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성을 아는 두 여자, 서갑숙과 한지은의 솔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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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갑숙의 자전적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책 속 주인공 서갑숙과 그녀를 연기한 신인 여배우 한지은의 조우 현장은 뜨거웠다. 그 어떤 커플들보다 뜨거운 ‘케미’를 보여준 두 사람. 그리고 사랑과 성을 아는 두 여자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

사랑과 성을 아는 두 여자, 서갑숙과 한지은의 솔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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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게 죄인가요?
기자가 먼저 솔직해져보겠다. 서갑숙(54)의 책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를 읽은 것은 대학교 2학년 때다. 교양과목 시간에 몰래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고 조마조마하며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그녀가 말하려는 여성의 사랑과 성의 본질보다는 타인의, 정확히 말하면 여자 연예인의 성경험을 훔쳐본다는 관음적인 측면으로 흥미가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후 서갑숙이 주변의 시선에 괴로워하며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그녀의 한마디를 듣고 가슴이 뜨끔했던 기억도 있다. “나는 달을 가리키는데 왜 사람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뭐라 하는가….” 그 문제적 에세이가 영화로 다시 제작됐다. 「레이디경향」이 서갑숙과 그녀를 연기한 배우 한지은(30)을 한 앵글에 넣어봤다. 영화에서조차 볼 수 없는 특별한 한 컷이다.

책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이제야 영화화되는 거지?’라는 의문이 먼저 떠올랐어요.
서갑숙 책이 출간되고 화제가 일었을 때 이미 영화 제의는 많이 받았어요. 더없이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도 있었죠. 그렇지만 모두 제가 책을 통해 말하려던 방향성과 달리 자극적인 가십만을 보여주려고 해서 거절해왔죠. 그리고 2년 전에 영화사 대표님께 제의를 받고 기획 의도를 들었는데 괜찮겠더라고요. 게다가 장성수 감독님이 쓰신 시나리오를 보고 무릎을 탁 쳤어요. ‘이 감독 천재 아니야? 여자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 잘 알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영화화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특히 좋았나요?
서갑숙
여자에게 사랑이란 소유나 집착이 아니라 상대방의 따뜻한 위로와 배려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계시더군요. 마음의 상처마저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을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아주 흡족해요.

책 출간 이후 수많은 논란에 휩싸여 초췌한 얼굴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당시 많이 힘드셨죠?
서갑숙 몸이 많이 상했죠. 갑상선 이상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갑상선은 스트레스와 직결된 곳이더라고요. 저는 제 실패 경험담을 토대로 성을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면 억압된 여성의 성이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서 책을 쓴 거예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성이 공개적으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더군요.

당시 논란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요?
서갑숙 물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당당하게 혹은 흔쾌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한테 여린 마음이 있더라고요. 전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동시에 받게 되니까 정신적으로 견디질 못하겠더라고요. 지난 일이지만 당시에는 무척 힘들었어요.

어떻게 치유했나요?
서갑숙 전원생활을 하며 그저 쉬었죠. 어머니가 밭에서 가꾸신 채소를 먹고 가까운 산을 매일같이 올라갔어요. 갑상선 질환은 완치가 매우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다행히 치료가 됐어요.

이번에 다시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과거가 반복될 거라는 우려는 없었는지요?
서갑숙 당시 저는 어렸고 미숙했어요. 이제는 괜찮아요. 시간이 많이 흘렀고요. 다시 회자된다면 서갑숙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사랑을 원하는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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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신인 여배우
영화 속 서갑숙 역으로는 신인 배우 한지은이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됐다. 감독이 원하는 여배우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는 후문이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어야 했고, 카메라 테스트에서 성형한 티가 많이 나는 여배우는 애초에 배제했단다. 그런 고집스러운 오디션을 통과한 한지은은 별다른 연기 경력이 없고 소속사조차 없는, 포털 사이트에 그 흔한 프로필 하나 나오지 않는 생짜 신인이다. 파격적인 기용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젊은 날을 연기하는 한지은, 자신이 연기해야 할 대선배 서갑숙.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궁금한데요?
서갑숙
지은이는 처음 봤을 때 맑아 보였어요. 그리고 가만히 보면 여성스러운 세련미와 중성적인 보이시한 느낌이 함께 느껴져 좋았어요.
한지은 저는 그저 긴장됐어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거든요. 저런 포스는 아무나 갖는 게 아니구나 싶어요. 사실 오늘 선배님과 함께한 화보 촬영조차 무척 긴장했어요.

서갑숙씨가 서른 후반에 자신의 성 경험에 관한 책을 출간했는데요. 한지은씨가 보기에 어떠세요? 본인도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한지은
아니요. 그건 무척이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친구들과 사적인 자리에서는 이야기할 수 있어요. 요즘은 여성이라고 감추기만 하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또 100%를 모두 이야기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선배님은 만인에게 가감 없이 오픈한 거니, 정말 대단한 일이죠.

원작을 읽어봤나요?
한지은 1999년에 출간하셨던데 당시 저는 10대 청소년이어서 읽어보지 못했고, 이번에 캐스팅되면서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책을 찾아봤지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더라고요. 결국 장 감독님은 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는 건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며 읽지 말라고 하셨죠. 시나리오에만 충실했어요.

한지은씨는 특별한 연기 경력이 없는데 첫 데뷔에서 노출 연기를 하게 됐잖아요. 혹시 꺼려지지는 않았나요?
한지은
저는 그저 연기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어요. 그동안 5년 정도 케이블 방송 활동을 했고, 주로 광고 서브 모델을 해왔어요. 작품다운 작품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본격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래도 노출 촬영은 많이 긴장했을 것 같아요.
한지은 촬영하기 전엔 오히려 부담도 크고 긴장을 많이 했어요. 첫 노출 촬영이 샤워신이었는데 ‘편하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오픈하고 나니 그 이후에는 어떤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저 ‘어떻게 하면 예쁘게 보일까’를 고민했죠(웃음).

서갑숙씨가 영화에 애정을 갖고 있고 현장에도 찾아온 걸로 알고 있어요. 연기 조언을 해주셨나요?
한지은
그저 자신 있게 잘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첫 작품이라서 조언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셨지요.
서갑숙 현장에 직접 가서 보니 지은이가 상대 배우와 교감을 나누면서 역할에 몰입한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죠.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니라서 참 좋았어요.
한지은 과찬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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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영화로 다시 불을 붙이다
영화는 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잘 드러내며 가장 드라마틱한 한 부분을 추출해 제작됐다. 심장 수술 자국에 대한 콤플렉스로 몸은 물론 마음도 열지 못했던 한 여성이 M이라는 남성을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면서 사랑은 집착이 되고 집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한 방법으로 본인과 본인의 여자친구 그리고 M과의 스리섬을 선택한다.

영화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신이 있다면요?
한지은 극 중에 연인인 M과 제 친구의 베드신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요동치는 것이 진정되지 않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라고요. 감독님의 컷 소리와 함께 통곡하고 말았죠.

오히려 촬영 후에 울었다고요? 울면 안 되는 신이었나요?
한지은 감독님께서는 나오는 대로 표현해도 된다고 했지만 설정상 펑펑 우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저 소리 없이 눈물이 뚝 떨어지는 거면 몰라도요. 참고 있으려니 더 고통스러웠어요. 서갑숙 선배님은 당시 어떤 감정이셨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서갑숙 맞아요. 지은이가 정확히 짚었네요. 실제로 그런 감정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집착을 끊기 위해 친구와의 스리섬을 스스로 허락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스리섬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집착을 끊는다. 그 설정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분도 분명 계실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지은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집착한다는 건 알겠어요. 저도 그런 연애 경험이 있고요. 세 사람이 모두 동의한 상태라면 그걸 제3자가 도덕적인 부분을 판단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의 감정적인 문제니까요. 좀 극단적인 방법인 것 같긴 하지만 완전한 사랑을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면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는 할 수 있어요.
서갑숙 ‘스리섬? 해봤어?’ 그런 의미의 장면이 아니에요. ‘인간은 사랑이라는 소유욕을 벗어날 수 있을까?’, ‘진정한 사랑은 소유와 집착이 아닌 포용인데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장면이에요. 그런 실험적인 행위였는데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심적 고통을 느끼는 장면이죠.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혹은 극 중 스리섬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자극적인 영화를 기대하며 보는 관객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한지은 개인적으로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봐야 하는 영화 같아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다들 하나씩 아픔이 있을 것이고 또 그 안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잖아요. 영화 속 주인공들이 특별한 삶을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사는 보통 여성의 모습을 담았어요. 그걸 공감하거나 치유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며 영화를 따라간다면 야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아요.
서갑숙 아마 직접 보고 나면 그렇게 느끼실 분은 없지 않을까요? 자극적으로 만들어진 것보다 한 여성의 자연스러운 성 이야기예요. 많은 커플들이 오셔서 함께 보셨으면 해요. 그러면서 서로에게 ‘어떤 점이 힘들었니?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이 영화가 대화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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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일상에서 답을 찾다
이번 화보는 서갑숙의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로 성사될 수 있었다. 현재 그녀는 1년 넘게 제주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제주는 자유로운 그녀의 영혼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치유의 장소다. 정신과 육체는 더욱 건강해지고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제주도 생활에 대해 이야기 좀 해주세요. 좀 심심하지 않은가요?
서갑숙 작년 9월에 갔으니까 1년이 넘었네요. 제주도는 저에게 햇빛이에요. 잠도 잘 오고 건강도 날로 좋아지니 치유의 공간 그 자체죠. 도시의 바람은 살을 에는 듯, 뺨을 할퀴듯 나를 스치지만 제주의 바람은 온몸을 둥둥 흔들고 두들겨줘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도 들지만 신비로울 뿐 전혀 심심하지 않아요.

어떤 생활을 하며 보내고 계신가요?
서갑숙 제주도에 갈 때는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글도 쓰고 이것저것 할 요량이었는데 그저 지인들이 놀러 와서 며칠 쉬고 행복해져서 가는 뒷모습만으로도 활력이 되더라고요. 제주도에서는 제가 잘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할 일이더라고요. 제게 남아 있는 부정적인 기운을 몰아냈으니 본격적으로 뭔가 하긴 해야겠죠.

사는 곳이 해녀들이 많은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음기가 왕성한 지역으로 이끌린 건가요?
서갑숙 하하하. 그럴지도…. 해녀와 바다는 참 미묘해요. 바다는 여성성의 원형인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물질로 좋은 먹을거리를 구해 아이들을 키우고 품죠. 고된 해녀의 삶은 한(恨)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와서 보니 긍정의 힘, 포용의 힘이었어요. 저도 힘을 얻고요.

이젠 완벽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죠?
서갑숙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인 거 같더라고요. 제가 ‘저 사람이 나를 이렇게 보는 것 아닐까?’ 하면 그 역시 저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는 거죠. 제가 먼저 다가서서 선뜻 반갑고 호감의 표현을 하면 그들도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갖는 거죠. 이제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방 가까워지고 친해져요.

건강도 좋아지고 모든 굴레에서 벗어난 모습이라 보기 좋습니다.
서갑숙 실수도 있었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저를 성숙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따뜻한 마음이 커졌어요. 사람들에게 스스로 이해받지 못했던 경험으로 오히려 타인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저 사람은 저런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구나’라며 이해하게 되고 또 ‘당신은 지금 충분히 아름다워요’라고 선뜻 말해줄 수 있어요.

사랑과 성을 아는 두 여자, 서갑숙과 한지은의 솔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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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을 위한 시행착오는 더 큰 인간애에 대한 밑바탕이 돼줬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나를 알게 되는 것이 인생 공부다. 남녀 간의 사랑 역시 다를 바가 없다. 서로의 다른 점을 알아가고 감싸 안는 과정. 온몸으로 사랑의 소중함을 역설해왔던 서갑숙의 ‘달’을 이제 사람들은 알아챌 수 있을까.

■글 / 이유진 기자 ■사진&리터칭 / Blaak, 김도훈(쟈뎅드라망, 02-3445-2927) ■헤어&메이크업 / 이누리 ■스타일리스트 /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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