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스타 나눔 캠페인

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댓글 공유하기
TV 속 송경철의 모습은 늘 강하고 독특하다. 실제로 만나본 그 역시 캐릭터만큼이나 뜨겁고 센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또 구릿빛 피부와 민머리, 거친 말투…. 언뜻 보면 따뜻한 기부나 정감 어린 나눔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그는 자신의 캐릭터와 재능을 살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스타 나눔 캠페인]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스타 나눔 캠페인]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역시 뜨거운 남자
한국해양구조협회 연예인 구조단. 조금은 생소한 이름의 단체지만 2013년부터 해양경찰청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봉사 단체다. 송경철(65)을 주축으로 이덕화, 윤철영 등 동료 연예인들이 해양 안전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이벤트를 재능 기부로 이어오고 있다. 송경철은 지난 1월 영하 20℃의 한파를 뚫고 구조단 활동의 일환으로 혹한기 훈련을 마쳤다. 강원도 홍천강의 50cm 얼음을 깨고 물속으로 잠수하는 수중 수색 훈련이었다. 역시나 뜨거운 남자다!

먼저 연예인 구조단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제가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해 한때 업으로 삼은 적도 있거든요. 자연스럽게 저를 주축으로 물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모여 스킨스쿠버 다이빙 동호회를 만들었어요. 이왕 모임 만든 거, 좋은 일 한번 해보자고 구조단이라는 명칭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죠.

구조단이라면 직접 물속 안전사고에 대한 인명 구조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구조 작업을 한다’라는 건 사실 전문 요원들의 영역이죠. 저희는 해양 안전사고에 관한 캠페인을 주로 해왔습니다. ‘구명조끼 착용 생활화’나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을 하기도 했고요. 또 독도를 지키는 해경들의 함정을 찾아 그들을 위로하고 선상 공연을 펼치기도 했죠.

그러고 보니 심폐소생술은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처치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얼마 전 제가 다니는 골프 연습장 샤워장에서도 한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큰일 날 뻔했어요. 마침 그곳에 심폐소생술을 배운 이가 있어서 고비를 넘겼고 119 구급차로 안전하게 이송됐죠. 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배워놓아야 해요. 이번에 한 혹한기 훈련에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강의를 포함시켰죠.

1996년 송경철이 사이판 바닷속 난파선 근처에 강제 징용 한국인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우던 모습.

1996년 송경철이 사이판 바닷속 난파선 근처에 강제 징용 한국인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우던 모습.

심폐소생술은 한 번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요. 배우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위급 상황에 큰 도움이 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익혀도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죠. 저는 20년 전에 스킨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이미 심폐소생술을 익혔어요. 어떤 단체든 실습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제게 연락주세요. 가서 강의해드릴게요(웃음).

독도 함정 해경들을 위한 공연도 연예인으로서 의미 있는 재능 기부인 것 같습니다. ‘독도를 지키고 있는 해경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일이 없을까’ 생각한 끝에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과 뭉쳤죠. 연예인 노조협회의 협찬을 받아 위문품 등을 챙겨 독도로 향했어요. 그들은 한 번 바다에 나가면 당분간은 돌아올 기약 없이 바다를 지켜요. 망망대해에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겠어요. 짧은 시간이나마 노래자랑이나 장기자랑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공연을 했지요. 연예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런 거죠.

그저 물이 좋다
지난 1월 송경철은 ‘수난 대비 훈련 및 혹한기 수중 수색구조 합동 워크숍’이란 이름으로 차디찬 홍천강에 뛰어들었다. 3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훈련이다. 환갑이 넘는 나이라고 볼 수 없는 그의 강한 체력과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스타 나눔 캠페인]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스타 나눔 캠페인]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우문이겠지만 춥지 않았나요? 그날이 영하 20℃로 한반도 최악의 한파가 불어닥친 날이었죠. 한마디로 날을 잘못 잡은 거예요(웃음).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추웠어요. 그야말로 손과 발이 에인다고 하잖아요. 딱 그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저 도전 정신 하나로 밀어붙인 거죠.

열대의 바다에서 산호초, 물고기들과 유유자적하는 스킨스쿠버 다이빙과는 차원이 다른 체험이었겠군요? 50cm의 두꺼운 얼음을 절단해 들어가는 거니까 완전히 다르죠. 그래도 그 안에 볼거리는 있더라고요. 동면하고 있는 물고기들이 저를 반겨주었죠. 저는 원래 화려한 물속 세상을 보는 것보다 그 속의 고요함을 즐기는 편이에요. 이번 동계훈련에서도 10~15분 정도 물속에 있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명상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강물이라 조류는 없었나요? 바다보다는 많이 세죠. 그래서 강에서 하는 다이빙은 루프를 꼭 차고 들어가야 해요. 얼음 속 강물에 떠내려가버리면 목숨이 위험하거든요. 이번 워크숍은 단지 아이스다이빙 체험이 목적이 아닌 거죠.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 대비, 인명 구조에 대한 방법들을 강의했어요.

세월호 사고 때도 팽목항에 직접 갔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드라마 ‘기황후’ 촬영을 할 때였죠. 언론에서 다이버들에 대한 말들이 많아서 저도 장비를 갖고 현장에 갔었어요. 직접 구조한다는 생각보다는 희생자 가족들이나 구조대원들에게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도착해보니 취재 경쟁과 열기가 말도 못하더군요. 국내외 보도진들이 관련자 수보다 더 많아 보였죠. 저에게도 보도진이 붙었지만 모두 노코멘트했어요. 그때는 모두 예민해진 터라 제 말 한마디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두렵더라고요.

[스타 나눔 캠페인]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스타 나눔 캠페인]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그때 직접 경험한 물속 상황은 어땠나요? 한마디로 처참하고 막막하더군요. 시야가 고작 20cm도 확보되지 않았어요. 조류가 세서 물속에 떨어지면 바로 떠밀려 내려가요. 공기탱크도 물살의 영향을 받아서 20, 30분밖에 유지를 못하는 상황이니 입구 찾다가 상황 종료예요. 구조대원들은 모두 수면에서 공급하는 공기에 의존하는 ‘후카 방식’으로 시신을 찾고 있었죠.

그래도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라는 취미 활동 덕에 다양한 봉사를 할 수 있었네요. 제가 40년의 다이빙 경력을 갖고 있는데 자랑할 만한 건 이런 것밖에 없어요. 지난 1996년 3월 1일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강제 징용당한 한국인들을 위한 추모비를 사이판 바닷속에 세웠어요. 배가 난파돼 희생자들이 많이 생긴 곳이지요. 추모비에 저를 포함한 참가자들의 이름을 넣자고 했는데, 그건 쑥스러워서 안 했어요.

아직도 추모비가 물속에 잘 있나요? 현재는 사이판에서 다이빙 숍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관리해주고 있어요. 오는 3월 1일에 별일이 없으면 그곳을 가볼 예정이에요. 20년 만이죠. 지금은 그곳이 관광 스폿이 됐다고 해요. 가서 이끼도 청소하고 위치도 재정비하고 올 겁니다.

오랜 시간 매료될 수 있는 다이빙의 묘미는 뭘까요? 육지하고 바다는 똑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여기저기 볼거리를 찾아 관광하잖아요.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곳 바다 풍경을 보러 다니는 거예요. 필리핀 말라파스쿠아 섬에 가면 고래상어와 함께 노닐 수 있고, 몰디브에 가면 2~3m나 되는 만타레이(쥐가오리)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다이빙은 어려울 것 같지만 몸을 가눌 체력을 기르고 물에 대한 공포심만 없애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레저 스포츠예요.

송경철은 매년 열리는 혹한기 수중 수색구조 합동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심폐 소생술 등 인명 구조에 대한 다양한 강의와 아이스 다이빙을 실시하고 있다.

송경철은 매년 열리는 혹한기 수중 수색구조 합동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심폐 소생술 등 인명 구조에 대한 다양한 강의와 아이스 다이빙을 실시하고 있다.

안 가본 곳 없으실 것 같은데 추천 장소가 있나요? 저는 하도 여기저기 다녀서인지 장소를 따지지 않아요. 그냥 물속이면 다 좋아요(웃음). 그곳에서는 온전히 나 자신과 대면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물고기와 놀거나 물속에서 운동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일 좋아요.

그래서 언제 봐도 늘 여전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철이 없으니까 늙지 않죠(웃음).

그래도 본업은 연기
인터뷰 당일 송경철은 오는 4월 방영을 앞둔 MBC-TV 월화드라마 ‘몬스터’의 대본 리딩을 앞두고 있었다. 드라마 ‘기황후’, ‘샐러리맨 초한지’, ‘자이언트’ 등 선 굵은 작품을 선보인 장영철·정경순 부부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군인 정신이 투철하고 충직한 재벌 총수의 집사 역을 맡았다.

[스타 나눔 캠페인]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스타 나눔 캠페인]생명을 위한 나눔 ‘연예인 구조단’ 송경철

장영철·정경순 작가와는 작품도 많이 하고 인연이 깊은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잠시 접고 필리핀에서 다이빙 숍을 하고 있을 때 작품을 같이하자고 손을 내밀어준 분들이죠. 그때 한 드라마가 ‘자이언트’예요. 덕분에 다시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 매우 고마운 분들이죠.

역시 본업인 연기가 가장 편하고 즐거운 일이지요? 맞아요. 그동안 사업을 실패하기도 하고 보증을 잘못 서기도 했어요. 게다가 세부의 한 특급 리조트를 인수하려다 한국인들에게 사기를 당해 현재 소송 중인 건도 있고요. 연기가 천직이고 본업임을 비로소 깨닫는 거죠.

또 어떤 활동 계획이 있는지요? 곧 개봉할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북한 사령관으로 특별출연을 했어요. 또 한석규 주연의 ‘더 프리즌’이라는, 교도소 내 죄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기로 돼 있고요. 요즘 한국 영화 정말 재밌게 잘 만들어요. 눈 돌릴 새도 없이 몰입감이 대단해요.

그러고 보면 코믹 연기부터 악역까지 연기의 폭이 굉장히 넓습니다. 아니요. 그저 감독과 작가의 요구에 맞출 뿐이죠. 저뿐만이 아니라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웃음).

배우란 자고로 눈빛으로 연기해야 한다. 모진 세월의 흐름과 풍파 속에서도 송경철의 눈빛은 흐릿하거나 죽지 않았다. 잠깐 외도의 기간이 있었지만 다시 연기자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큰 역할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어떤 역이든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장면을 움켜쥘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해피빈
국내 최초 온라인 공익 포털 해피빈(happybean.naver.com)은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기부와 나눔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누구나 가슴 뿌듯한 기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 및 기업 후원 문의 031-600-5398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