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랑’ 이희준의 사랑과 연기 이야기

‘예비 신랑’ 이희준의 사랑과 연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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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기대작 ‘로봇, 소리’와 ‘오빠 생각’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한 이희준은 누구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오는 4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 이희준에게 사랑과 연기는 동시 상영 중이다.

‘예비 신랑’ 이희준의 사랑과 연기 이야기

‘예비 신랑’ 이희준의 사랑과 연기 이야기

“행동만을 신뢰하라. 인생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사는 것이다. 행동을 신뢰하라.”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온갖 미사여구가 난무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한 사람의 실체를 보고 신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고 매일 스포트라이트가 그 곁을 떠나지 않는 인기 배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럴듯한 말없이 꾸준히 연기로 스스로를 증명해가는 배우는 차츰 대중의 관심을 받고 결국엔 모두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곤 한다.

배우 이희준(37)은 그런 면에서 화려하기만 한 은막의 배우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이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시청자나 관객들이 느끼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실제로도 조금 능글맞고 때로는 짓궂기도 하면서 소탈하고 털털하다. 말 한 마디에 감정을 실을 줄 알며, 또 말 한 마디에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평범한 공대생에서 배우가 되기 위해 스물다섯에 전공을 바꾸는 도전을 하고, 배우가 된 이후에도 끊임없는 도전을 거듭해온 그는 오는 4월 모델 이혜정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스타’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평범하고, 배우라고 하기에는 소박한, 이희준과의 만남은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거듭 확인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두 인물을 살다
“원래 이렇게는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최근 이희준은 그 어떤 배우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정확하게 6일 차이로 개봉하는 두 편의 영화 ‘오빠 생각’과 ‘로봇, 소리’ 두 작품 때문이다. 심지어 두 작품은 지난해 여름쯤으로 촬영 기간도 비슷했다. 먼저 캐스팅된 작품은 국가정보원 요원 진호 역의 ‘로봇, 소리’였다. 한 시기에 한 배역에만 몰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그는 때문에 ‘오빠 생각’의 갈고리 역을 처음에는 고사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이한 감독의 한마디가 그를 붙잡았다.

“‘로봇, 소리’ 쪽에 다른 영화를 찍는다고 허락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완전히 다른 시대의 이야기인데다 인물의 성격도 매우 달라서 못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본 갈고리는 진짜 혐오스러운 설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전쟁 시절 거지촌에서 아이들을 거느리며 사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헤어스타일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 못하겠구나 했죠. 그런데 이한 감독이 ‘외형은 중요하지 않다’라며 만나자고 하시더라고요. ‘이 인물은 결코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다. 희준씨가 이 연기를 제대로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봤다’라는 말에 결국 넘어갔네요(웃음).”

‘로봇, 소리’의 진호. ‘오빠 생각’의 갈고리. (사진 위부터)

‘로봇, 소리’의 진호. ‘오빠 생각’의 갈고리. (사진 위부터)

영화 ‘오빠 생각’은 한국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부산에서 전쟁고아들을 모아 합창단을 결성한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그리고 ‘로봇, 소리’는 2003년 대구를 배경으로 딸을 잃은 한 아버지가 로봇에 수신되는 각종 소리를 통해 실종된 딸을 찾고자 부성애를 발휘하는 내용이다. 이희준은 두 작품에서 모두 대놓고 삐딱한 인물을 연기했다. ‘오빠 생각’에서는 거지촌 대장으로 아이들을 몰아세워가며 이익을 취하는 ‘갈고리’를, ‘로봇, 소리’에서는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주인공 해관(이성민 분)의 뒤를 캐는 진호를 연기했다.

“인물을 눈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갈고리의 경우에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의 눈을 떠올렸어요. 전쟁에서 왼손을 잃고 갈고리를 끼고 생활하거든요. 그런 환경에서는 그런 눈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진호는 국가정보원 요원으로서 ‘세상이 다 내 마음대로 돌아간다’라는 오만함을 담고 있는 느낌이어야 했어요. 두 캐릭터의 세상을 보는 눈은 비슷하죠. 하지만 갈고리는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눈이고, 진호는 무슨 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을 가졌어요.”

결국 두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며 이희준은 여전히 두 인물을 번갈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영화 관련 인터뷰도 정확하게 일정을 나눴다. 절반은 ‘오빠 생각’의 인물로, 절반은 ‘로봇, 소리’의 인물로 인터뷰를 했다. ‘오빠 생각’의 VIP 시사회를 한 바로 다음날에는 ‘로봇, 소리’ 언론 시사에 참여하는 힘든 일정이었다. 두 작품 모두 분량이 만만치 않게 많았던 탓에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지만,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각 연출자에 대한 신뢰 덕분이었다. 그는 특히 ‘오빠 생각’의 이한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촬영 마지막 날 감독님이 내일이면 이 세트를 철거할 건데 마지막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장면이 있으면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배우 입장에서는 무척 좋은 배려잖아요. 그래서 몇 장면을 혼자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갈고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혼자 익숙하게 갈고리를 차는 장면 그리고 없어진 한 손 대신 다른 손으로 권총을 쥐고 거울에 겨냥하는 장면들이 그런 과정을 통해 나왔죠. 쫑파티 때 날씨가 몹시 추웠는데, 감독님께서 일일이 아역 연기자들의 손을 잡아주시더라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게 있다면 바로 감독님이 아닐까 싶어요.”

진심을 담아 다가가는 남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오빠 생각’은 고난도의 액션 장면을 비롯해 연기하기 까다로운 신도 많았다. 특히 동료 배우 임시완과의 에피소드는 화제가 됐다. 둘의 격투 장면에서 이희준이 목을 세게 조르는 바람에 임시완이 실제로 기절을 한 것. 덕분에 이희준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경험을 했다. 꼭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순백의 감성을 지닌 임시완과의 연기는 그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극 중 아이들을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저와 시완군이 연기한 한 소위가 맞서는 장면이었어요. 화가 난 갈고리가 한상렬 소위를 때리는 장면인데, 시완군이 기절을 해버렸어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15초 넘게 그런 상태로 있었는데, 일어나면서 해맑게 웃더라고요. 제가 오히려 트라우마가 생겨서 촬영을 쉬어야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기절을 했으면 당연히 화가 날 법도 한데 시완군은 해맑은 얼굴로 절 보더라고요. 정말 마음속에 화가 없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한 감독과 임시완의 경우처럼 이희준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명장면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감독이라도 그 장면이 어떤 배우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비롯됐다면 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좋은 사람들과 배려하면서 작업한다면 그 결과가 명장면이 아니더라도 진심을 담은 정서는 관객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는 그런 마음으로, 그런 과정으로 모델 이혜정을 만났고 드디어 4월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사랑도, 연기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결혼할 때 준비할 것이 정말 많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웃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할 일이 많더라고요. 양가 모두 섭섭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의 결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도 장모님이 저를 아껴주셔서 좋아요. 점수를 미리 많이 딴 것 같아요. 지금 같으면 빨리 결혼하고 싶은 생각뿐인데, 결혼 전에 한 작품 정도 더 하게 될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열애설이 불거진 이후 교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4개월 만에 결혼 발표를 했다. 결혼식장을 알아보던 중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이 기사화된 것이다. 그는 아직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며 당시 당황스러웠던 심경을 내비쳤다.

‘예비 신랑’ 이희준의 사랑과 연기 이야기

‘예비 신랑’ 이희준의 사랑과 연기 이야기

“의도하지 않게 결혼이 빨리 알려졌어요. 사실 독신으로 살 생각도 갖고 있었거든요. 결혼 생활에 대한 판타지가 별로 없었어요. ‘결국 다 같은 그런 삶이 아닌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없구나’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혼은 결국 타이밍이고 인연인 것 같아요. 이렇게 대화가 잘 통하고 서로 존중할 수 있고, 같이 있으면 편한데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자연스럽게 결심이 섰어요.”

결혼을 4개월 앞둔 예비 신랑이 생각하는 좋은 부부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좋은 친구’라고 정의했다.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럽고 평생을 서로 기대며 살 수 있는 관계, 그게 바로 이희준이 생각하는 결혼이었다. 흔히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를 하며 다투는 일이 많은데, 여자친구와 크게 다툰 적도 없단다. 상견례도 잘 마쳤고 프러포즈도 극적으로 했다고. 어떤 프러포즈였을지 궁금해졌지만 그는 “둘만의 이야기로 남겨두고 싶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혜정은 이희준의 프러포즈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랑도 그렇듯 연기도 그런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흐름과 타이밍이 중요해요. 배우는 평생 남을 이해하다 죽는 직업이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로 밥을 먹게 된 것은 축복받은 일이에요. 사실 할 줄 아는 게 연기, 등산, 그림, 술 정도밖에 없거든요. 그 일들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소중해요. ‘이번에는 멜로를 해봐야겠어요’ 하고 억지로 정하는 것도 없고요. 그냥 악역이 많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죠. 제가 추구하는 연기를 하다 보면 또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돼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 배우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 과정에서 대중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의 완벽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몇 번의 인터뷰가 충분한 시간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희준은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열심히 설명하려고 했고, 무엇보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서로 농을 치게 되고, 이내 대화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이희준은 대중 곁에 다가와 있다. 사랑도 연기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 그것이 배우 그리고 인간 이희준이 가진 무기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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