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연예 기획사들이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외식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YG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홍대 인근에 ‘삼거리 푸줏간’을 오픈했다. 양현석 대표와 노희영 전 CJ그룹 고문이 손을 잡고 선보인 이곳은 프리미엄 돼지고기 구이집이 컨셉트다. 개업 초기 빅뱅, 에픽하이 등 스타들의 홍보로 이목을 끌었다. 소속 가수들의 이름이 적힌 포토월과 푸줏간을 현대화시킨 내부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말 오픈한 JYP 엔터테인먼트의 카페 겸 비스트로 ‘더 스트리트’.

최석원 셰프를 영입한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의 레스토랑 ‘1979’. 차돌박이 냉파스타가 인기 메뉴다.
바야흐로 푸드 콘텐츠의 시대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엔터테인먼트사가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과 음원 수입만으로는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연예 기획사의 특성상 사업 다각화는 또 하나의 승부수다. 한류 열풍과 더불어 국내 문화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연예 기획사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본업을 넘어 식음료, 게임, 의류 사업 등에 뛰어들고 있다.

돼지고기를 주력 메뉴로 하는 ‘삼거리 푸줏간’ 앞에서 포착된 빅뱅의 태양 (출처: 삼거리 푸줏간 페이스북).
무엇보다 팬들에게는 ‘혹시나 그곳에 가면 스타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묘한 기대감도 안겨준다. 기존 연예인들이 부업처럼 시작했던 개인적인 외식 사업과는 달리 대형 기획사들은 팬덤 마케팅을 통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회식 장소나 미팅룸으로 사용하며 동시에 큰 홍보 효과를 내는 것이 그러한 맥락이다.
한류를 기반으로 한 부대사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의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삼거리 푸줏간’은 현재 동남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SUM’이 자리하는 청담동 일대는 ‘K팝 로드’로 해외 한류 팬들에게는 꼭 들러야 하는 성지가 된 지 오래다. 물론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는 연예 기획사 외식 사업의 궁극적인 성공에는 ‘조건부’가 있다고 말한다.

비스트의 일러스트 아트 월이 인상적인 큐브 엔터테인먼트의 ‘큐브 카페’.
방송가 전반에 대세로 자리 잡은 ‘먹방’, ‘쿡방’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반응이 슬슬 제기되는 요즘.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외식산업 도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하는 시선이 뜨겁다.
■기획 / 장회정기자 ■글 / 문경림(프리랜서) ■사진 / 원준희 ■사진 제공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삼거리 푸줏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