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별이 있고, 내게는 네가 있어.” 대학로를 지나는 버스 안, 노래 한 소절이 들려온다. 광고이긴 하지만 나긋한 목소리에 부드러운 선율이 귓가에 계속 맴돈다. 오는 11월 7일 막이 오르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RE:BOOT]’의 연습실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직접 만났다.
1 다른 배우들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는 손동운과 다나. 2 주인공 삼인방. 3 왼쪽부터 정동화, 손동운, 강기둥. 페르수 역의 선우.
지난 10월 초, 성북구의 한 연습실. 배우들은 바닥에 테이프로 구역 표시를 해놓고 이를 간이 무대 삼아 공연 연습에 한창이었다. 한 달을 연습했고 앞으로 공연까지 한 달이 더 남은 상황. 모두 완성도 높은 ‘위대한 캣츠비 [RE:BOOT]’ 무대를 위해 땀 흘리고 있었다. 이는 2004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된 강도하 작가의 웹툰 ‘위대한 캣츠비’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친구 하운드의 자취방에 얹혀사는 취업 준비생 캣츠비는 6년간 사귄 여자친구 페르수로부터 난데없이 청첩장을 받는다. 연인과의 예상치 못한 이별에 괴로워하던 그는 마법처럼 엉뚱하지만 맑고 순수한 선을 만난다. 선과의 사랑에 행복해하던 캣츠비 앞에 갑자기 페르수가 나타나 엄청난 사실을 알리면서 20대 청춘들의 순정이 드러난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RE:BOOT]’ 연습 현장을 엿보다
연습실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배우 정동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는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비스트의 멤버 손동운, 강기둥과 함께 캣츠비를 연기한다. 요즘 좀처럼 방송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멤버 다나도 보였다. 그녀는 순수함의 상징인 선 역할을 맡았다. KBS-2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하모니 편’에 출연해 노래 실력을 뽐냈던 선우는 매혹적인 페르수로 변해 있었다. 수많은 작품에서 감초 연기를 선보인 이병준은 페르수의 남편 부르독 역으로 출연한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RE:BOOT]’ 연습 현장을 엿보다
분장도, 의상도, 소품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고 배경음악이라곤 피아노 반주뿐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은 좁은 연습실을 마치 드넓은 무대처럼 휘저으며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잠시 연습을 멈추고 있던 배우들도 의자에 앉은 채로 뮤지컬 넘버를 흥얼거렸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나머지 그들끼리 웃음이 터지기도 여러 번. 그러나 조촐하게 마련된 무대 위의 시연자만큼은 그 분위기에 동요되지 않고 연기를 이어나갔다. 연출자 변정주도 손으로 무릎을 쳐가며 박자를 맞추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트리플 캐스팅된 3명의 캣츠비들을 한자리에서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베테랑 뮤지컬 배우답게 정동화는 노련했고, 강기둥은 딱 순수한 청년 같았으며, 손동운은 이 둘을 조금씩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RE:BOOT]’ 연습 현장을 엿보다
실제 공연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함께한다고 하니 무대 위에서 얼마나 더 큰 에너지가 나올까, 잠시 상상해보기도 했다. 대사가 거의 없고 노래로만 이뤄지는 송스루(Song Through) 뮤지컬이기 때문에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재개발과 취업난을 이야기하고 연인끼리 모텔 방에서 자장면을 먹는 장면은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캣츠비, 하운두, 페르수, 선 4명의 주인공이 보여줄 사랑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며,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뜨거웠던 시간을 되살려줄 것이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RE:BOOT]
장소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기간 2015년 11월 7일~2016년 1월 31일
관람료 VIP석 7만7,000원, R석 6만6,000원, S석 5만5,000원
문의 문화아이콘(1666-5795)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원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