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정종철의 달콤한 인생
요즘 방송에서 보기가 힘들어요. 이제 곧 나가야죠.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어요. 곧 인터넷에서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진, 운동, 영어 등 ‘정종철’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정말 많아요.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요? 가장 오래된 취미는 사진이에요. 사진 찍은 지는 16년 정도 됐죠. 기계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솔직히 사진을 찍고 싶다기보다는 기계를 만지는 게 재미있어서 카메라를 샀어요. 사진을 찍다 보니 이것만한 취미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연예인 사진 동호회도 운영한다고요. 이름은 ‘팝콘’이에요. 제가 회장이고 회원은 12명 정도예요. 개그맨 박준형·김기수, 배우 유태웅·최은주·위양호, 가수 이장우·춘자 등이 속해 있죠.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요. 출사는 두세 달에 한 번씩 가고요. 다들 먹고살기 힘들어서 올해는 많이 못 모인 것 같아요(웃음).
그럼 운동은요? 원래 운동을 무척 싫어했어요. 그런데 뭐랄까, 자식들이 있는 아빠인데 너무 못생긴 캐릭터잖아요. 저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거든요. 이 세상에서 싸움을 가장 잘할 것 같고 제일 힘 셀 것 같은 느낌이었죠. 나중에 내가 늙었을 때 우리 아이들도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을 기억하겠다 싶었어요. 좀 더 멋진 아빠로 남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정말 멋진데요. 세 아이를 둔 다둥이 아빠의 삶은 어떤가요? 큰아들이 아홉 살, 두 딸이 일곱 살, 여섯 살이에요. 아직 어리니까 많이 힘들죠. 육아에 최대한 관여를 하려고 노력 많이 하는데요.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져야 하기 때문에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긴 해요.
아이들과 함께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섭외가 많이 들어오긴 하는데 웬만하면 많이 안 하려고 해요. 저랑 똑같이 생겨가지고요(웃음). 나중에 방송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기도 하고요. 평범하게 자랐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방송 출연하는 건 자제하고 있어요.
일, 취미생활, 육아…. 정말 바쁘시겠어요. 그래서 새벽 3시에 자요. 졸려 죽겠어요(웃음).
한 방송에서 부인 황규림씨가 남편이 집에 안 들어와서 부부 싸움 할 일이 없다고 말했던데. 한 12시쯤 늦게 들어가요. 애들은 다 자고 있을 때라 다음날 학교 바래다주면서 보죠.
그 시간까지 무얼 하나요? 주로 사람들을 만나요. 잘 아는 사이끼리 만나면 수다 떠느라 2시간은 금방 가잖아요. 대부분 일에 관련된 거라 가족도 많이 이해해주고 있어요.
부인께서 많이 섭섭할 것 같은데요. ‘우리 집사람 같은 사람이 없구나’라는 생각뿐이죠. 애들 셋 보는 게 쉽지 않을 텐데도 저에게 스트레스를 준 적이 없어요. 항상 저를 응원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에요. 사실 지금은 전성기 때보다는 썩 좋지 않은 상황인데도 저에게 항상 활력을 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죠. 그래서 저는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아내에게 정말 고마워요.

개그맨 정종철의 달콤한 인생
2년 전부터 그는 새로운 영역인 ‘영어’에 도전했다. 그가 운동에 뛰어든 이유처럼 영어를 하게 된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작 자신은 전혀 못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 시작했지만 특별한 공부를 한 건 아니다. 원어민의 말을 듣고 따라 하기를 반복했을 뿐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됐고, 정종철의 연관 검색어에는 ‘영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영어 실력이 굉장해요.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궁금했던 건 ‘왜 사람들이 영어를 두려워할까?’였어요. 대학 나와서 토익 점수 높은 사람들도 막상 여행 가면 영어 한마디를 못하더라고요. 저만의 결론은 너무 시험 위주로, 읽기와 쓰기 위주로 공부했다는 거였어요. 그때부터 ‘나는 복사기다’라는 생각으로 미국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를 계속 들으면서 성대모사를 시작했어요. 개그맨 시험 준비할 때 여러 소리들을 녹음하고 그대로 반복해가면서 성대모사를 연습했던 것처럼요.
그렇게 하다 보니 영어가 입에 착 달라붙는 순간이 오던가요? 단계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에 하는 말이 ‘엄마, 아빠’거든요. 그리고 밥 달라고 ‘맘마’ 등의 단어만 나열해서 소통하려고 하죠. 저도 그렇게 점점 성장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말도 안 되게 얘기를 하다가 어순이 조금씩 잡혀갔어요.
강의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직접 영어를 가르치진 않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동기부여를 하는 강연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영어를 했던 노하우를 설명해드리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제 말이 정답은 아니에요. 답이 있으면 이미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정복했겠죠.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옷과 비슷한 것 같아요.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이 있듯 자신에게 맞는 교육이 있다고 생각해요.
「레이디경향」에도 노하우를 공개해주세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대로 복사해라’ 이거예요. 단어를 몰라서 영어를 못한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실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는 영어 단어까지 아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뱉지를 못하죠. 듣고 말하기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영화도 영문 자막으로 보면 이해를 하면서 자막을 없애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면 듣기가 안 돼서죠. 들을 수 있어야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할리우드 배우들의 성대모사도 가능할 것 같은데. 계속 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의 목소리를 듣고 따라 하니까 비슷해지더라고요(실제로 그는 ‘CSI’의 호라시오 반장 목소리를 기가 막히게 따라 했다). 한번은 외국인들과 어울리다가 그날 공부한 문장을 말했더니 사투리라고 놀림을 받은 적도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직접 영어를 알려주세요? 영어를 가르쳐주진 않아요. 가끔씩 영어로 말을 걸긴 하죠. 둘째 딸은 영어로 대답하는데 첫째 놈은 우리말로 얘기를 해요(웃음).
그동안 영어를 활용할 기회가 많았나요? 보통 외국인을 보면 겁부터 먹잖아요. 그런데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거든요. 영어로 말할 수 있으니 외국 친구들과도 더 친해지게 되더라고요. 작년에 행사가 있어서 뉴욕에 일주일 정도 머문 적이 있어요. 그때 세월호 사고가 났죠. TV를 틀었더니 CNN에서 세월호 뉴스가 나왔어요. 무슨 말인지 선명하게 들렸어요. 정말 안타까웠죠. 요즘은 영어로 된 유튜브 코미디 채널을 즐겨 보는데 이런 것들이 저에게는 엄청난 재산으로 다가와요. 영어를 못했으면 볼 생각도 안 했을 텐데 말이죠.

개그맨 정종철의 달콤한 인생
아무리 정종철에게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아도 ‘옥동자’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반토막 난 지 오래, ‘개그콘서트’의 전성기 시절을 함께한 그는 현 상황을 그저 안타깝게만 바라보진 않는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시청자의 선호가 바뀌었으니 그에 맞춰 개그도 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 역시 출구를 찾는 중이다.
본업은 개그맨이잖아요. 다시 ‘개그’로 화제가 될 날이 올까요? 이제 프로그램보다는 콘텐츠의 시대가 됐어요. 사람들은 프로그램 전체를 보기보다 재미있는 부분만 보길 원하죠. 저도 이런 경향에 발 맞춰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려 해요.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어서 시작할 것 같아요. 아마 7080세대가 즐길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공개 코미디의 전성기를 함께한 주역이에요. 지금 상황이 안타깝지 않나요? 자연스럽다고 봐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분들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맥을 잡지 못한 것뿐이에요. 그 부분에 대한 맥을 잡으면 다시 전성기가 오겠죠.
적합한 맥이란 게 뭘까요? 그건 저도 모르죠. 계속 시도는 하고 있어요. 대학로에 있는 ‘갈갈이 소극장’에서 후배들을 트레이닝하면서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서 봐주고 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먹고살기 바빠서 공연장을 떠나 있었거든요. 올해부턴 봐주려고 작정했죠. 다른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가 없다는 거예요.
캐릭터가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코미디 시장에서는 캐릭터가 없으면 망해요. 현재 제가 ‘개그콘서트’에서 유일하게 캐릭터로 보고 있는 건 ‘니글니글’ 정도예요. 하지만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기보단 머릿속으로 상상만 가죠. 개인만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갖춘 더 강력한 캐릭터의 부활이 필요해요. 그래야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찾게 되죠. 개그는 개그맨이 짜야 하는데 가끔 ‘저거, 작가가 썼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울 때도 있어요.
동료들과 이런 고민들을 자주 나누나요? 직업이다 보니 종종 얘기하죠. 주변에서 살을 많이 빼서 안 웃기다고 해서 살도 좀 찌웠어요(웃음).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가장 좋은 방법이 궁금해요. 화장실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볼일 보면서 개인기가 많이 나왔죠. 운전하면서도 많이 떠올라요. 혼자서 운전하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음악도 안 듣고 그냥 운전만 하는데 가끔 뭐 하나 걸릴 때가 있어요.
현재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코미디 영상 콘텐츠’이에요. 뭘 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해서 그걸 채워줄 사람을 찾고 있어요. 얼른 좋은 사람을 만나서 부지런 떠는 게 제일 급하다고 생각해요.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아직은 모르겠어요. 앞으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거든요.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거라도 잘해야죠.
옥동자의 소망! 부탁해요. 제가 생각하는 일들이 반 정도만 잘됐으면 좋겠어요. 기대하면 실망이 크니까요. 일단 영상 콘텐츠부터 잘해보고 싶어요. 재미있게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좋은 개그 만들어야지’. 요즘은 이 생각뿐이에요.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석영 ■헤어&메이크업 / W퓨리피(02-549-6282) ■스타일리스트 / 박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