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나눔 캠페인] Ready Action! 배우 류승수](http://img.khan.co.kr/lady/201512/20151203145836_1_151203_ry_01.jpg)
[스타 나눔 캠페인] Ready Action! 배우 류승수
“사실 배우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왜냐면 무척 힘든 길이거든요. 저는 여러분을 끊임없이 말려야 할 의무가 있어요. 여러분이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가 말려도 당신이 산에 올라가고 있다면 밀어줘야겠죠. 자신이 뭘 잘하고 뭘 할 때 행복한지를 알고, 돈을 잘 못 벌고 유명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배우를 하겠다는 각오가 돼 있다면 추천해요. 성공을 목표로 이 직업에 도전하지 마세요. 건강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직업은 아닙니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 그는 1층 객석을 가득 채운 수강생들에게 진심이 가득 담긴 조언을 건넸다.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극장 안에 울려 퍼진 박수 소리를 감안한다면 이날 강의는 꽤 성공적이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대학생이었지만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눈가 주름이 깊은 중년들도 더러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배우를 꿈꾼다는 것. ‘레디액션’은 연기를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레디액션’의 출발이 궁금해요.
몇 년 전, 신인 연기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달아 일어났어요. 다들 우울증에 시달리고 불면증이나 공황장애가 있었죠. 이 직업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인 사생활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이쪽 일을 하다 보면 다 공감이 되거든요. 그 당시에 신인 연기자들을 몇 명 만나봤어요. 다들 배우의 길을 걷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죠. 옆에서 따뜻하게 조언해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누구보다 가르치는 일에는 자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강의를 시작했군요.
가진 돈은 없지만 뭔가를 기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재능 기부를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처음에는 조그만 학원에서 9명 정도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시작했어요. 물론 드라마 찍고 있는 와중에는 시간 내기 쉽지 않았죠. 그래도 아이들과의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2년째 하다 보니 규모가 100여 명으로 커졌네요.
강의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1년 열두 달 치를 다 짜놨어요.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만 하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못 들으니까 1시간은 제가 말하고 1시간은 질문을 받고 설명해줘요. 매년 ‘레디액션’ 수강생들의 기수가 생겨요. 작년에 강의를 들었던 1기 친구들이 올해 강의 진행을 도와주고 있죠. 강의가 나름 연속성이 있어요. 근데 매달 새롭게 오는 친구들이 진도를 못 따라가서 아쉽기도 해요.
수강생들이 ‘레디액션’ 강의에서 어떤 것을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강의만 듣는다고 실력이 늘진 않죠. 실력을 키워주려면 일주일에 몇 번 만나서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데 그건 제가 해줄 수 없어요. 가장 중요한 건 배우들의 생각이 바뀌는 거예요. 생각이 바뀌면 그때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눈에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생각이 바뀐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쉽게 예를 들면 ‘유명인들과 인맥을 쌓으면 혹시나 출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고 많은 신인 연기자들이 이런 유혹에 빠진단 말이에요. 하지만 그들 옆에서 맴돌기만 하면 결국 주변인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게 배우로서 성공의 발판이 된다는 건 큰 착각이죠.
그럼 배우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뭘까요?
주변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흔히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보면 뭐든 잘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잘한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있어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인정받기가 어려워요. 감독보다는 우선 가족,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점차 대상을 넓히면서 기회를 얻어가는 게 배우의 순리라고 생각해요. 이 바닥에는 분명 나쁜 사람들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아요. 올바르지 못한 타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기회가 온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어요.
결국 수강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다는 거죠. 배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당장 성공하려고 하면 ‘배우’는 무척이나 우울한 직업이에요. 신인 연기자들이 하루아침에 벼락 스타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배우를 벤치마킹을 한다면 지금 당장 로또를 사는 게 훨씬 나을지도 몰라요. 앞만 보면서 걷는 게 배우로서 가장 바람직해요.
강의를 해서 본인 스스로 얻는 것도 많을 텐데요.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던 건 이미 옛날이고요(웃음). 오늘도 내가 단 한 명이라도, 정말 힘든 친구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해요.
![[스타 나눔 캠페인] Ready Action! 배우 류승수](http://img.khan.co.kr/lady/201512/20151203145836_2_151203_ry_02.jpg)
[스타 나눔 캠페인] Ready Action! 배우 류승수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공부에도 운동에도 취미가 없었다. 흔한 기술 하나 없었다. 성적은 맨 꼴찌부터 세어야 이름 찾기 쉬울 정도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오락부장을 도맡던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하면 행복한 일을 찾고자 했다. 그가 내린 답은 ‘연기’였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름 세 글자를 알리는 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니저 일을 하고, 학원에서 연기를 가르치면서도 그가 놓지 않은 건 ‘배우’라는 끈이었다. 1997년 영화 ‘3인조’로 데뷔해 영화 ‘달마야 놀자’(2001), ‘고지전’(2011), 드라마 ‘겨울연가’(2002), ‘참 좋은 시절’(2014)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 우물만 팠다.
연기가 왜 좋았나요?
저는 연기에 대해 잘 모르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이걸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예요. 가장 잘할 수 있어서였죠.
뭘 하면서 연기를 잘한다고 깨달았나요?
친구가 제게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연기 학원을 가보라고 추천해줬어요.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다녔는데, 다들 저한테 연기를 잘한대요. 또 하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잘하는 줄 알고 계속했고 여기까지 왔어요. 이게 정답 아닐까요?
배우 지망생들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도 있다고요.
김지석씨, 이요원씨, 조동혁씨 등이 있죠. 이들도 처음부터 잘하진 않았어요. 배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래도 다들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들이 큰 배우가 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전혀요. 지금도 누구를 가르치면서 나중에 크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에도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다들 포기하고 매니저 하라는 얘기를 했거든요. 타인에게 “넌 안 될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런 감이 있을 순 있잖아요.
전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잘생겨도 그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아요. 배우로서 마인드가 있는지 없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죠.
배우로서의 마인드라면?
인성이요. 연기를 우습게 생각하는지 아닌지.
그동안의 경험을 책으로도 쓰고 있어요.
힘들 때 제게 친구가 돼준 게 ‘일기’였어요. 유일하게 속을 다 털어놨던 게 일기장이었거든요.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제일 빽빽하게 써놨더라고요. 또 어느 순간 깨달은 게 있거나 영감을 주는 표현들을 알았을 때도 일일이 기록해요. 이런 것들이 모아지면 책이 되죠.
큰 자산이 됐겠네요.
책을 내면 잘 간직할 수 있잖아요. 제가 알고 있는 연기 지식들을 그냥 두면 사라지겠지만 책으로 만들면 보관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내는 거예요.
지금 준비 중인 책은 벌써 제목이 정해졌다고 들었어요.
「배우의 바이블」이라고 되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야말로 진짜 바이블처럼 이 한 권이면 어떠한 것도 필요치 않게끔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스타 나눔 캠페인] Ready Action! 배우 류승수](http://img.khan.co.kr/lady/201512/20151203145836_3_151203_ry_03.jpg)
[스타 나눔 캠페인] Ready Action! 배우 류승수
배우 말고 류승수
류승수는 ‘연예인’이라고 불리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는 좀 다를 줄 알았더니 이 역시 별로란다. 연기하는 배우이자 책 쓰는 작가를 표현할 때 가장 적합한 단어는 ‘아티스트’가 아닐까. 지금은 연기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의 가슴 속에 자리 잡은 불덩어리를 어떤 방식으로 끄집어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티스트’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이 남자는 지난 4월 결혼한 새신랑이다. 그는 곧 ‘아빠’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될 예정이다.
곧 아빠가 되신다고요.
내년 2월에 태어나요. 여자아이인데 아직 현실감이 없어요. 그런데 딸이라서 정말 좋아요.
주말 부부인데, 외롭진 않아요?
전혀요! 오히려 추천해주고 싶어요. 연애할 때랑 똑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막 보고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좋죠(웃음).
아내는 어떤 분이세요?
인생의 2막을 시작하게 해준 사람이에요. 힘들 때 정말 큰 힘이 돼줬죠. 근데 재미있는 건 저랑 완전 반대예요. 예를 들어 쇼핑을 가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이 친구가 싫어하고, 이 친구가 추천해준 건 제가 별로 안 좋아해요. 저는 매사 되게 부정적인 편이고 아내는 긍정적이고. 모든 게 반대죠. 물론 싸우긴 해요. 하지만 어느 순간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깨달았어요. 다름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행복의 시작이거든요.
아이에게는 어떤 아빠가 되고 싶어요?
부모는 부모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하게 교육할 생각인데 ‘공부해라’, ‘1등 해라’ 이런 주의는 아니에요. 전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정직하지 못할 때 화를 낼 것 같아요. 공부만 하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딸이 커서 아빠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면?
말릴 거예요. 굳이 이 길이 아니더라도 다른 길이 많다는 걸 알려줘야죠. 설령 훗날 딸이 톱스타가 됐다고 해도 전 싫어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소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연예인의 삶은 독립적이지가 않아요. 대중의 시선 내에서 살아간단 말이에요. 제3자들에 의해 삶이 쉽게 변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해주고 싶어요.
‘레디액션’, 앞으로도 이어나갈 계획인가요?
그럼요. 앞으로 이 강의가 다 같이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재능 기부의 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배우들이 참여하면 더욱 좋겠고요. 훗날 제가 강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해도 다른 배우들이 함께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번 연말은 어떻게 보낼 건가요?
지금은 O tvN의 예능 프로그램 ‘쓸모 있는 남자’를 촬영하고 있어요. 아직 새로 들어간 작품이 없어서 조금 여유가 생겼죠.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일을 많이 하고 싶긴 해요. 뭔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 더 행복하거든요. 지금 이 젊음이라는 게 무척 소중해서 뭐든지 다 해보고 싶어요.
2015년이 다 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올해는 제가 계획했던 바이크 여행을 다 마쳤어요. 바이크를 타고 전국 곳곳을 돌았죠. 특히 섬진강 주변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일단 올해의 목표는 이뤘고요(웃음). 연말에는 준비하고 있는 책도 계속 쓰고 희곡도 한 편 마무리할 거예요. 내년에 연극을 제작할 계획이거든요. 제가 극본을 쓰고, 연출도 하고, 주연까지 맡아요. 내년 가을쯤 대학로에서 막이 오르지 않을까 싶어요.
해피빈
국내 최초 온라인 공익 포털 해피빈(happybean.naver.com)은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기부와 나눔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누구나 가슴 뿌듯한 기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및 기업 후원 문의 031-600-5398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