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주원을 만나다
장우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여동생 은지와 단둘이 살아간다. 어느 날, 은지가 처참한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된다. 분노가 극에 달하던 장우 앞에 죽음을 예지하는 소녀 시은(이유영 분)이 나타난다. 그녀의 도움으로 수상한 남자를 목격한 장우는 증거도, 단서도 없이 범인이라 확신하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선량한 민약국(유해진 분)을 용의자로 몰고 가는 장우를 두고 마을 사람들의 비난은 점점 커져만 간다.
“영화를 먼저 찍고 드라마 ‘용팔이’에 출연했는데, 극 중에서도 여동생이 생겼어요. ‘그놈이다’를 시작으로 오빠 이미지가 생겼나 봐요(웃음). 장우는 이 세상에 가족이라고는 여동생밖에 없는 청년이에요. 한 인물을 범인으로 확신하는데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 캐릭터도,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저도 처절했죠.”
주원과 유해진은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됐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전혀 낯설지 않고 편안했다고.
“‘선배들하고 연기하면 이런 게 좋구나’라는 걸 해진 형을 통해 알았어요. 제가 모를 수 있는 부분들 그리고 현장에서도 서로 소통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걸 배웠죠. 평소에도 좋은 형이었지만 연기자 선배로서 더 좋아졌어요.”
지금껏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주원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장우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부산 사투리를 배우고 살까지 찌우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전까지의 모습이 샤프하고 영민한 ‘엄친아’ 같았다면 이번엔 후덕한 ‘동네 오빠’가 됐다.
“소년 같은 이미지를 벗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제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죠. 감독님에게도 내 이미지를 다 없애도 좋으니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머리도 안 만지고, 메이크업도 안 하고, 옷도 후줄근하게 입고, 체중도 8kg 늘렸어요. 사투리가 잘 안 되면 서울말로 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무조건 해내고 싶어서 매일 연습했어요. 정말 평범한 동네 청년처럼 보여야 장우의 처절함이 더 잘 표현될 것 같았거든요.”
동생을 잃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정말 끔찍했다. 그렇기에 장우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유치장에 갇혀 있던 신을 재촬영할 땐 울컥하는 감정이 제대로 터졌다고 한다. 그렇게 울어본 게 인생 처음일 정도로 도저히 절제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이 정도면 주원의 변신은 꽤나 성공적인 듯하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원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