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을 벗어난 남자 임시완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주연과 조연의 차이를 잘 몰랐어요. 첫 주연작이라고 해서 굳이 다르게 접근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요. 어떻게 해야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부터 시작했죠.”
그가 맡은 역할은 전쟁으로 모든 걸 잃은 군인 한상렬. 전출 명령을 받아 우연히 머물게 된 부대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 그는 자원봉사자 박주미(고아성 분)와 함께 어린이 합창단을 이끌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한상렬은 진정한 어른인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땐 그들의 순수함을 지켜주려 하고, 불의 앞에선 냉철해지고…. 그래서 그의 정서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는 한참 위에 올라가 있는데, 저는 저 아래에서 뒤꽁무니 따라가느라 힘들었어요.”
음악을 전공한 군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수개월 동안 체력 훈련을 했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익혀야 했다.
“지휘는 정형화된 틀이 없어서 피아노보다 더 어려웠어요. 잘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는 것부터 막막했죠. 자료도 살펴봤지만 형태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스스로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었어요.”
검게 그을린 피부에 탄탄해진 그의 몸도 눈에 들어온다. 몸을 만들기 위해 즐겨 마시던 술까지 끊었다. 술 한 잔이 고팠던 어느 날, 동료 배우 이희준에게 연락해 밤새 술을 마신 적도 있긴 하지만.
“드라마 ‘미생’ 때 술을 자주 먹어서 술배가 많이 나왔거든요. 힘들게 촬영 마치고 집에 들어가서 마시는 술 한 잔이 얼마나 시원한지는 ‘변호인’을 찍으면서 알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맛을 느낄 수 없어서 힘들었어요(웃음).”
이제 기대주를 넘어 어엿한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겸손하다. “어떤 역할을 맡든 늘 주연의 마인드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항상 책임감 갖고 연기에 임하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에 한 겹의 신뢰가 더해진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