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마당’의 화요일을 책임지고 있는 화요 초대석 작가 팀. 남희령 작가, 변슬기 작가.
‘아침마당’은 요일마다 다른 코너가 방송돼요. 저희는 화요일에 방송되는 화요 초대석을 맡고 있어요. 매주 2명의 인물을 초대해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코너예요. 최근 화제 인물이나 아니면 우리와 함께 시간을 공유한 그때 그 시절 추억 속 인물을 초대하기도 하고요. 또 시의성에 맞는 인물이 나오기도 해요. 예를 들어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땐 동탄성심병원 간호사를 섭외한 것처럼요.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말이 이슈화됐을 땐 학벌도 내세울 것 없고 돈도 없지만 흙수저의 반란을 일으켜 반전 인생을 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어요.
‘아침마당’이 방영된 지 올해로 25주년이라고 들었습니다. 장수의 비결이 뭘까요?
저희는 타 방송국 아침드라마와 동시간대에 방영되고 있어요. 재밌게도 아침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와 저희 시청자는 확연하게 분리돼요. 자극적인 소재와 빠른 전개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아침드라마를 재밌게 보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청자도 있잖아요. 후자에 속하는 분들이 저희 프로그램을 보시는 거죠. 이웃의 이야기를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내기 때문에 편안하게 보시는 것도 있고요. 단기간에 시청률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것보단 천천히 가되, 길게 바라본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대신 마음속 울림이 커지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어요. 아! 그렇다고 해서 시청률이 낮은 건 아니에요. 저희 잘 나옵니다(웃음). 5월에 25주년 특별 방송을 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함께 축하해주셨으면 해요.
매주 2명의 인물을 찾아내는 게 보통 일은 아닐 텐데요.
매일매일 뉴스, 신문, 잡지에 나온 인물이나 비슷한 프로그램, 휴먼 다큐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찾기도 해요. 아니면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기획해서 관련 인물을 찾기도 하고요. 주 시청 연령대가 40대 이상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 맞는 인물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메인 작가들도 대부분 경력이 15년 차 이상이고 PD들은 부장급 이상이에요. 소위 말하는 ‘짬밥’이 많아요(웃음).
한 인물을 섭외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나요?
가장 먼저 시청자 관심사에 부합한 인물을 찾아야 하고요. 그다음 이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30분에 담아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회의를 하죠. 일반적으로 30분이면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방송 시간은 달라요. 단순히 인기가 많고 잘나가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섭외를 하는 게 아니에요. 화요 초대석에 나오는 출연자는 화제성이 있어야 하며, 그의 이야기로 방송 30분을 채우는 것은 물론 그 안에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어야 해요. 즉 인생의 굴곡을 지나온 인물이어야 한다는 말이죠. 또 저희 시청자들 눈에 대단한 인물로 보여야 해요. 웬만해선 ‘저 정도는 나도 겪어봤다’라고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추려진 인물에게 전화 인터뷰를 1시간 정도 진행한 다음 작가와 PD가 직접 그분을 만나러 가요.
전화 인터뷰를 했음에도 굳이 만나는 이유가 있나요?
전화상으로는 그 사람의 진심이 잘 드러나지 않아요. 목소리만 듣고 판단하기 때문에 나쁜 의도가 있다면 저희를 속이기 쉽죠.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표정, 눈빛 등을 보면 본능적으로 다가와요. 거짓을 말하는지, 방송에 나가서 갑자기 딴말을 할 위험은 없는지 등이 느껴져요. 시쳇말로 ‘촉’이 와요. 재밌게도 저희 팀 제작진 3명이 모두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출연 여부 결정은 쉬운 편이에요. 또 다른 이유는 그 사람의 말투와 말하는 속도를 체크하기 위해서죠. 저희 대본에는 MC 멘트뿐만 아니라 출연자의 답변까지 시간별로 적혀 있어요. 생방송이다 보니 시간 엄수는 필수거든요. 만약 출연자의 말투가 느리다면 대본상 시간은 좀 더 길게 잡아야 하는 거죠. 그 외에 무의식적으로 비속어를 쓰는 습관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간접 홍보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사전에 인지시키는 작업도 해요.
일반인도 많이 출연하는 편인데요. 연예인 섭외와 다른 어려움이 있을 거 같아요.
연예인들은 섭외하기까지 과정이 힘들지만 대신 출연을 하기로 했으면 번복하지 않아요. 방송 펑크가 얼마나 큰 사고인지 아니까요. 근데 일반인의 경우엔 구두 약속도 약속인데 간혹 너무 쉽게 말을 바꾸세요. 전화 인터뷰 진행 후 다음날 만나 뵙기로 했는데 당일 아침에 안 하겠다고 하시거나 아님 아예 휴대전화를 꺼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그래서 저희는 꼭 휴대전화 번호 외에 유선 번호도 받아놓습니다(웃음). 촬영을 앞두고 갑자기 다른 사람한테 양보를 하고 싶다고 하시기도 하고요.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저희 입장에선 아찔하죠.
최근 서정희씨와 그녀의 친정엄마가 동반 출연해 큰 화제가 됐는데요.
친분이 있는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의 PD로부터 서정희씨 섭외 전에 전화가 왔어요. 생각이 있으면 섭외하는 데 같이 힘 좀 쓰자고요. 3주 정도 설득한 끝에 서정희씨가 출연을 결심했는데 저희 담당 PD는 자칫 가십거리로만 비쳐질까 봐 염려했죠. 그래서 몇 가지를 합의했어요.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전남편인 서세원씨에 대한 비난을 빼고 대신 서정희씨 이야기를 하기로 한 거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어요. 친정어머니는 그동안 방송에 노출된 적이 없었어요. 딸을 위해서 방송에 나와주셨으면 하고 부탁을 드렸죠. 누구의 아내 서정희가 아니라 어머니의 딸 서정희에 대해 이야기해주십사 했죠. 그러면 시청자가 많이 공감할 거라고 설득했던 게 친정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였나봐요.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니 잊지 못할 아찔한 순간도 있었겠죠?
‘나는 대한민국’에서 해방둥이 합창단을 뽑았어요. 그중 방송에 출연하게 된 다섯 분에게 녹화 전 스튜디오 입장 타이밍을 따로 알려드렸거든요. 그런데 오프닝 곡 ‘빠밤빠밤빠밤’이 울려 퍼지는 순간 그분들이 일렬로 스튜디오에 들어가시는 거예요. 다행히 카메라는 MC석을 잡고 있어서 그 장면이 방송은 안 됐죠. 지금 생각하면 웃기면서도 아찔해요. 또 신간을 발표한 저자였는데 사전에 저희한테 책 이름을 방송에 내보내고 싶다고 해서 간접 홍보가 될 수 있으니 절대 안 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거든요. 그런데 방송 중반부쯤 그분이 재킷 안쪽에서 책을 꺼내시는 거예요. 저희가 손 써볼 겨를도 없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죠.
일반인 섭외시 이금희 아나운서의 영향력이 대단하다고요?
어른 세대에서 이금희 아나운서는 스타예요. 슈퍼스타! ‘아침마당’ 출연 요청을 드리자 단번에 이금희 아나운서 보러 가겠다고 한 분도 있고요. 오프닝 때 이금희 아나운서가 고개를 끄떡이면서 하는 특유 인사법이 있어요. 어떤 출연자분은 매일 아침 나한테 꾸벅 인사하는 사람이 이금희밖에 없다고, 자식보다 훨씬 낫다고 말씀하셨을 정도예요. 이금희 아나운서를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봐왔는데 참 좋은 사람이에요. 본인도 고생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사연에도 진심으로 깊은 공감을 해주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예요.
앞으로 꼭 섭외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요?
저희 프로그램을 안 거쳐간 분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들이 초대됐어요. 심지어 대통령도 출연하셨으니까요. 근데 딱 한 분, 가수 조용필씨는 여태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으셨어요. 혹시 이 기사를 읽게 되신다면 꼭 한 번 ‘아침마당’에 나와주세요. 정말 뵙고 싶습니다.
‘아침마당’ 화요 초대석 제작진이 꼽은 잊지 못할 특별한 출연자
탤런트 임채무 아내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뒤 첫 TV 출연이었다. 평소 토크쇼에 많이 출연하지 않는 연예인이라 궁금한 점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갖고 있는 인생의 이야기가 풍부했다. 1시간짜리 방송 시간을 3시간으로 늘리고 싶었을 정도였다.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김미순 한국 여성 최초로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두 번이나 달성한 마라토너다. 그녀의 훈련을 돕기 위해 함께 뛰던 남편 김효근씨도 첫 완주에 성공하면서 부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10년 전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력을 잃고 장애인이 된 김미순씨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남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부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출연자였다.
주거형 집시 김현성과 그의 가족 가족과 함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는 일명 ‘주거형 집시 가족’이다. 한 번쯤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싶은 꿈을 꾼다. 하지만 ‘애들 교육 때문에’, ‘미래가 불안하니까’ 등 갖은 이유로 현실에 그대로 안주하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이들은 단순하게 답했다. 가족이 함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김태환, 송미성(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