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보다 박보검의 매력
“구운 달걀 같다고도 하시더라고요(웃음). 선크림을 바른다고 발랐는데도 탔어요. 팬들이 카페라테 색깔 같다고도 하고, 초코우유 같다는 말도 해주셨는데 초코우유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박보검의 ‘꽃보다 청춘’ 합류는 흡사 007 작전 같았다. KBS-2TV ‘뮤직뱅크’ 생방송이 끝나고 나영석 PD에게 ‘납치’돼 아프리카 나미비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푸껫에서 포상 휴가를 보내던 중 ‘뮤직뱅크’를 위해 귀국한 지 12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얼떨떨했을 법도 하다. ‘응팔’ 포상 휴가에 필요하다며 증명사진을 달라고 해서 의심하지 않았다고. 덕분에 드라마에 이어 안재홍, 류준열, 고경표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엄마, 아빠 같은 안재홍과 류준열, 친형 같은 고경표와 또 한 번 멋진 추억을 쌓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영석 PD님은 실제로 처음 뵀어요. 항상 TV에서 보던 분을 보니 신기했죠. 흡사 연예인 보는 것 같았어요. 촬영 현장에서는 편안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이에요.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방송으로 확인하세요(웃음).”
나 PD가 연예인 같았다면 ‘응팔’을 촬영하며 동고동락한 신원호 PD는 어땠을까?
“신원호 감독님은 유머가 넘치는 분이에요. 촬영 현장에서는 굉장히 섬세하시고요. 현장에서 화를 내신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촬영 현장 가는 길이 늘 즐겁고 설렜죠.”
다음 ‘응답하라’ 시리즈를 만들면 출연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시리즈로 마무리됐으면 좋겠어요. ‘응팔’이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해요. ‘응답하라’ 마지막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채로운 얼굴 가진 5년 차 배우
박보검은 학창 시절 수영선수의 꿈을 접은 뒤 가수를 꿈꾸며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연예기획사에 그룹 2AM의 ‘이 노래’를 부른 데모 테이프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가수보다는 연기에 적합하다는 소속사의 조언에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다. ‘응팔’이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것은 맞지만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스크린 데뷔를 치른 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KBS-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는 이서진의 아역, 영화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에게 토란을 건네는 소년 병사, ‘차이나타운’에서는 김고은의 첫사랑을 연기했고, KBS-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는 선한 얼굴 뒤에 감춰진 이중적인 인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까지 소화해온 역할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맑고 풋풋한 소년의 이미지 외에 생각보다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 ‘응팔’ 오디션에서도 한 가지 배역을 정해두고 연기를 한 건 아니었다.

꽃보다 박보검의 매력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불쑥불쑥 최택 같은 모습이 튀어나온다. 한 가지 일에 꽂히면 그것에만 무섭게 집중하는 성격은 실제로도 최택과 비슷한 부분이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친구들과 만나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분위기를 맞추는 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점도 최택과 다르다.
박보검은 일단 배역을 맡게 되면 최대한 그 인물과 가까워지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응팔’에서는 이창호 국수를 모델로 한 캐릭터를 맡아 처음 바둑을 배웠다. 그 전에 이 국수는 책으로만 알았단다. 프로기사처럼 보이기 위해 바둑돌 잡는 법부터 자세와 눈빛, 바둑 예절까지 3개월 동안 맹훈련을 한 결과 그를 가르친 프로기사 스승님으로부터 “실제 프로기사와 매우 흡사하다”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키스신 또한 처음이었다. 데뷔 후 첫 키스신은 떨렸지만 설렜다. 그러나 애써 담담한 척했단다.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여배우를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속으로는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혜리에게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티 내지 않았죠. 혜리도 키스신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가 잘 리드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에요.”
‘응팔’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한 작품이었다. 첫 촬영을 하면서도 대본이 많이 나와 있지 않아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되는지 몰랐다고 한다.
“1994년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줄 알았어요. 다 같이 모여서 1회를 보는데 현재 버전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이미연 선배님께서 내레이션을 하시더라고요. 김주혁 선배님이 나오는 것도 나중에 알았어요.”
자신이 덕선의 남편이 되는 것도 19회가 돼서야 알았다. 그 전까지 남편은 당연히 정환(류준열 분)인 줄 알았다고. 정환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넘치고 대본도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로 흘러가고 있어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처음에는 남편이 누가 되는지 관심이 없었어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정환이가 남편이라고 생각했어요. 남자로서 멋있는 캐릭터잖아요.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순간에도 준열이 형은 멋있는 남자거든요. 택이가 남편인 줄은 19회 촬영하면서 알았어요. 혜리는 미리 알고 있었는데 말해주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혜리가 택이 방에서 첫 키스를 하고 다음날 아침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을 나중에 찍었다고 하더라고요. 제 대본에는 그런 장면이 없었거든요.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상하고, 신기했어요.”
덕선과 최택의 꿈같은 키스신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키스신으로 회자되고 있다. 얘기를 꺼내자 “키스신 잘 보셨나요?”라고 물으며 얼굴을 붉혔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간이 촉박해 반응을 다 보지 못했어요. 나중에 동영상 조회 수가 높다는 것을 알고 쑥스러웠죠. 저도 꿈인 줄 알고 촬영했던 키스신이었어요. 좋게 봐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현재 버전의 김주혁이 최택과는 캐릭터가 달라 보였기 때문에 반전이 있을 줄 알았다는 것이 그의 말. 덕선의 남편으로 마지막 회 촬영을 하면서 비로소 뿌듯함을 느꼈다고. 드라마는 19.6%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신 감독님께서 ‘우리 작품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다’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 말대로 모두 하나 된 분위기로 마무리를 잘한 것 같아요.”
‘응팔’은 좋은 인연들 만난 행운 같은 작품
‘응팔’ 이후 박보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이름 중 하나가 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중. 종영 후 포상 휴가로 떠난 푸껫에서는 이일화와 함께 바닷가를 거니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꽃보다 박보검의 매력
무엇보다 ‘응팔’은 좋은 인연들을 만난 행운 같은 작품이다. 그는 극 중 아버지로 나온 최무성과의 첫 만남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최무성은 처음에는 말이 없었다. 수다스럽지 않은 박보검 역시 말이 없는 편. 첫 만남은 어색했다. 하지만 차츰 극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 극 중 아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아버지인 만큼 실제로도 친아들처럼 챙겨줬다고. 최무성이 “나도 너처럼 좋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펑펑 울기도 했다. 애틋한 우정을 나눈 친구이자 연적이었던 류준열과는 어땠을까? 혹시 최택이 아닌 욕심나는 캐릭터는 없었을까?
“택이 캐릭터를 생각하느라 다른 캐릭터 욕심낼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정환이 역할을 했다면 준열이 형만큼 못했을 거예요. 경표 형, 동휘 형 역할도 마찬가지고요. 준열이 형은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에요. 전 바둑 배우기 바빴는데 형은 바둑을 잘 두더라고요. 극 중 정환이는 잘 웃지 않지만 준열이 형은 잘 웃고 멋진 미소를 가졌어요. 무엇보다 연기를 잘하셔서 반했어요. 남자인 제가 봐도 멋있는 사람이에요.”
선한 에너지 가진 보배로운 검
다정다감하고 한 사람만 바라보는 최택의 순애보적 사랑은 결국 달콤하게 응답을 받았다. 실제 박보검의 연애 스타일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수줍은 미소를 띤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운명은 시시때때로 찾아오지 않는다.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는 드라마 속 정환의 대사를 인용했다. 한 사람에게 푹 빠지는 스타일인 박보검은 성덕선과 같은 여자친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자신을 잘 챙겨주는 아담하고 귀여운 여자를 이상형으로 꼽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서로 배울 점이 많은 착한 여자를 만나고 싶다면서 말이다.
예의 바른 그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본인이 잘생겼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냐고 묻자 역시 수줍은 듯 얼굴을 붉혔다.
“가끔씩 거울 볼 때 ‘엄마, 아빠께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해요. 제 이름이 ‘보배 보(寶)’ 자에 ‘칼 검(劍)’ 자예요. ‘때가 되면 귀하게 쓰인다’라는 의미로 부모님께서 지어주셨어요. 아직 같은 이름을 본 적이 없어요. 마음에 들어요. 이름대로 앞으로도 귀하게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감사하다”였다. 데뷔 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겐 감사한 일이 무척 많다. 얼마 전 3,500여 명의 팬들과 함께한 첫 팬 미팅에서는 고마운 마음이 북받쳐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다.
“팬 카페 회원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걸 보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어요. 감사하고 신기해요. 이럴 때일수록 행동이 더욱 조심스러워져요. 들뜨지 않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뮤직뱅크’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연습을 많이 해요. 매주 금요일마다 어떤 콘셉트로 방송할지 기다려져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음악 방송 MC, 예능 그리고 광고까지 섭렵하는 중이지만 ‘응팔’ 이후 작품에 대한 부담감도 털어놨다.
“부담감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만큼 크지는 않아요.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또 다른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때까지 묵묵히 제가 할 일을 해야죠.”
마냥 해맑은 소년 같아 보이는 그는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사슴 같은 눈망울을 날카롭게 빛냈다. “다른 배우들의 장점을 모두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라는 그에게서 전도유망한 젊은 배우의 다짐이 느껴졌다. 그리고 또 하나, 자신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배우 박보검, 이다음의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부담감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만큼 크지는 않아요.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또 다른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때까지 묵묵히 제가 할 일을 해야죠.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김문석(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