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우의 그림, 경매에 나서던 날

coexist, 117x80cm, Acrylic on canvas, 2016 솔비는 개인전 ‘블랙스완-거짓된 자아들’에 평면작품 16점과 설치작품 1점을 선보였다. 대표작 ‘coexist.’
배우나 가수 등 연예 활동과 다양한 예술 활동을 병행하는 스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술의 아트와 연예인의 엔터테이너를 조합한 아트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표 아트테이너에는 누가 있을까. 우선 이 분야 대표 주자라면 가수 조영남이다. 화투 그림으로 세상에 알려진 조영남은 엔터테이너라는 개념조차 없던 1973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화투와 콜라 같은 일상 소재를 주로 사용해 팝아트적인 작품을 선보였는데, ‘딴따라’ 그림이라는 이유로 미술계에서 배척 아닌 배척도 당했다. 게다가 조영남의 작품 주 소재가 지극히 세속적인 화투이다 보니 그런 선입견과 색안경은 더 짙어졌다. 세간의 혹평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구축한 그는 이제 경력 40년 차의 원로 작가 대열에 올랐다.

하정우의 그림, 경매에 나서던 날
이 밖에 아트테이너로 활동하는 스타들은 많다. 우선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이는 가수 솔비다. 솔비는 심리치료 중 선생님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구상화부터 추상화, 설치미술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그녀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선보인다. 지난달 개인전에서는 온몸으로 물감을 찍는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싱글 앨범 쇼케이스를 병행해 미술과 음악의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Keep Silence, 161.5x130cm, Mixed Media on Canvas, 2011 지난 3월 8일 경매시장에 본격 데뷔하며 화제를 뿌린 하정우의 회화작품 ‘keep silence.’
그림 그리는 스타로 심은하를 빼놓을 수 없다. 돌연 은퇴로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던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곳이 바로 전시회장이었다. 결혼 후 동양화 수업에 푹 빠져 지냈다는 심은하는 수묵화를 주로 그린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의 대명사 격인 그녀와 무척 잘 어울리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2009년 비공개 경매에서 낙찰 하한선이 500만원에 형성될 정도로 심은하의 동양화가 인정받고 있다고. 그림 그리는 여배우라면 구혜선도 있다. 몽환적이고 자유로운 터치가 특징인 구혜선은 2009년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제 아트페어에 초청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예중 입시를 준비하며 미술학원에 다녔다는 가수 나얼도 화가 유나얼로 활동하며 무려 아홉 차례 개인전과 수많은 그룹전을 가지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었다.

조영남은 40주년 기념전까지 연 중견 작가가 됐다.
Expert Interview
그림 작품 경매받는 노하우
공균파(아이옥션 실장·하정우 그림 경매 진행 담당)

하정우의 그림, 경매에 나서던 날
그렇다면 어디에서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나? 다른 상품들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가격 검색 및 비교가 가능하다. 하지만 미술 작품의 경우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마 더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끼시는 듯하다. 1차 시장의 경우 사실 가격이 생각만큼 오픈되지 않아 우리도 알기 힘들다. 그래서 갤러리 등에 가서 호당 얼마인지, 최근 얼마에 거래가 됐는지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문의해야 한다. 그나마 쉽게 가격이 오픈되는 곳이 경매시장이다. 안내 책자에 가격이 표기되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가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구매할 경우 수수료나 비용은 어떻게 되나? 각 회사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저희 같은 경우 5,000만원까지는 15%,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는 12%, 1억원을 초과하면 10% 이렇게 차등 부여한다. 계산이 좀 복잡하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의 계산법이 도입된 것이다. 위탁하는 분들에게는 300만원까지는 15%, 초과된 금액은 10% 정도 위탁 수수료를 받고 있다.
시작가는 어떻게 책정되나? 작품이 들어오면 작품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이 논의한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 평가받고 거래되는지 가치를 가늠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준만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희망 가격을 물어보고 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간극이 크면 의뢰자도, 우리도 서로 거절할 수 있다. 혹시 경매에 맡기면 경매사에서 마음대로 책정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다. 우리는 그저 중간 매개체일 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매가 있다면? 어려운 사람들의 대변자로 좋은 일을 많이 하신 고 홍남순 변호사의 편지 스크랩북이다. 그 편지 모음에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 경제, 문화, 종교계의 다양한 인사들과 주고받은 친필 편지들이 있었다. 시작가는 600만원이었는데 경쟁이 치열했고 최종 낙찰은 9,000만원이 넘었다. 의미 있는 물건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분이 매우 좋았다.
첫 구매를 희망하는 입문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우선 경매의 문턱이 높지 않다. 남루한 차림으로 가면 환영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그리고 경매라는 게 몇 천, 몇 억 하는 고가도 있지만 10만~20만원의 진품 고려청자도 있다. 입문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이다. 그리고 많이 보는 게 중요하다. 보는 눈을 키워야 안목이 높아지고 평가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도 생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갤러리AG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아이옥션(www.insaauc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