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톱모델 야노 시호를 만든 키워드
아무리 방송이라지만 일본에서는 연예인이 스스럼없이 자신의 집이나 가족을 방송에서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신비주의 컨셉트로 활동하고 있는 톱모델 야노 시호가 한국 방송에 가족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해 일본 미디어 업계 사람들은 의아할 따름이다. “도대체 출연료가 얼마기에 야노 시호는 딸을 TV에 공개하는 건가?” 이는 일본 기자들에게 종종 듣는 질문이다. 그녀의 개인 블로그에조차 사랑이의 얼굴은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노 시호의 이런 파격적인 결정은 순전히 남편 추성훈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가능했다는 것이 해당 방송 프로그램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신이 20년 이상 이뤄놓은 커리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남편의 국내 방송 활동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 그녀로서는 내조를 위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야노 시호는 이제 일과 가정을 충실하고 완벽하게 이끄는 슈퍼우먼의 이미지로 제2의 모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일반 직종의 워킹 맘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를 완벽한 여성 그리고 아내, 엄마로 만든 키워드는 뭘까? 그녀가 직접 말하는 키워드 몇 가지를 살짝 공개한다.
1 피부 관리
기초가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덧발라도 의미가 없어요. 특별한 관리법보다 피부의 균형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스스로 정한 기본 규칙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스킨케어도 마찬가지예요. 기본적인 것을 매일 꾸준히.
아침에는 별다른 클렌징 제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저 물로 가볍게 씻어주지요. 피부에 약간의 유분을 남겨둡니다. 밤에는 크림 타입의 클렌징 제품을 사용해요. 전문가의 조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아름다운 피부를 위해서는 크림 타입 제품이 좋다고 하더군요. 특별한 세안제 없이 클렌징크림과 눈 전용 제품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잘 맞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실 시중에 나와 있는 화장품은 대체로 우수하다고 생각해요. 그 가운데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찾는 게 중요하죠. 사용감이 좋다거나, 피부에 익숙한 향과 질감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수분 공급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매끈매끈하고 깨끗한 피부를 지닌 분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매일 수분 팩을 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처럼 피부에 수분이 충분히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합니다. 저는 건성인 편이라 스킨과 수분 에센스를 여러 번 바르곤 해요. 그런 다음 눈가나 기미가 있는 부위를 중점적으로 관리하죠. 그리고 보습크림을 듬뿍 바릅니다. 유난히 건조함이 느껴지는 날이라거나,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는 추가로 팩을 해요. 시중에는 정말 다양한 기능의 팩이 많습니다. 바쁜 생활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분이나 이것저것 관리가 힘든 분은 일상적으로 팩을 자주 사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톱모델 야노 시호를 만든 키워드
모델로 일하기 위해서도,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입니다. 저는 그 기본의 하나가 식사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아름다움’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저의 식사 리듬은 매우 심플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맛있는 물을 한 컵 가득 마십니다. 신선한 채소와 제철 과일은 그대로 먹거나 그린 스무디를 만들어 마셔요. 그린 스무디는 해독이나 노화 방지, 피로 해소 등에 발군의 효과를 자랑하며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바 있습니다. 얼굴색이 환해지며 피부나 몸 상태도 좋아져요.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려고 해도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그린 스무디라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양을 섭취할 수 있고 만들기도 쉬워서 바쁜 아침에 최적이지요.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6:4 비율로 만드는 것이 맛의 비결입니다. 또 샐러드나 요거트도 함께 챙겨 먹습니다. 샐러드는 초록 잎 채소와 과일, 견과류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소스 그리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곁들인답니다.
아침에 적게 먹으면 점심은 얼마든지 먹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낮에는 몸을 많이 움직이니까요. 좋아하는 음식을 양껏 먹어서 에너지를 충전해요. 다이어트를 하고 싶을 때도 점심은 제대로 먹어요. 대신 저녁을 가볍게 먹습니다. 간혹 점심을 거른 채 저녁을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점심을 먹을 때는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확실하게 섭취합니다.
아이가 생기면서 밖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저녁은 대부분 집에서 요리해 먹고 있어요.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음식을 중심으로 즐겁게 만들어 먹습니다. 제철 재료로 만든 반찬을 중심으로 먹되, 탄수화물은 되도록 적게 섭취하려고 합니다. 점심에는 ‘양’을 신경 쓴다면 저녁에는 ‘질’을 신경 씁니다. 이때 양은 살짝 모자란 정도가 딱 좋아요. 제철 재료는 다음 계절에 올 질병을 대비해 면역력을 길러주기 때문에 자주 섭취하려고 합니다. 영양가가 높은 데 반해 가격이 저렴해서 정말 좋지요.
잠들기 3시간 전에는 모든 식사를 마치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식단으로 하루 세 끼를 먹고 있어요. 무리하게 규칙을 정한 게 아니라 몸이 원하는 것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제 나름의 방식에 따르게 됐습니다. 저녁에는 신체가 ‘쉬는 모드’로 돌입하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저녁에 과식을 하거나 늦은 시간에 야식을 먹으면 다음날 그대로 영향을 받아 컨디션이 엉망이 되곤 합니다. 자신의 몸의 성질을 알고 그것에 맞춰서 식사를 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어요. 간혹 단기간에 체중을 줄여야 할 일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역시 탄수화물과 지방질을 최대한 줄입니다. 남편은 탄수화물을 일절 먹지 않아요. 그래서 몸이 꽤 단단하게 바뀌었죠.

톱모델 야노 시호를 만든 키워드
식품첨가물이나 방부제, 합성착색료 등이 많이 사용된 음식은 그다지 먹지 않아요.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이나 컵라면 등도 가능한 한 구입하지 않고요. 유기농이나 채식 매장,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곳이나 전문점을 주로 찾곤 합니다.
가정에서도 전자레인지는 영양소를 파괴하기 쉬운 탓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아요. 냉동식품은 자연 해동하며 음식을 데울 때는 프라이팬에서 다시 굽는 방법을 택합니다.
콕 집어서 무농약이나 유기농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원산지라든가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꽤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떤 토지에서 자란 것인지 늘 주의 깊게 살피는 편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착한 것인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식재료를 골라요. 한국의 채소는 맛이 깊고 풍미가 진해요. 먹을 때마다 느끼지만 영양이 풍부하며 미용에 탁월한 효과를 지닌 음식이 한국에는 참 많아요. 그래서인지 먹으면 곧바로 기운이 샘솟곤 하죠.
3 운동법
고백할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20대 후반까지는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나 해야 할까요. 그저 깡마른 체형일 뿐이었어요. 지금보다 체중은 덜 나가던 시기였지만 탄탄함이라든가 근육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몸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운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30대를 눈앞에 둔 어느 날, 문득 찾아온 한 가지 생각 덕분이었습니다.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서 앞으로는 단지 깡마른 체형이 아니라 탄탄한 멋진 몸을 지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8세를 기점으로 주 1회 트레이닝을 시작해 임신 기간과 출산 후 얼마간을 제외하곤 지금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요가는 라이프스타일마저 바꿉니다.
도쿄에서는 약 10년 전, 요가가 한창 유행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이 유행에 따라 요가를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러던 중 정말 마음이 잘 맞는 선생님 두 분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비단 ‘요가’라는 키워드 외에도 사고방식이랄까, 생활양식이 두루 잘 맞았죠. 요가의 8가지 수행 방법을 가리키는 ‘팔지칙(八支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제’를 뜻하는 ‘야마’, ‘자아의 진화와 발생’을 뜻하는 ‘니야마’, ‘신체의 자세’를 뜻하는 ‘아사나’, ‘호흡 조절’을 뜻하는 ‘프라나야마’, ‘감각 조절’을 뜻하는 ‘프라티아하라’, ‘집중’을 뜻하는 ‘다라나’, ‘명상’을 뜻하는 ‘디야나’,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정신적 기쁨’을 뜻하는 ‘사마디’로 이뤄져 있지요. 각각을 몸으로 체험하며 마음으로 느껴가는 과정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끌어주시는 대로 따라 하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요가의 세계로 빠져들게 됐어요.
머지않아 몸 안에 ‘축’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 축을 의식하게 되니 몸 안의 흐름 또한 느껴지더군요. 이때부터였습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 호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죠. 호흡은 감정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긴장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되며 마음을 차분하고 고요하게 다스릴 수 있습니다. 이런 때는 배꼽 아래에 있는 단전을 의식하며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쉽니다(4~8초 정도). 그리고 천천히 몸속 깊은 곳에서 내뱉는 식(마찬가지로 4~8초 정도)의 호흡을 반복합니다. 온몸의 힘을 빼고 오직 호흡에만 집중하며 이 과정을 약 1분간 되풀이하면 신기하게도 머릿속이 맑게 정리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입은 꾹 닫은 채 코로만 호흡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몸 안에 산소가 순환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 상쾌함도 함께 찾아오지요. 꼭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천천히, 깊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요하게.
■정리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참고 서적 /「SHIHO」(야노 시호 저, 에이지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