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내 그림을 말하다

이혜영, 내 그림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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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로 방송 활동과 사업을 활발히 이어온 이혜영은 한 살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한 후 온전히 가정생활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혹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려온 근황은 개인 SNS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는데, 그동안 작업한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기존에 자주 보였던 미술관과 스타가 합심한 마케팅의 일환일까, 아니면 새로운 길에 대한 진정성 있는 도전일까?

Haeyoung with Frida Kahlo’s Eyebrows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간 멕시코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의 아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칼로에게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마지막으로 칼로를 떠나보내야겠다는 마음에서 그녀에게 감사를 표현한 작품이다. 목걸이 안에 아버지와 도로시를 간직한 채 부부리, 쪼꼬(애완견)와 함께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화면 속의 나는 과거 작품을 통해 슬픔과 고통을 치유받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작과 미래를 이야기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Haeyoung with Frida Kahlo’s Eyebrows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간 멕시코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의 아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칼로에게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마지막으로 칼로를 떠나보내야겠다는 마음에서 그녀에게 감사를 표현한 작품이다. 목걸이 안에 아버지와 도로시를 간직한 채 부부리, 쪼꼬(애완견)와 함께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화면 속의 나는 과거 작품을 통해 슬픔과 고통을 치유받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작과 미래를 이야기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제게 아픈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혜영(44)은 그림을 통해 매우 솔직해져 있었다. 개인적 아픔을 숨기지도 않았고 억지로 꾸며내려 하지도 않았다. ‘연예인인 그녀가 이렇게 직관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을 해도 될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녀의 그림에는 그녀가 받았던 인생의 상처와 고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녀는 지난 10월 가나아트센터 언타이틀드에서 2주 동안 ‘HAE YOUNG LEE: 상처와 고통의 시간들이 나에게 준 선물’이란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사업과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열심히 작업한 그림들 중 31점을 엄선해 대중에게 공개한 것. 그림은 이혜영의 내면을 표현한 구상화들로 평소 밝고 명랑한 이미지의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강렬한 느낌이다. 그녀 나름대로의 진정성이 가득 담긴 그림이지만 이혜영은 구태여 제2의 인생으로 그림을 선택했다거나 나는 화가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나 화가라는 호칭에 어색하고 부끄러워했다. 그녀 역시 늘 그림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고 말한다.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용기를 냈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림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무식하지만 용감한 제 성격 덕분일 거예요.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대중이나 미술 애호가들에게 그림에 대한 미술적 역량에 대한 평가나 인정을 받고 싶어 기획한 전시는 더더욱 아니라고 한다. 그저 보는 사람이 마음 가는 대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제 작품을 어떤 식으로 봐주셨으면 한다는 작가로서의 당부의 메시지는 없어요. 다만 보시는 분들이 스스로 느껴지는 대로 마음 가는 결대로 작품을 보고 느끼셨으면 해요.”

대중 스타로 예술 분야에 접근하는 것은 조금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보는 이 중 일부는 분명 어떤 틀이나 선입견이 분명히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는 오랜만에 사람들에게 건네는 저의 안부이자 소통의 시작이에요. 그런 제 마음이 전해졌다면 충분히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연예계 마당발답게 이혜영의 전시회 오프닝 행사에는 많은 스타들이 참석해 축하해줬다. 최명길, 황신혜, 정려원, 로이 킴, 심은진, 정준호, 오현경 등을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 미술계 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실제로 그녀가 그림을 완성하면 탐을 내던 연예인 친구들이 많았다고. 그녀는 “그림은 그렇게 함부로 주는 게 아니다”라며 자신을 말렸던 남편 덕분에 이번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그녀의 감각적인 그림 솜씨는 동료 연예인들에게 먼저 인정받은 셈이다.

이혜영, 나의 그림을 말하다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는 것은 이미 취미의 선을 넘어 프로의 세계로 들어서는 첫 발자국이라 말할 수 있다. 이혜영이 자신의 그림에 대한 평가보다는 감상을 바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본격적인 장을 펼친 만큼 회화 작품으로서의 객관적인 평가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미술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흔한 미술 학원조차 다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기본기가 약한 만큼 인체 비율을 포함한 전체적인 그림의 구도나 섬세한 붓 터치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취약해 보인다. 그러나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은 틀에 갇히지 않은 대담한 표현력과 상상력이다. 그동안 패션으로 보여준 그녀의 감각이 그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첫 전시회인 만큼 발전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느껴진다. 그녀를 막 데뷔한 작가로 보자면 앞으로의 작품 활동이 더 기대되는 신진이라 할 수 있겠다. 이혜영이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했듯 그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한 작가 노트와 함께 그림을 잠시 감상하며 삶을 뒤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건 어떨까?

이혜영, 내 그림을 말하다

이혜영, 내 그림을 말하다

1 나의 도로시1 항상 나를 슬프게 쳐다보던 도로시. 아마 이별을 생각해서였을까? 흑백의 톤으로 도로시의 특징만을 명료하게 표현한 ‘도로시 시리즈’. 나의 오랜 반려견, 도로시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연이어 완성했다.
2 부부리와 우리 가족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남편과 세상의 빛이 되고자 불을 하나씩 지피는 딸 서현이. 하지만 실수로 그 불씨 중 하나가 모든 것을 태울 기세로 타오르자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나서서 수영장 물을 끌어들여 상황을 진압하고 있는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해봤다. 내 안에 소중하게 자리 잡은 ‘가족’이란 키워드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3 아버지 나의 첫 작품으로, 위 절제 수술을 강인하게 이겨낸 아버지를 위한 작품이다. 젊은 시절 멋쟁이로 소문난 아버지는 중절모와 보타이를 한 신사로 등장한다. 그의 앞에 앉은 도로시는 ‘걱정하지 마, 지켜줄게’라고 말하는 나 자신이다. 또 아버지 옆으로 굳건히 뿌리내린 칼라(Calla)꽃은 보다 강하고 화사한 제2의 인생의 의미로 그려 넣었다. 절제된 위를 부여잡은 아버지의 표정에는 현실을 견뎌내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를 부여했다.
4 상처와 고통의 시간들이 나에게 준 선물 이 그림은 프리다 칼로에게 영감을 받은 자화상을 완성하기 직전에 그린 작품으로 밝은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게 아픈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 같다. 상처와 고통은 때로는 선물이 될 수 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제공 / 프린트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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