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 칼을 휘두르다

배우 김고은, 칼을 휘두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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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배우의 기근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한 사람, 김고은. 처음으로 도전한 사극, 게다가 이병헌, 전도연이라는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배우 김고은, 칼을 휘두르다

배우 김고은, 칼을 휘두르다

영화 ‘은교’에서 싱그러운 젊음과 관능이 공존하는 여고생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김고은(24). ‘차이나타운’에서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아이로 변신하더니 이번엔 복수를 꿈꾸는 검객이 됐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고려 말 민란이 끊이지 않던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세 검객의 이야기를 그린다. 2년 전 촬영을 마쳤지만 주연배우 이병헌의 ‘개인사’로 인해 개봉 시기가 조정돼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박흥식 감독은 원수를 갚기 위해 일생을 살아가는 홍이 역에 ‘이병헌과 전도연에게 필적할 만한, 나이는 어리지만 에너지가 있는 배우’를 원했다. 그런 존재감을 지닌 배우는 김고은이 유일했다.

유년 시절,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중국에서 살았던 10년 동안 ‘동방불패’, ‘와호장룡’ 같은 무협 영화를 즐겨 본 덕분일까. 이번 작품은 그녀에게 매우 친숙하게 다가왔다. 반 년 동안 액션 연습에 매진한 끝에 그녀는 온전히 ‘홍이’가 될 수 있었다. 홍이는 스무 살이 되면 부모를 죽인 원수를 처단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월소(전도연 분) 밑에서 검술을 익혀온 인물. 열여덟 살이 된 어느 날, 자신을 키워준 월소와 왕이 되고자 하는 유백(이병헌 분)이 칼을 겨눠야 할 대상임을 알고 큰 혼란에 빠지지만 이내 복수를 시작한다.

“총 80회 정도 촬영했는데 매번 와이어를 탔어요. 액션 연기를 할 때 숙달되게 연습하지 않으면 상대 배우를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죠. 처음에는 검을 그냥 내려치는 연습만 했는데, 그것마저도 잘 안 됐어요. 걸어서 무술 연습하러 가서 기어서 나올 정도로 연습했죠. 왜 그렇게 혹독하게 연습시켰는지 그 이유를 현장에서 비로소 느꼈어요.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큰 사고가 났을 거예요.”

더욱 어려웠던 건 액션에 감정을 담는 일. 동작을 취하면서도 눈빛, 표정, 호흡까지 신경 써야 했다. 워낙 강도가 높은 액션 탓에 촬영을 마치고 숙소에서 먹은 것을 모두 게워낸 적도 여러 번. 그래도 계속 욕심이 생겨 액션신의 대부분을 직접 연기했다.

“대역이 연기한 장면을 볼 때면 무척 아쉬운 거예요. 동작과 기술적인 부분은 정말 좋은데, 제가 표현하고 싶은 다른 방법이 가슴에 남았거든요. 촬영 후반으로 가면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고 싶어서 직접 연기했어요. 제가 고소공포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술감독님께서 와이어 한 번 탈 때마다 500원 내고 타라고 농담을 하시기도 했죠(웃음).”

단연 돋보이는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그녀지만 전 세계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병헌과 ‘칸의 여왕’ 전도연, 두 배우와 함께 연기해야 한다는 건 분명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촬영이 다가올수록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긴장했지만 현장에선 조금 달랐다고 한다.

“고생도 많았지만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선배님들이 편하게 대해주셨거든요. 전도연 선배님께는 혼자 액션 촬영을 하다가 너무 벅차서 무작정 전화를 한 적도 있어요. 심적으로 가깝게 느낀 것 같아요. 선배님께선 ‘당장 부족할 수도 있지만 영화 전체를 봤을 땐 지금이 맞는 연기일 수도 있다’라고 다독여주셨죠.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에너지는 정말 놀랍다. 중학교 때까지 무용을 했지만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감춰진 고통이 싫어 그만뒀다는 그녀. 이번 영화 역시 큰 고통을 안겨줬지만 오히려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절실함을 느끼게 해줬다. 이미 ‘성난 변호사’와 ‘계춘할망’ 두 편의 영화 촬영을 마친 그녀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치즈인더트랩’으로 안방 데뷔도 앞두고 있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으로 관객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김고은의 행보는 올가을에도 쉼 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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