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드라마 복귀! 김혜수의 주파수

3년만에 드라마 복귀! 김혜수의 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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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비해 순진하거나, 대단히 화려하거나, 깨질 듯 예민하거나. 김혜수는 흔히 ‘여배우’ 하면 떠올리는 몇 가지 속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 ‘여배우’를 정의해온 인물이다. 1986년 영화 ‘깜보’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주파수로 시청자들의 심장을 두드린다.

3년만에 드라마 복귀! 김혜수의 주파수

3년만에 드라마 복귀! 김혜수의 주파수

김혜수(46)가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2013년 SBS-TV ‘직장의 신’ 이후 3년 만에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다. 영화 ‘관상’과 ‘차이나타운’ 등 한동안 스크린에서 활약하던 그녀의 드라마 복귀다.

“사실 드라마를 할 계획이 없었어요. 처음에 영화 시나리오인 줄 알고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연기하는 차수현이라는 캐릭터가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과 흡입력이 대단했어요. 대본을 읽다 무서워서 이불 속에 숨어서 봤을 정도예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드라마 ‘시그널’은 낡은 무전기로부터 걸려온 신호로 연결된 현재와 과거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들을 다시 파헤치는 SF 범죄 스릴러물이다.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과 ‘싸인’, ‘유령’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의기투합으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 김혜수는 15년 차 베테랑 형사 차수현 역을 맡아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의 이제훈, 1980년대 강력계 형사 이재한 역의 조진웅과 함께 시간을 초월한 미제 사건 해결에 나선다. 감독과 작가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이 바로 이 세 사람의 조합이다. 김원석 감독 스스로도 “전생에 내가 좋은 일을 많이 한 것 같다”라고 했을 정도. 각각 데뷔 9년 차와 12년 차인 이제훈과 조진웅에게 김혜수는 대선배다. 그녀는 20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두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캐릭터라는 게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지거든요. 조진웅씨는 현장에서 이재한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예요. 이제훈씨는 아직 저와 조진웅씨에 비해 연기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굉장히 스마트하고 항상 많은 걸 준비하는 배우예요. 보고 있으면 ‘내가 저 나이 때는 저렇게 못했는데’ 하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 얼마나 근사하게 변할지 기대돼요. 좋은 배우를 만나서 작업한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한 자산이죠. 저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큰 축복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김혜수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인물을 연기할 때 더욱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휘해왔다. 차수현은 구구절절 말보다 눈빛 하나로 사람들을 제압하는 카리스마, 15년간 흉악한 범죄자들을 상대하며 키운 맷집 덕분에 어지간한 일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캐릭터이기에 김혜수의 진면목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차가운 눈빛으로 말없이 상대를 꿰뚫어보는 그녀가 더욱 반갑고 설레는 이유다. 세 형사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퍼즐을 맞추듯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카타르시스 또한 기대해볼 만하다.

“애초에 작가가 작품의 모든 구성을 머릿속에 그려놓지 않고서는 만들 수 없는 드라마예요. 기본 이상의 완성도가 보장되지 않으면 기획 자체가 무의미한 작품이기 때문에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20년 후 가장 궁금한 것은 ‘환경문제’
미스터리한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SF적인 장치를 취하고 있지만 드라마 속에 드러나는 사건들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나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제 사건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완전범죄는 결코 존재할 수 없으며 죄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 더 이상 상처받는 피해자 가족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희망과 바람의 메시지 또한 담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모두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어요.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지 않으면 현재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고요. 그러한 가치와 함께 특별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시그널’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은 ‘응답하라 1988’의 후속작이다. 기대만큼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작품. ‘응답하라 1988’에 앳된 모습의 CF로 ‘간접 출연’하기도 했던 그녀는 30년 차 배우답게 시청률에 대한 주위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상업적인 감이 좀 떨어지는 사람이에요(웃음). 드라마건 영화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작품을 선택하고 준비하고 찍는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게 전부인 것 같아요. 그런 다음에 결과가 좋다면 그건 보너스고, 그렇지 않다 해도 제가 할 일을 다 했으면 된 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과거와 연결되는 무전기를 통해 지금까지 풀지 못한 20년 전의 일들을 풀어나간다. 만약 실제로 20년 전과 연결할 수 있는 무전기를 갖게 된다면 누구와 통화하고 싶을까?

“만약 그런 무전기를 갖게 된다면 그때 당시 제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무전을 보내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20대의 저에게 열심히 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20대에는 좀 놀아도 되는데, 바쁘게 일하느라 균형을 맞추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나이 때에 해야 하는 걸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정도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20년 후에 가장 궁금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환경문제”라고 답했다.

“우리 아이들과 후대를 생각하면 환경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인간들이 그동안 자연에 도전해온 부작용이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올겨울만 해도 지구 곳곳에서 엘니뇨로 인한 혹한과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대로라면 20년 후에 지금보다 더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어요.”

30년을 한결같이 배우의 자리를 지켜온 김혜수. 그녀의 20년 후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때도 여전히 배우의 모습일 거라는 것이다. 20년 후 그녀가 보낼 시그널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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