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s 이정재
2013년 영화 ‘관상’의 관객 수 900만 명 돌파를 기념하는 ‘악수회’ 현장. 한 팬은 이정재(42)에게 이런 농담을 건넸다. 그는 곧바로 ‘푸하하’ 웃음으로 맞받아쳤다. 2년 뒤인 2015년 10월, 영화 ‘인천상륙작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그 한마디가 통할 것 같았다. 주름이 좀 있으면 어떠랴. 이정재는 여전히 ‘잘생겼다’.
‘암살’에선 독립군 동료들을 배신한 밀정이었지만 ‘인천상륙작전’에서는 우직한 장 대위가 됐다.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군번 없는 특수부대원들의 치열한 전투를 그린다. 수많은 비밀 작전을 수행하며 희생했지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이들을 재조명하는 것이 취지다.
“영화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지만 인물이나 사건, 사건을 수행해나가는 과정들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게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제목만 봤을 땐 전쟁 영화로만 그려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심리전에 가까운 첩보 영화로 읽히더라고요. 처음 상상했던 내용이랑 조금 달라서 더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이범수, 정준호, 진세연 같은 쟁쟁한 배우들도 이정재와 함께 출연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 영화 ‘테이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현장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리암 니슨은 아주 훌륭한 배우죠. ‘쉰들러리스트’을 비롯해 요즘은 나이가 있는데도 무리 없이 액션 영화를 소화하잖아요. 다양한 연령층의 국내 팬들을 확보하신 분과 작업하게 돼서 기분이 좋아요. 어떤 분들은 제가 이 기회에 할리우드 진출하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그건 아니고 리암 니슨이 ‘K-Movie’에 진출하는 거죠(웃음).”
북한군 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은 이범수와는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두 사람은 영화 ‘태양은 없다’(1999)와 ‘오! 브라더스’(2003)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영화 ‘태양은 없다’ 때는 함께하는 신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가까워지질 못했어요. 이후 ‘오! 브라더스’에 형제로 출연하면서 친해졌죠. 영화 끝나고서 같이 작품 하나 더 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워 했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함께하게 됐네요. 범수 형이 또 어떤 무시무시한 연기를 해낼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제작발표회는 여러모로 조금 이례적이었다. 보통 영화 제작 막바지에 행사가 열리는데, 이번엔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배우들이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마치 대작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했다. 당당히 영화의 출발을 알렸으니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제 팬들의 몫은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영화 개봉을 기약하는 일. 부디 장 대위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기를!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