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기에 더 아름다운 배우 김지영

최선을 다하기에 더 아름다운 배우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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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길이는 촌스러웠고, 현재 맡은 역할도 가방 끈 짧은 아줌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김지영은 아름다웠다. 외모가 반짝여서가 아니라 매 순간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기에 아름다운 여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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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진짜’ 배우
김지영(41)을 만나기로 한 바로 전날은 드라마 속에서 그녀가 분한 억척 아줌마 조경순이 남편과 이혼하고 당당히 홀로서기를 선언하며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으로 등장한 날이었다. 꽃무늬 일바지에 뽀글뽀글 파마머리, 진하다 못해 시커먼 눈썹, 늘어진 뱃살까지.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줌마’였던 조경순은 이날, 이 악물고 도전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스타일까지 바꿔 그야말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예뻐진’ 모습으로 전남편을 놀라게 했다. 못생기고 무식하다며 그녀를 구박하던 전남편 기철(이종원 분)이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 반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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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도 그랬다. 애청자 중 한 명으로 드라마 속 모습이 실제인 것처럼 몰입하며 시청하던 기자 역시 그녀의 ‘진짜’ 모습에 전남편 기철만큼이나 놀랐음을 고백한다. 또 하나 고백하자면, 기자는 얼마 전까지 드라마 속에 나온 조경순의 ‘살’들이 진짜 김지영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실리콘과 라텍스로 만든 특수 분장이었음을 이번 촬영과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알았으니, 얼마나 드라마에 몰입했었던가. 매일 저녁 퇴근길에 MBC-TV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를 챙겨 보는 기자는, 같은 주부의 마음으로 세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었더랬다. 바람을 피우고도 당당한 기철의 행동에 아내 경순보다 더 분개했고, 이혼 서류를 들고 가슴 치는 경순을 보며 함께 울었다. 평소 TV를 잘 보지 않으면서도 유독 이 드라마에 빠지게 된 건 아마도 경순, 바로 김지영의 완벽한 캐릭터 연출 때문이었던 듯하다. 김지영은 졸부가 됐지만 빈티 나는 외모와 짧은 가방 끈을 가진, 우악스럽고 무식한 조경순을 연기하기 위해 매일같이 3kg이 넘는 가짜 살들을 몸에 장착했다.

“처음 배역을 제안받을 당시 조경순은 단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였어요. 좀 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꽃무늬 옷과 파마머리, 진한 눈썹, 뒤뚱뒤뚱 걷는 걸음걸이 같은 설정을 덧붙였죠. 현실적인 몸을 표현하려고 실제 5kg을 찌웠고, 실리콘과 라텍스를 이용해 배와 옆구리 등에 붙일 살들을 만들었어요. 처진 가슴, 올록볼록한 옆구리 살 등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특수 속옷도 제작했는데, 매번 촬영 전에 특수 분장을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드라마 속에서 날씬하게 변했지만, 촬영이 한창이던 여름엔 이 특수 분장 때문에 땀띠에 진물이 마르지 않았다. 일일드라마 스케줄상 거의 매일 촬영이 이어져 특수 분장을 떼어내며 진물이 난 곳에 다시 실리콘 살을 붙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생각했던 특수 분장을 일일드라마에서 선보인 것, 무엇보다 여배우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건, 제작발표회 때 했던 담당 PD의 말처럼 김지영이니 가능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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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나오는 것까지 바란 적은 없어요. 망가지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근데 저보다 주변에서 더 걱정하세요. 이번 캐릭터는 엄마 친구들까지 ‘지영이 이제 어떡하냐’라고 걱정했을 정도예요.”

그녀의 말처럼 망가지는 게 처음은 아니다. 2010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결혼해주세요’에선 파마머리를 고무줄로 질끈 묶고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은 짠순이 아줌마로 분했고,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선 걸걸한 사투리를 쓰는 뽀글머리의 노장 국가대표 선수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신인 때부터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라는 김지영. 그녀는 “그래서 더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다
김지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전원일기’의 시골 처녀 복길이부터 올드미스, 순박한 조강지처,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악녀까지. 생각해보니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이렇게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아주 강한 이미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선 주인공의 선배 역으로 분해 단 한 장면만으로 그야말로 ‘빵 터지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선 딱 다섯 신밖에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그녀를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너로 입은 캐시미어 니트 톱 59만8천원·크림 컬러 롱 니트 카디건 39만8천원·그레이 니트 플레어 팬츠 29만8천원, 스테파넬. 골드 목걸이 2만7천원, 쥬얼카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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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은 사실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무척 하고 싶더라고요. 단 한 신뿐이어도 하고 싶은 역할이면 꼭 하는 편이에요.”

김지영은, 스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꽂히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것이 단역이든 주인공이든 꼭 도전하고야 만다. 그녀의 필모그래피에 유난히 특별 출연, 우정 출연 작품이 많은 것은 이 때문. 모지은 감독의 단편영화 ‘춤이 시작됩니다’는 우연히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에게 출연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으로 유명 배우 출연을 부담스러워하는 감독을 오히려 설득해 결국 함께 작업하게 됐다고. “무엇에 꽂히냐?”라는 질문에 김지영은 “나도 모른다”라고, 다만 “정확히 할 이야기가 있는 작품,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 좋을 뿐이다”라고 답한다. 그렇게 꽂힌 작품에서 그녀는 늘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 강렬한 이미지로 기억됐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녀에게 우려와 걱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복길이를 연기하고 나서는 주변에서 ‘복길이로 끝날 것이다’라고 했고, 그다음 청승맞은 역할을 했을 때는 ‘이제 청승맞은 역할만 들어올 거다’라고 했어요. ‘우생순’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한 작품 하고 나면 그와 비슷한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한동안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고 있어요.”

한 장면에 출연하더라도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기억되는, 그러면서도 특정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내는 건 배우로서 캐릭터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그녀만의 노하우이자 능력이 아닐까 싶다.

화이트 롱 셔츠 가격미정, 비틀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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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기에 아름다운
김지영은 알려진 것처럼 어린 시절 등에 혈관이 엉겨붙은 희귀병을 앓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만 여덟 번의 대수술을 견뎌야 했고 수술할 때마다 유서를 썼다는 그녀는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 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어릴 때 꿈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처럼 사는 거였어요. 집, 학교, 병원밖에 다니지 못했고 여행을 가봐야 아빠 등에 업혀 다녔으니 세상을 탐험하고 모험하는 것에 로망이 있었죠. 완치하고 나서 대학 때 그동안 못해본 문화생활을 미친 듯이 즐기기 시작했거든요. 공연과 전시 보러 다니려고 아르바이트도 안 해본 것 없이 경험했고요. 그러다 배우의 꿈을 키웠어요.”

1993년 뮤지컬 ‘캣츠’ 브로드웨이 팀의 첫 내한 공연 때 받았던 문화적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충격은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하고 싶은 연기에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너로 입은 베이지 톱 가격미정, 스테파넬. 블랙&화이트 원형 모티브 패턴 원피스 53만5천원, 라이. 드롭 귀고리 가격미정, 케이트앤켈리. 블랙 퍼 트리밍 시계 1백37만원, 펜디 by 갤러리어클락. 실버 펜던트 반지 가격미정, 소사이어티 오브 골든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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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과 살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기자는 워킹 맘 선배인 김지영에게 가정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는 ‘공감’ 같은 것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것저것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위해 얼마만큼의 자리를 내주는지, 여기에 감사하고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라는 교과서 같은 말뿐이었다. ‘기자 앞이니 이렇게 얘기하겠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기자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녀에게 고민 상담을 받고 있었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또 아이와 가족 얘기를 하며 어느새 그녀도 눈물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 기자에게 되풀이했던 대답처럼 감사하며, 보답하며 살고 있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일”이라고, “나만 희생하는 게 아니라 가족도 나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고, “힘든 시간도 언젠가는 기쁨과 행복으로 돌아온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진심으로 지혜롭고 행복해 보였다. 김지영은 “무엇이든 맞닥뜨린 일에 조금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연기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내 마음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어느덧 데뷔 21년 차를 맞은 김지영. 그녀는 ‘일상이 화보’여서가 아니라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에 아름다운, 천생 배우다.

블랙 레이스 드레스 1백50만원대, 씨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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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의 Beauty Secret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배우 김지영을 입력하면 ‘김지영 남편’, ‘김지영 시어머니’, ‘김지영 배’, ‘김지영 눈썹’ 같은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배우 가족이고,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에서 그녀의 분장이 워낙 화제가 되다 보니 당연한 결과.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김지영 피부’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외모에 티 하나 없이 반짝이는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 아무리 아줌마 분장을 하고 우악스럽게 연기해도 그녀의 피부는 같은 브라운관에 나오는 다른 여배우보다 유독 투명하고 빛난다. 특별한 비법보다는 평소 건강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노하우라고. 특수 분장으로도 가릴 수 없는 자체 발광 꿀피부를 가진 배우 김지영. 그녀의 건강한 피부 관리 원칙을 공개한다.

1 밥솥 수증기로 마사지 매일 아침밥이 완성되면 밥솥 뚜껑을 열고 얼굴에 그 김을 쐰다. 데지 않을 정도까지 밥솥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2~3분 정도 땀나기 직전까지 수증기를 쐬면 마사지 숍에 다녀온 것처럼 피부가 촉촉하고 윤기가 난다.

2 이틀에 한 번 수면 팩 밤을 새며 촬영하다 피부가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 작품 활동을 할 때는 바빠도 이틀에 한 번은 수면 팩을 바르고 자려고 노력한다. 자는 동안 피부가 건강해지니 별도로 마사지를 받을 여유가 없을 때 효과적. 클렌징과 세안도 매일 신경 써서 꼼꼼하게 하는 편인데, 세안 후 가지고 있는 화장품을 정성 들여 바르고 숙면만 해도 피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아이 재우고 나서 꼼꼼히 세안하고 화장대에 있는 화장품을 정성껏 바르고 나면 정말 다음날 피부가 달라진다.

3 집 안 곳곳에 뿌리는 에센스 비치 우리 집엔 안방, 거실, 주방, 욕실 할 것 없이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화장품이 있다. 아이 키우랴, 집안일 하랴 바쁜 주부들은 사실 세안 후 바로 화장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이런 경우가 많아 스프레이 타입의 에센스를 집 안 곳곳에 두고 사용하고 있다. 샤워하고 나오는데 아이가 찾을 때, 아침에 급하게 나가야 할 때 급한 용무를 보면서 피부 관리를 할 수 있어 유용하다.

4 몸매 관리에도 효과적인 수분 섭취 피부나 몸매 관리를 할 때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데, 정말 피부가 달라진다. 다이어트 할 때도 세 끼니를 다 챙겨 먹는데, 이때 물은 하루에 1.5L짜리 4병을 마신다.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해서 번거롭긴 하지만 피부와 몸매 관리에는 효과적.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피부 역시 건조해지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평소에도 수분 섭취에 신경 쓴다.

실제 김지영이 애용하는 아이템들. 왼쪽부터 황금희 에스테틱 하우스의 ‘T&U 골드 스타 슬리핑 마스크’, 리즈케이의 ‘퍼스트 C’와 ‘세럼 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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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꿈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처럼 사는 거였어요. 집, 학교, 병원밖에 다니지 못했고 여행을 가봐야 아빠 등에 업혀 다녔으니 세상을 탐험하고 모험하는 것에 로망이 있었죠. 완치하고 나서 대학 때 그동안 못해본 문화생활을 미친 듯이 즐기기 시작했거든요. 공연과 전시 보러 다니려고 아르바이트도 안 해본 것 없이 경험했고요. 그러다 배우의 꿈을 키웠어요.”

■진행 / 이은선 기자 ■사진 / 신우(프리랜서) ■제품 협찬 / 라이(02-516-4088), 레페토·소사이어티 오브 골든제이·스테파넬·씨호린(02-514-9006), 리플레인(02-542-0385), 비틀비틀(02-546-0203), 에스까다(02-3442-5760), 엠주(02-3446-7725), 젤라시·쥬얼카운티(02-3448-0385), 케이트앤켈리(02-508-6033), 펜디 by 갤러리어클락(02-540-4723) ■장소 협찬 / 밀레니엄 서울 힐튼(02-753-7788, www.seoul.hilton.co.kr) ■헤어&메이크업 / 하나, 박새롬(김청경 헤어페이스, 02-3446-2700) ■네일 아티스트 / 김나혜(김청경 헤어페이스) ■스타일리스트 /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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