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원, 사제복을 입다
“작년에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감독님의 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봤어요. 이 내용을 가지고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계시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재미있더라고요. 단편영화와는 조금 다른 점도 있었고요.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부터 시작된 소녀의 알 수 없는 증세는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교단에서 문제적 인물로 낙인찍힌 김 신부(김윤석 분)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예식을 준비한다. 최 부제는 다른 신부들로부터 그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의중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노련한 신부와 그 기에 눌리지 않으려는 젊은 사제의 미묘한 긴장은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종교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저는 믿음이 없는 사람이지만 가족은 대부분 종교를 가지고 있죠.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어머니께 부탁을 드려서 신부님과 5일 정도 지낼 기회를 얻었어요. 감사하게도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시간을 제게 내주셨죠. 굉장히 많이 배웠고 무게감 또한 느꼈어요. 신부 캐릭터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했고요.”
또 한 가지 그의 발목을 잡았던 건 라틴어였다. 처음엔 최 부제가 4가지 언어에 능통하다는 설정이 말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신부님과의 상담 중 신학생들이 무려 7가지 언어를 배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듣고 말하기를 수천 번 반복하며 라틴어 연습에 매달렸다.
“라틴어가 도대체 무엇인지, 실제로 쓰는 것인지 영화에서만 쓰는 것인지 궁금했어요. 신부님한테 여쭤보니 신학생 시절 라틴어를 공부했고, 실생활에서나 신부님들끼리 모이면 쓰신다네요. 라틴어로만 대화하는 건 아니지만 단어를 섞는 식으로요. 종교 생활을 하면서 보편적으로 쓰는 언어였어요.”
그의 연기뿐 아니라 영화 ‘전우치’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난 김윤석과의 호흡도 기대해볼 만하다.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둘은 과거 촬영 현장을 추억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술이 굉장히 센 강동원 때문에 김윤석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도망간 적도 있었다고.
“영화 ‘전우치’를 촬영하면서 전주에 한 달 정도 같이 있었어요. 내내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제가 그 전까지만 해도 다른 연기자분들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낯을 많이 가려서 친한 사람들하고만 주로 이야기하는 편이었는데, 윤석 선배님과는 쉽게 친해졌죠. 그 뒤로 같이 술도 즐길 수 있게 됐고요.”
사제복을 걸친 ‘검은 사제들’의 티저포스터 공개 이후 화제를 모은 강동원은 제작보고회 현장에는 8cm 힐에 지퍼 디테일이 독특한 생로랑의 가죽 스키니 진을 입고 무대에 올라 또 한번 남다른 스타일을 뽐냈다. 어떤 패션, 어떤 캐릭터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그가 다음 작품에서 걸칠 의상이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