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첫사랑’ 배수지의 변주

‘국민 첫사랑’ 배수지의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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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수지가 아닌 영화배우 배수지로 돌아왔다. 이제 겨우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을 뿐이지만 그 존재감은 여느 톱 여배우 못지않다.

‘국민 첫사랑’ 배수지의 변주

‘국민 첫사랑’ 배수지의 변주

긴생머리에 하얀 피부, 배수지(21)는 한때 ‘국민 첫사랑’이었다. 전형적인 청순한 여대생 이미지를 가진 그녀가 이제는 까무잡잡한 시골 처녀가 돼 돌아왔다.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 진채선과 그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의 만남을 그린 영화 ‘도리화가’에서 그녀는 진채선을 연기한다. ‘도리화가(桃李花歌)’는 실존 인물인 신재효가 제자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핀 봄 경치에 빗대어 지은 것으로 알려진 짧은 판소리의 제목이기도 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눈물이 났어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진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판소리’라는 소재 때문에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됐지만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 진채선은 남장까지 불사하며 판소리 학당인 동리정사에 들어가지만 수장 신재효(류승룡 분)는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지닌 채선의 재능을 알아보고 결국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

배수지는 진채선이 되기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박애리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웠다. 또 메이크업을 지운 맨얼굴에 숯칠을 하고 남장을 하는 변신까지 서슴지 않았다.

“처음 숯칠을 했을 땐 충격과 공포였어요. 제 피부가 하얀 편인데 까맣게 해놓으니까 못 봐주겠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분장했을 때 채선 캐릭터에 확실히 녹아들 수 있어서 조금씩 적응이 됐어요. 촬영 구경 나오신 분들이 제가 앞에 있는데도 ‘수지 없네’라며 못 알아보실 정도였어요. 그래서 편하게 다녔습니다(웃음).”

순박하고 당찬 소녀에서 가슴 깊은 곳에 슬픔을 간직한 여인으로 변화해가는 진채선의 성장 과정은 그녀가 걸어온 길과 닮아 있었다. 소리를 하고 싶어 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하는 채선의 감정은 가수를 꿈꾸면서 느꼈던 그것과 많이 비슷했다.

“채선이가 힘들어 하면서도 소리를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제가 잘 알거든요. 데뷔하기 전에 연습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고 혼자 남았을 때 희열도 느꼈는데,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계속 한계에 부딪히며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 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주저앉아서 많이 울기도 했고요. 그래서 감정이입이 잘됐던 것 같아요.”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이, 숯칠을 하고 사투리를 쓸수록 보석 같은 아름다움이 보였다”라는 류승룡의 말처럼 배수지는 뭘 해도 ‘수지’였다. 촬영 기간 동안 연기할 땐 ‘배우’로, 판소리를 할 땐 ‘가수’로서 인정받았다는 그녀. 이번에는 또 어떤 수식어가 따라붙을지 궁금하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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