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헌, 연기로 말하다
“‘안상구’는 극 중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이에요. 권력을 향해 야망을 키워나가지만 개처럼 내버려져 처참한 순간을 맞이하죠.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상황과 그때그때의 감정 상태, 비주얼적인 변화까지 표현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배우로서 즐기면서 했어요.”
영화는 믿었던 이의 배신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안상구가 권력을 겨냥한 복수극을 펼쳐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는 안상구는 그가 여태껏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거칠고 야성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때때로 허술한 모습과 덜떨어진 유머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하며 허를 찌른다. 기름 바른 단발머리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밑바닥 인생을 연기하는 이병헌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처음 시나리오 속의 안상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요. 유머러스한 느낌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다른 캐릭터들처럼 굉장히 힘 있고 ‘조폭스러운’ 캐릭터였죠. 스토리가 긴박하게 흘러가다 보니 관객들이 조금 쉬어갈수 있는 상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말씀드려 현장에서 상당히 많은 애드리브를 했어요. 아마 이제까지 찍은 영화 중 가장 애드리브가 많은 작품일 거예요.”
이번 영화는 스크린에서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가지는 존재감을 입증한 작품이다. 사생활 문제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역시 이병헌’이라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인간 이병헌으로서, 또 배우 이병헌으로서 열심히 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최근 아빠가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책임감이 생긴다”라며 말을 아꼈다.
“사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어요. 긴장도 많이 했고요. 저 역시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반응을 해주시고 웃어주셔서 안도했어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