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주의 멜로
“3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특별한 노하우는 없어요. 수고를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 한편으로 오로지 제 연기력으로 칭찬을 받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도해강에게만 집중하면 훨씬 만족감이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근데 재미있어요. 조만간 독고용기가 돌아오면 또 한 번 달라진 용기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이번 작품은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 기억을 잃은 여자가 증오했던 전남편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당하고 상처받은 여자가 또다시 전남편과 얽히게 되는 독특한 스토리는 ‘불륜’과 ‘막장’이라는 우려를 피할 수 없는 듯했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사실 심오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실제 성격과도 다르고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무척 순수해 보이시더라고요. 전작 ‘반짝반짝 빛나는’을 함께했던 배유미 작가님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요. 결과적으로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이 정도로 심층적으로 분석하게 되는 감정의 멜로는 해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제 나이에 잘 맞는 작품 캐릭터를 만나 무척 좋아요.”
막장 드라마를 명품 드라마로 만드는 건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기억을 잃은 채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해내고 있는 김현주와 남자 주인공 최진언 역을 맡은 지진희 두 사람의 명연기는 드라마 초반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시청자들의 가슴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 역시 불륜과 로맨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연기를 즐기고 있다고.
“현재로선 과거의 얽힌 감정과 사건을 잊은 채 다시 진언을 만났을 때 되살아는 감정을 부정하고 있는 상태예요. 옆에서 한결같이 자신을 지켜준 남자 백석을 배신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인정될 수는 없겠지만 그 이끌림을 막을 수 있을지, 어디까지 선을 그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 혼란스러운 감정선을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지 저 역시 기대하고 있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