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과 시련의 시간을 넘어선 그녀, 박보영

고민과 시련의 시간을 넘어선 그녀,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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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박보영이 달라졌다. 올여름 종영한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멜로 연기를 했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 편에 영화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민과 시련의 시간을 넘어, 한층 깊어진 소녀의 우물을 들여다봤다.

고민과 시련의 시간을 넘어선 그녀, 박보영

고민과 시련의 시간을 넘어선 그녀, 박보영

배우 박보영(26)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찌 이리 귀엽게 생겼나 싶다. 조막만 한 얼굴에 살짝 처진 커다란 눈망울, 적당히 솟아오른 콧대, 오밀조밀한 입술. 과연 연예계 대표 ‘강아지’상 미인으로 꼽힐 만하다. 실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애교도 있다. 박보영은 두말이 필요 없는 귀여움의 대명사다.

하지만 마냥 귀엽다고 해서 그녀의 ‘구력’을 얕보면 안 된다.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한 그녀는 연기 생활 10년 차 베테랑이다. 게다가 나이도 20대 중반을 넘어섰다. 또래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어려 보이는 이미지에 머무를 수 없었던 것일까? 최근 그녀가 선택한 작품들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데뷔 후 주로 귀여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를 하던 그녀는 지난해 이연우 감독의 영화 ‘피끓는 청춘’에서 처음 액션을 시도했고, 스릴러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과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최근 개봉작 ‘돌연변이’에서는 얌체 캐릭터를 맡았고,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는 신입 연예부 기자로 변신할 예정이다. 박보영은 귀여움을 넘어 더욱 다양하게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그 결과물 중 올여름 선보였던 ‘오 나의 귀신님’을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멜로의 수위를 높였다. 상대배우인 조정석과 난생 처음 진한 키스신을 찍었고, 팬들이 우려할 정도로 잦은 스킨십을 시도했다. 스킨십이나 멜로의 수위가 이 배우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귀여운 외모에 가려져 그 깊이를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이미 그녀의 성숙은 오랜 연기 생활을 통해 깊어져 있었다.

“사실 이것저것 시도는 많이 했는데 드라마는 편성이 어렵고 영화는 준비가 안 돼서 ‘올해는 작품과는 인연이 안 닿나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을 만나서 다행이었죠. 제게 시청률은 덤이었어요. 이런 현장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즐거웠거든요. 좋은 분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 행운이었어요.”
극중 소심한 성격의 주방 보조 나봉선을 연기했던 그녀. 평소에는 미적거리는 성격으로 강선우 셰프(조정석 분)에게 혼이 나지만 억울하게 이승을 떠난 신순애(김슬기 분)의 혼백이 깃들면 180도 다른 음탕한(?) 성격으로 변모한다. 김슬기와 캐릭터를 나눠 가지며 극단의 캐릭터를 오가는 것은 그녀에게 도전이 될 만한 일이었다.  

“거의 1인 2역이었어요. 보통 때는 순애 캐릭터가 안 나오다가 귀신이 들어오면 만들어지는 건데,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을 창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슬기가 색이 뚜렷한 배우라 도움이 많이 됐어요. 슬기에게 고마웠던 것이 극 중 제 버릇들을 기억하고 있다가 제가 따라 하기 쉽도록 자기 식으로 재현해주더라고요. 서로 배려하면서 평소 성격을 녹이다 보니 갈수록 두 사람이 비슷해졌죠.”  

세간의 화제가 된 스킨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박보영은 드라마에서 ‘3단 키스’를 비롯한 많은 키스 장면을 소화했다. 사실 키스신을 촬영하기에 충분한 나이지만 어려 보이는 이미지로 인해 과감한 애정표현 장면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주로 어린 층에 분포해 있는 팬들에게 설명하기에도 곤혹스럽지 않았을까. 그녀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라며 무릎을 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언젠가 그런 장면을 연기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혼자 자문을 했죠. ‘보영아, 네가 스물여섯 살인데 아직도 안 하고 피하고만 있을 거냐?’라고요. 그러한 이유로 포기하기엔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팬들의 응원도 받았죠. 예전 같았으면 ‘키스신 어떡하나요?’, ‘누나의 키스신 절대 반대입니다’ 하고 나섰을 팬들이 이제는 ‘찬성입니다. 누나의 직업이 배우인 만큼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하는데 우리 욕심으로 누나를 가둘 순 없지요’라는 식으로 바뀌더라고요(웃음). 너무 귀엽죠? 속으로 ‘그래, 너희들이 이렇게 나를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니 힘을 낼게’라고 생각하면서 의욕적으로 매달렸어요.”  

고민과 시련의 시간을 넘어선 그녀, 박보영

고민과 시련의 시간을 넘어선 그녀, 박보영

기쁨과 함께 찾아온 시련의 시간
박보영의 달라진 모습은 앞으로 스크린이나 TV를 통해 더욱 자주 공개될 예정이다. 권오광 감독의 ‘돌연변이’에서는 심지어 주연 자리도 거절했다. 영화에서 박보영은 생체실험 이후 갑자기 생선으로 변한 주인공 박구(이광수 분)를 적당히 팔아 인터넷에서 화제의 인물이 되려는 전 여자친구 주진 역을 맡았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정기훈 감독의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는 신입 연예부 기자로 사사건건 데스크와 충돌을 벌이는 도라희를 연기한다. 지금까지의 박보영이라면 생각할 수 없었던 연기의 연속이다. 그녀는 이 도전의 원동력을 ‘겸손’과 ‘감사’라는 단어로 정리하고 있었다.  

“2008년 ‘과속스캔들’로 830만 관객이 들었어요. 그때는 관객 수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함께 출연한 차태현 오빠가 ‘이 숫자는 말도 안 되는 거고, 앞으로 두 번 다시 못 갈 수도 있는 숫자’라고 하시더라고요. 겸손하고, 감사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막상 환경이 달라지니 저도 모르게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아, 아무 생각이 없으면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의 흥행 성공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큰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시련도 찾아왔다. 인기가 급상승하자 당시 소속사와 마찰이 생긴 것이다. 이후 소속사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와 관련해 소송에 휘말렸고 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엮이며 판이 커졌다. 소송과 관련한 논란 이후 2~3년을 개점휴업 상태로 지내야 했다. 불운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2013년 활동을 재개하며 출연했던 SBS-TV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는 촬영 이후 당시 소속사 대표가 ‘조작 논란’에 불을 지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시련에 지난해에는 급기야 연기에 대한 슬럼프까지 찾아왔다.  

“소송을 겪으며 나름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도 거의 포기할 생각을 했고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욕심도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오히려 힘들고 아픈 과정을 비교적 빨리 겪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당시에 운이 좋아서 지금에 와서 넘어지게 됐다면 더욱 힘들었을 거예요. 적절한 시기에 넘어져서 일어날 수도 있었고, 어떻게 해야 탄탄하게 가는 건지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안전한 길도 있겠지만 이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도전의 시간을 기다리다
힘든 시간, 그녀를 일으켜준 것은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었다. ‘돌연변이’는 저예산 영화인데다 분량도 조연에 가까웠지만 연기의 재미를 다시 깨닫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으며 현재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더욱 잘 알게 됐다고.

“얼마 전에 대학교 졸업을 했어요. 학교 수업이 빡빡해서 외부 활동을 잘 못했는데 4학년 때 연기 활동이 인정돼서 다행히 졸업하게 됐어요. ‘과속스캔들’이 1학년 여름방학 때 찍었던 작품이에요. 그나마 대학 생활을 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미팅을 못 해본 것은 많이 아쉬워요. 그래도 대학생으로서 하고 싶은 것은 웬만큼 했던 시간이었어요.”  

현장의 동료들과 학교의 친구들 못지않게 가족들도 큰 힘이 됐다. 어린 시절 충북 증평에서 군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그녀는 현재 서울에서 언니,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어릴 적부터 유명세를 탔던 그녀 때문에 언니와 동생도 유명세를 함께 겪었다. 동생은 학교에서 박보영 이야기가 나오면 “한 번도 못 만나봤다”라며 가족이 아닌 척 태연하게 받아치기도 한단다.  

“작품을 어느 정도 하고 나니까 가족 여행을 계획하게 됐어요. 올해 전역을 하신 아버지께 넓은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그런데 아직 해외를 못 나가신대요. 국방부 승인이 나야 하는데, 승인만 나면 아버지와 함께 먼 곳으로 가족끼리 떠나보고 싶어요.”  

박보영의 앳된 미소 속에는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겪어온 시련의 시간이 숨어 있었다. 이제는 그 시간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자연스럽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무르익어 있다. 배우 여진구를 이야기하며 얼굴이 빨개지는 소녀인 동시에 가족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속 깊은 모습을 내보였다. 요즘은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팬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푹 빠져 있단다. 팬들 사이에서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의 최대 수혜자’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고민하고 소통하며 박보영은 20대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아요. 중간에 쉬었던 시간을 부정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다시 연기를 시작한 만큼 그때의 시간들이 아까워서라도 무엇이든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앞으로 많이 도전해보려고 해요. 시간이 더 흘러 후회하기 전에.”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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