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우먼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안소미 이야기
팬에게 곡을 받다니, 굉장히 큰 선물이네요. 처음에 제안받았을 땐 “가요는 진짜 못하겠어요.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럼 무얼 하고 싶냐고 물어보시기에 “트로트요”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한 곡 만들어준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감사히 받았는데 노래가 정말 좋으니까 앨범을 한 번 내보자, 이렇게 된 거죠. 저도 이 기회에 어릴 적 꿈을 이루고 활동 영역도 넓힐 수 있으니 일단 도전해봤어요. 어차피 인생 한 번이잖아요.
원래 가수를 꿈꿨어요? 어릴 때부터 트로트 가수가 꿈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충남 대천에 살아서 오디션을 본다는 건 상상도 못했죠. 주변에서도 가수가 되려면 방송국에 끈이 있어야 한다, 돈을 갖다 줘야 한다 등의 말이 많았고요. 그래도 꿈을 잃진 않았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계속 트로트 가수랑 성우를 준비했는데, 우연히 KBS 공채 개그맨 모집 공고를 보게 된 거예요. 단번에 붙어서 이렇게 7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천에서 자랄 땐 어떤 아이였는지 궁금해지네요. 대천 해수욕장 바로 근처에 살았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할머니랑 폭죽 장사를 했죠. 대천이 관광지다 보니 노래자랑 같은 행사가 많잖아요. 장사하다 보면 무대에서 공연하는 게 다 보여요. 사회자가 “춤 좀 자신 있다 하는 분 나오세요!” 하면 제가 바로 뛰어나갔죠. 나갔다 하면 무조건 1등이었어요(웃음). 무대에 올라가면 객석의 사람들이 쫙 보이잖아요. 그때부터 연예인의 꿈을 키워온 것 같아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개그와는 또 다를 것 같아요. 확실히 달라요. 사실 노래가 좀 더 편하긴 해요. ‘개그콘서트’ 무대는 일단 웃겨야 하고 관객들에게 심사받는 자리잖아요. 안 웃기면 방송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사실 며칠 전에도 새 코너 짜서 검사를 맡았는데 통과가 안 됐어요(웃음). 근데 노래는 어딜 가서 부르든 다들 웃으면서 들어주세요. 트로트 장르다 보니 관객들이 주로 어르신들인데 항상 잘한다고 해주시니까 기분이 좋죠. 저는 어르신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제 SNS에서 ‘어머니’라고 검색하면 목록이 진짜 많이 나와요. 어머님, 아버님들께 사랑받는 게 정말 행복해요. 저도 ‘어머님’, ‘이모’라는 말이 입에 딱 붙고요. 천성인가 봐요.
조금 더 진솔하게
‘술 한 잔’은 한 여자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외롭고 힘들 때마다 순수했던 과거의 남자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구슬픈 멜로디에 간드러지는 안소미의 목소리가 더해져 더욱 애잔한 느낌이 난다. 이제 스물여섯인 그녀에게 노래의 감정을 살릴 만한 연륜과 성숙함이 있을까 싶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그녀의 대답이었다.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고 부르는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노래가 인생을 많이 살아본 여자의 이야기던데요. 사실 완전히 공감하진 못해요. 제가 개그우먼이다 보니 적절히 연기를 하는 거죠. 그래도 제가 노래방 가서 주로 부르는 노래보다는 많이 공감하는 편이에요. 박정식의 ‘천년바위’, 조용필의 ‘기다리는 아픔’, 박강성의 ‘문 밖에 있는 그대’ 같은 노래를 자주 부르거든요. 그러니 ‘술 한 잔’을 소화하는 데 전혀 문제없습니다.
노랫말처럼 술 먹으면 생각나는 남자가 있어요? 전혀 없어요. 제가 남자를 안 만나본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남들 다 있는 첫사랑이나 가슴 아픈 이별을 해서 다시 붙잡고 싶은 그런 사람이 없어요.
술은 좋아해요? 제 얼굴만 보면 술 잘 마시게 생겼잖아요. 그런데 진짜 못 마셔요. 주량을 재본 적은 없는데 소주 두세 잔만 마시면 온몸이 빨개져요. 신인 때 TV로만 봐왔던 선배님들과 같이 있으니 긴장도 되고, 밉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술을 주는 대로 마신 적이 있어요. 결국 화장실에서 토하다가 그대로 잠들었죠. 그 뒤로는 저한테 술 먹이는 사람이 없어요(웃음).
그럼 딱 술 한 잔이 생각나는 때도 별로 없겠어요. 있긴 있어요. 힘들 때. 통장에 잔액도 별로 없고, 남들은 다 열심히 하는데 난 왜 이럴까 싶은 때는 생각이 나요. 근데 기분 안 좋을 때 술 마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저는 그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굉장히 어두워져요. 그럴 때마다 같이 사는 친구가 옆에서 힘이 돼주죠.

개그우먼에서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안소미 이야기
결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생각 없어요? 좋은 사람만 나타나면 지금이라도 문제없어요.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어서 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가족이랑 예나가 분명 반대할 거예요.
가장 최근에 했던 연애는 언제예요? 2년 전이요. 물론 그 이후로도 ‘썸’은 있었죠. 하지만 다 부질없었어요(웃음). 제가 연애를 시작하기만 하면 막 퍼주는 스타일이라서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면 잔액이 0원 될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죠?
이상형을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일단 키가 컸으면 해요. 그리고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알고, 예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요. 재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일 복 터질 일만 남았다
2009년 19세의 나이로 ‘KBS 최연소 공채 개그맨’이 됐다. 지금까지 ‘닭치高’, ‘핵존심’ 등 다양한 코너에 출연하며 ‘개그우먼 안소미’로 열심히 살아왔다. 2014년 SBS-TV ‘청담동 스캔들’에서 회사 여직원 역을 맡아 연기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이제는 신곡까지 발표했으니 이만하면 ‘만능 엔터테이너’라 불릴 만하다. 가수 활동을 계기로 더욱 맹활약을 하려고 한다. 물론 언제나 그녀의 중심은 ‘개그’다.
개그, 연기, 노래까지. 못하는 게 뭐예요? 일단 연애를 못해요. 상대방한테 집에 있는 거 깡그리 퍼줘요. 그런데 남자는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태도가 변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사람을 너무 잘 믿어요. 다들 저한테 사람 볼 줄 모른다고 그래요. 처음 본 사람과도 쉽게 친해지는데, 그래서인지 바로 믿어버리죠. 요즘은 트레이닝 좀 하고 있어요. 거리 두고 인사하고 쉽게 전화번호 안 주고(웃음)….
열아홉에 개그우먼이 돼서 벌써 7년이 지났어요. 예전에는 지하철을 타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봤어요. 요즘은 다들 저를 보면서 힐끗힐끗하시죠. 식당을 가도 서비스로 밥을 더 주세요. 그래서 지금 정말 좋아요. 먹고 싶은 것도 다 먹을 수 있잖아요. 신인 때는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6,000원짜리 내장탕 하나도 잘 못 사 먹었거든요. 그때 쌍둥이 선배(이상호·이상민)에게 돈 좀 꿔달라고 하니 용돈으로 20만원을 주신 적도 있어요. 지금은 다 갚았죠. 이젠 친구들한테 밥을 살 수도 있어요.
‘개그콘서트의 위기’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직접 무대에 오르는 희극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해요? 저희 입장에서는 다시 살리고 싶죠. 그런데 시기도 그렇고, 개그 패턴이 조금 비슷하잖아요. 문제점은 알겠는데 변화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단 코너 열심히 짜볼게요!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이번에 (이)문재 오빠랑 새 코너를 짜고 있어요. 진짜 천연덕스러운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안소미 저런 애였구나. 예쁜 척하는 역할만 하는 애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센 거.
곧 노래방에서 ‘술 한 잔’을 부를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은데. 노래방 목록에 오르려면 인지도가 있어야 한대요. 특히 트로트 쪽은 방송 횟수가 많아야 선정된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노래방 목록에 제 노래가 올라간다면 매일 갈 거예요. 아마 제 노래만 계속 틀어놓을걸요.
이 겨울에 ‘술 한 잔’을 들으며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대천 해수욕장’이죠! 제가 홍보대사거든요(웃음). 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없어서 올해는 꼭 해외에 나가고 싶기도 하고요. 부산에도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들리는 말로는 잘생긴 남자들이 많대요(웃음). 사실 집 밖에서 잘 못 자서 그냥 노래 들으면서 집에 있는 게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제공 / 제이앤유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