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배우 이지아의 시간

이제, 배우 이지아의 시간

댓글 공유하기
배우 이지아가 돌아왔다. 2014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 이후 2년 만이다. 복귀작은 구모 감독의 영화 ‘무수단’. 인생의 큰 파도를 지나 배우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이제, 배우 이지아의 시간

이제, 배우 이지아의 시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지아(38)에게는 여전히 과거의 시간들이 드리워져 있다.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수지니 역을 맡아 혜성같이 등장했을 때 대중은 그녀의 신선함에 환호하는 동시에 갑작스러운 발돋움에 의구심을 보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스타일’ 등을 통해 인기를 높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의 행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로 출신과 관련된 각종 괴이한 소문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2011년 불거진 가수 서태지와의 이혼 소송은 그녀의 이미지에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990년대 최고 스타의 숨겨진 아내로 살아왔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큰 충격이었고 이후 배우 이지아를 온전하게 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지 못하고 불안함 속에 하루하루를 이어가야 했다.

지금도 이지아는 대중 앞에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쌓아가는 중이다. 때문에 오랜만에 배우로 돌아온 그녀의 모습이 반갑다. 새 영화 ‘무수단’에서 이지아는 비무장지대 병사 살해 사건의 배후를 캐는 신유화 중위를 연기한다. 대한민국 여배우로는 드물게 특수부대 요원인 군인을 연기한 그녀는 지난여름 일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촬영 중 탈진해 실신까지 했을 정도로 힘겨운 작업이었지만 그렇게 배우 이지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세결여’ 이후 오랜만이네요.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즐겁게 촬영해서 그런가 봐요. ‘세결여’ 때는 스스로 밝게 말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회사에서 만든 작품을 했어요. 지난해 11월 방송된 SBS-TV 2부작 ‘설련화’에 출연했고요. 미국에 주로 있었어요.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뭘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잘 지냈어요.

공백기가 있다 보니 작품에 대한 갈증이 많았겠어요. 올해 소망이 ‘다작’이에요. 그동안 못했던 것만큼 많이 하고 싶어요. 주변에는 “소처럼 일하고 싶다”라고 말하고 다니곤 해요. 생각은 있는데 인연이 안 돼서 못한 작품도 있었고요. 출연하기로 했는데 상황이 안 돼서 놓친 경우도 있었죠. 작품을 많이 하시는 분들이 부럽기도 해요.

특수부대 요원이라니, 첫 영화 주연작으로 알고 있는데 의외의 선택이에요. 결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되는 것을 파헤친다는 설정이 좋았어요. 여성 장교가 국가 기밀에 투입되는 상황이 멋있어 보였는데, ‘고생하겠다’보다는 ‘한 번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영화 첫 주연이 아니라는 말도 있던데요? 7년 전에 한일 합작 프로젝트 ‘텔레시네마’의 일환으로 진행된 ‘내 눈에 콩깍지’에 강지환씨와 함께 출연했어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였는데 TV 방송과 함께 스크린에도 잠시 걸렸죠. 아무래도 정식 영화 제작의 방식을 거쳐서 개봉된 것은 이번 영화이기 때문에 정식 영화 데뷔작은 ‘무수단’으로 하고 싶어요. 항상 영화가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그래도 쉽지 않더라고요. 30회 차 촬영 중에 우기가 겹쳐서 촬영 기간 중 2주를 날렸어요. 낮 장면이 많았는데 산이라 낮이 짧기도 했고, 중간에 쉬는 일 없이 바쁘게 찍었어요.

김민준, 오종혁, 박유환 등 남자 배우들과 함께 연기했는데 홍일점이라 좋은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없었어요(웃음). 초반에는 잘해주는 것 같았는데 점점 촬영이 힘들어지다 보니 누가 누구를 챙길 만한 상황이 아니었어요. 군복도 입고 있고 위장까지 하니까 보호해야 할 여자로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어요. 어느 정도 각오를 한 상태였는데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전투복이나 총기 등이 실제와 같았고요. 하루 종일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화면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가파른 오르막이 있었는데 남자 배우들과 보조를 맞추다 보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죠. ‘역시 군인 영화는 다르다’라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촬영 중 쓰러졌다는 소식도 있었어요. 방독면을 쓰는 장면에서 잠깐 정신을 잃은 적은 있어요. 대역을 쓴다는 말에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국 아무도 안 오시더라고요. 촬영 중 며칠 동안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었거든요. 워낙 덥다 보니 체력이 많이 달렸죠. 독하게 마음을 먹었는데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여배우로는 드물게 특수부대 요원 역할이었어요. 나름 준비를 많이 했겠어요. 처음 시나리오 받고 이런저런 상상을 했어요. 겉으로 가장 드러나는 게 외모와 말투거든요. 제가 평소 목소리가 얇고 발성이 조용한 편이에요. ‘무수단’에서는 군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군인 목소리를 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중성적인 이미지도 있어요. 그래서 군인 역할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고요. 매력이라고 해주시니까 기분 좋네요. 첫 작품 ‘태왕사신기’에서 왈가닥 수지니 역을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제까지 출연한 작품 중엔 ‘세결여’가 가장 여성적인 배역이었어요. 중성적 매력이 있다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그 말을 제가 좋아한다고 하면 “진짜 남자 아냐?” 하는 이야기가 나올까 봐 겁나서 말을 못하겠어요(웃음).

이제, 배우 이지아의 시간

이제, 배우 이지아의 시간

액션 작품도 많이 했죠?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을 찍을 때는 제가 100% 액션신을 소화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안 알아주시더라고요. 같이 출연했던 수애씨는 대부분 대역을 하시다가 멋있는 니킥 한 방으로 빵 뜨시고(웃음). 그때 배웠어요. 웬만하면 중요한 장면이 아니면 대역을 쓰도 괜찮다는 걸요. 마음만 너무 앞서고 그랬었는데 앞으로는 효율적으로 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배우 이지아의 첫 단추가 될 영화 ‘무수단’은 이지아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큰 도전이었죠. 여군 역할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연기한다는 것이 여배우들에게는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도전했으니까 남다른 의미로 남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부디 저를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티켓 파워요?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열심히 했다는 사실만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후회 없이, 다작 배우가 목표
요즘 가장 재밌는 일은 뭐예요? 예전에는 평온하게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좋고 즐거워요. 가끔 와인도 마시고요. 아주 잘 마시진 못하고 서너 잔 정도? 노래방도 많이 가는 편이에요. 에이브릴 라빈 노래를 좋아해요. 제가 마이크를 잡고 앞으로 나가는 타입은 아니고요. 그냥 다른 분들이 부르면 맞춰서 부르는 편이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하나요? ‘셀카’를 잘 안 찍어요. 욕먹을 것 같기도 하고, 원래 SNS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닌데 요즘은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SNS를 생각하기도 하는데 한편으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인터넷 댓글을 챙겨 보는 편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잘 안 보게 됐어요. 그런데 안 봐도 그러한 상황을 다 전달해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악성 댓글에 무뎌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때요? 최대한 밝게 지내려고 하는데 결코 무뎌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SNS도 그래서 용기를 못 내고 있어요.

결국 연기를 통해 보여주는 방법뿐이겠군요. 예전에는 활발하고 왈가닥 역할들만 들어왔던 적이 있어요. 이제는 왈가닥이 아니고 심각하거나 수심이 가득한 인물이 들어와요. 뭔가 사연이 있거나 상처받은 어두운 캐릭터요. 저한테 사연이 많아 보이나 봐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요? 편안한 예능이면 좋겠어요. 토크쇼에 출연한 적은 있었는데 제가 이야기를 잘하지는 못하는 스타일이라.

나영석 PD 예능은 어때요? 출연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부탁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

배우 이지아에 앞서서 인간 이지아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요. 아무래도 ‘신비주의’를 필두로 한 많은 것들일 텐데요. 저를 보신 분들은 다들 “치밀해 보인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일 것 같다”라는 말도 들었어요.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사람이 많이 바뀌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뭘 준비하려고 하면 저도 이것저것 빼먹는 게 많아요. ‘헛똑똑이’ 소리를 듣기도 했고요.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 무척 긴장됐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날카로운 부분이 나왔나 봐요. 왜냐하면 그때는 실수를 하면 제게 큰일이 나는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후회는 별로 안 하는 편이에요. 스캔들 후 처음 ‘나도, 꽃’이라는 드라마를 택했을 때도 그랬고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후회는 안 했어요.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시기도 하고 배우로서 온전한 제 자리를 찾아가려고 해요.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하경헌(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