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을 그리는 아이돌 도경수
“잘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소품이나 의상을 통해 그 시간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시대보다 당시 열일곱 살의 첫사랑을 제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그가 연기한 ‘범실’은 오랜 친구 수옥(김소현 분)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지만 무뚝뚝한 성격 탓에 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열일곱 소년이다. 그녀의 집 담벼락에 기댄 채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우기 일쑤. 표현하는 데는 서툴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노르웨이 출신 트리오 ‘아하’의 카세트테이프를 선물하고, 버려진 폐선을 그녀만의 라디오 부스로 만들며 추억을 쌓는다. 몸이 아픈 수옥에게 언제나 자신의 등을 내미는 자상함도 엿보인다.
“사람을 그렇게 많이 업어본 적이 처음이었어요. 초반에는 체력이 약해서 그런지 조금 힘들기도 했죠. 촬영하면서 운동을 계속 했더니 중후반부에는 소현씨를 업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영화는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불리는 전남 고흥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서정적인 스토리와 드넓게 펼쳐진 남해, 아름다운 섬의 풍경은 첫사랑의 감성을 더욱 짙게 만든다.
“득량도에 가서 먹고 자고 살았어요. 그러다 하루는 태풍 때문에 ‘밥차’가 날아간 적도 있었죠. 유일한 식당이자 낙이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방 안에서 라면 뽀글이라고 하지 않나요? 그걸 먹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라디오 DJ 형준 역을 맡은 박용우는 이번 영화를 ‘파란색’으로 표현했다. 도경수가 생각한 ‘순정’의 색깔은 무엇일까.
“파란색과 분홍색이 섞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첫사랑을 했는데, 그때의 느낌을 생각하면서 범실이를 연기했습니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