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술사로 돌아온 유승호
“예전처럼 다시 할 수 있을까, 감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 와중에 감독님이 굉장히 꼼꼼하고 세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영화 소재가 마술이라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지만 무척 예뻤고 멋졌습니다.”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의 자랑인 조선 최고의 마술사. 곱상한 외모에 무대 위 카리스마로 조선 처자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영화 ‘조선마술사’에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환희’를 설명하는 문구다.
“제 입으로 얘기하긴 좀 그런데,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고요. 아름다운 환술로 여심을 사로잡고(웃음)…. 한 여인을 만나면서 운명까지 거스르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한쪽 눈이 파란 오드아이 때문에 어미로부터 버려진 환희. 청나라 마술사 귀몰(곽도원 분)에게 거둬져 환술을 배우지만 날로 학대가 심해지자 도망쳐 나온다. 이후 평안도 의주에 자리를 잡고 최고의 마술사로 명성을 떨치며 살아가던 중 우연히 청명(고아라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에게 앙심을 품은 귀몰의 복수가 시작되고 환희와 청명의 관계도 위태로워지기 시작한다.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영화의 핵심은 ‘마술’이다.
“마술을 처음 해봤어요. 사실 마술은 손에 익으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느꼈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마술사 특유의 제스처나 느낌을 표현하는 거였어요. 기껏 몇 달 연습해서는 그 여유로움이 나올 수 없더라고요. 마술을 하면서 동시에 환희를 연기한다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
성실히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던 날, 여러 가지 감정에 복받친 유승호는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1년이 흐른 뒤에 열린 영화 제작보고회에서도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그땐 카메라를 보니 반갑기도 하고 입대 전의 감정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후임들과 간부님들이 밖에 나가서도 잘하라고, 고생 많았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고마우면서도 먼저 간다는 게 미안했어요. 그 안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다 아니까요. 사실 지금도 정말 부담이 돼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은 다했습니다. 영화가 잘되면 좋지만 결과는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도 저희가 열심히 했고 좋은 작품 만들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