낼 수 있었다. 오랜 공백기를 거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갔지만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래도 모처럼의 나들이가 긴장되긴 했는지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2004년 영화 ‘시실리 2km’에서 호흡을 맞췄던 임창정은 촬영 내내 그녀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줬다. 워낙 유쾌하고 사람들을 편하게 대해줘서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촬영장 분위기가 절로 좋아졌다고. 그런데 지나치게 화기애애했던 탓일까. 지난 2월 임창정과 임은경의 열애설이 보도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창정’이라는 닉네임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임창정은 “일단 진짜인 척하고 실시간 검색어 3일만 가자”라며 재치 있는 해명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임창정 특유의 쾌활함은 어쩌면 치명적일 수도 있었던 여배우의 스캔들 후유증을 없애는 데 크게 일조했을 것이다.
진정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지난 시간 동안 그녀는 더욱 성숙해졌다. 소망이 있다면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배우 임은경’으로 살아가는 것. 연기 인생 2막은 이제 시작이다. 1막이 밋밋했다면 2막에는 분명 짜릿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안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