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엿한 배우 김유정
정현과 그녀를 길러준 형사,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남자. 세 인물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극적으로 연쇄살인범을 검거한 형사 상원(성동일 분)은 홀로 남겨진 범인의 딸을 데려다 키운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뒤, 평온한 부녀 앞에 의문의 남자 철웅(손호준 분)이 정현의 선생님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재회로 10년 전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지금껏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역할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기존에는 제가 밝고 캔디 같은 이미지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 제 안에 있던 또 다른 모습과 감정을 끄집어내보고 싶었습니다.”
겉으로는 천진난만한 소녀이지만 가슴 깊이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정현은 어린 배우가 감당하기에는 무척이나 복잡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김유정은 놀라울 만큼 잘 표현해냈다. 오래전부터 현장 경험을 쌓아온 그녀는 이미 노련한 배우였다.
“제 실제 나이도 정현과 같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현재보다는 정현이의 미래를 많이 생각해봤어요. 어떤 모습으로 자랄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까…. 제가 만약 정현이었다면 멀리 떠나 여행하면서 살 것 같아요. 물론 아픔은 잊히지 않겠지만 그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가면서 성장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지난 10월 초 김유정은 부산에 다녀왔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이 영화가 공식 초청됐기 때문.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고 야외 무대인사와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정말 좋았고 행복했어요. 가서 무대 인사도 하고 GV도 하면서 관객분들과 만나보니, 저희가 의도한 만큼 영화를 이해하고 느끼신 것 같아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현장에서 ‘누구 집 애지?’ 싶을 정도로 성실하고 밝았다”라는 성동일의 증언은 김유정이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쯤 되니 이 말이 떠오른다. 제발 이대로만 커다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