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힘, 조승우

조용한 힘,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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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출연을 했던 영화 ‘암살’을 제외하면 조승우는 ‘내부자들’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연줄 없이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검사 역할이다. 그의 조용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감상할 시간이 됐다.

조용한 힘,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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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였다. 우민호 감독이 검사 우장훈 역으로 조승우(35)에게 세 번이나 출연 제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사’였다.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웹툰 ‘내부자들’에 등장하지 않지만 감독의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우장훈 역은 감독 자신의 성을 붙여줄 정도로 애정이 깊은 캐릭터임에도 말이다.

“출연을 계속 고사한 이유는 제가 감히 검사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서였어요. 얼굴이 동안이라 이런 역할이 맞을까, 의구심도 들었고요. 작품은 정말 좋았지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볐다가 오징어가 될까 봐 걱정했던 거죠.”

감독의 끊임없는 푸시(?)에 조승우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그는 감독의 밀어붙이는 패기와 열정을 그대로 역할에 대입해 연기했다고 할 정도. 본인의 우려와는 달리 경상도 사투리도 유려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는다.

“외가가 광주라서 잘 아는데, 사투리는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변형되더라고요. 보통 상경해 서울 생활을 10년, 20년 하다 보면 말투가 서울말도, 전라도말도 아닌 이상한 말투가 되는 거죠. 그런 점에 착안해 우장훈도 서울 생활에 적응된 경상도 사투리라는 설정으로 족보 없는 사투리 연기를 했어요(웃음).”

여배우가 없는 현장. 그는 백윤식, 이병헌에 이어 촬영장 막내로 ‘현장의 꽃’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했다. 애초에 출연을 왜 거절했는지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될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다.

“병헌이 형 같은 경우는 점잖은 스타일이니 누가 분위기를 살리겠어요. 짬밥이 안 되니 제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재롱을 많이 떨었어요. 억지로 한 건 아니에요. 제가 원래 애교가 많아요(웃음).”

즐거운 촬영 현장과 달리 영화 ‘내부자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나 부조리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무게감 있는 작품이다. 배경 없이 오직 자신의 패기만으로 성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역할인 만큼 그의 대사 하나하나에서는 에너지가 뿜어져나온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런 소재를 가진 작품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야 좋은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만큼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거든요. 영화를 본 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되는 거죠.”

그저 곧고 강직할 것 같기만 한 배우 조승우가 보여주는 부조리함은 어떤 것일까? 그의 조용한 카리스마가 스크린을 꽉 채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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