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마타하리의 매혹을 입다

옥주현, 마타하리의 매혹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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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이 뮤지컬 무대에 오른 지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명실상부 톱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선 그녀가 연기하는 ‘마타하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옥주현, 마타하리의 매혹을 입다

옥주현, 마타하리의 매혹을 입다

공연은 투쟁이다. 무대에 선 배우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관객들을 압도하는 힘을 발휘해야 한다. 한 발짝이라도 물러나는 순간 배우는 죽는다. 연기력과 가창력을 겸비해야 가능한 뮤지컬 배우라면 더욱더 투쟁심이 있어야 한다. 관객들은 어린아이와 같다.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떼를 쓰기 시작한다. 배우는 그런 관객들까지 이끌어야 한다.

배우 옥주현(36)은 자신과 관객과의 투쟁에서 승리한 배우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댄버스 부인의 전형을 만들며 풍부한 성량으로 대극장 객석을 압도했고, ‘엘리자벳’에서는 새장 속의 새처럼 갇혀 살기보다는 자유롭게 날기 원하는 엘리자벳을 기품 있게 표현했다.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로 다시 한번 그 시작점에 선 옥주현은 어느 누구도 아닌 옥주현만의 ‘마타하리’를 만들 준비를 마쳤다.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옥주현은 관능적인 춤과 신비로운 외모로 파리 물랭루주에서 가장 사랑받는 무희였던 마타하리의 삶을 격정적인 음악으로 표현한다. 옥주현을 가장 잘 아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아름다운 노래가 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새로운 나를 끄집어내는 무대
지난해 ‘엘리자벳’ 이후 ‘마타하리’로 돌아왔어요.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실존 인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마타하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이중 스파이, 사랑이 떠올라요. 점점 더 궁금해지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무대 위에서 마타하리의 사랑과 갈등이 스릴 넘치게 펼쳐져요. 제작 기간도 길고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에요. 대본과 노래가 완성되고 연습 시간이 가까워져오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 내게 남겨진 숙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불안함보다는 기대감이 훨씬 컸어요. 엄홍현 프로듀서는 작품을 올릴 때마다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작품과 배우를 대하는 분이에요. 독단적이지 않고 배우, 스태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 안에서 답을 찾아가는 스타일이죠. 그런 점에서 믿음이 갔어요. 제작사 역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온 회사이기 때문에 무대가 걱정스럽지 않았고요. 믿음과 신뢰가 가장 큰 이유였어요.

창작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인데 다른 무대와 다른 점이 있나요? 지도를 만들어가는 과정 같아요. 처음에는 의심이 갈 때도 있었어요. 다들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라 갸우뚱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연출가가 배우들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이끌었어요. 연출가 제프 칼훈 프랭크 와일드혼은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과연 이 장면에서 이 노래가 잘 어울릴까 하다가도 해보면 이해가 가더라고요. 아직 배울 게 많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연습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뭔가요? 마타하리가 첫 등장할 때 추는 ‘사원의 춤’이라는 넘버가 있어요. 마타하리는 비운의 운명을 가진 여자예요. 어린 시절 삼촌에게 순결을 빼앗기고 열여섯 살에 인도네시아 자바에 배치된 장교와 결혼하지만 비극은 멈추지 않아요. 여자로서의 순결도, 딸도 잃은 채 도망치듯 나체로 춤을 춰요. ‘마타하리’가 ‘해가 뜨는 것처럼 새롭게 태어난다’라는 뜻이래요. 춤을 추며 다시 태어나는 거죠. 이후 물랭루주에서의 험한 생활 속에서도 아침마다 의식처럼 ‘사원의 춤’을 춰요. 그만큼 중요한 춤이라 관객들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으로 춰야 해요. 관객들에게는 눈요깃거리가 돼야 하죠. 3분 동안 노래도 안 부르고 춤만 추는데, 이런 공연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부담이 가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춤을 잘 추는 무희 역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전에도 댄서 역을 한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비슷하게 섹시한 역할이 ‘시카고’의 록시 하트예요. 근데 마타하리는 록시 하트보다 더 치명적인 역할이에요. 몸짓, 손짓 하나하나가 매혹적인 여인이죠. 가만히 있어도 보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인물이니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아요.

감정 잡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요? 작가와 연출가가 준 정보가 가장 중요해요. 배우가 취할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기도 하고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많이 생각했어요. 폭풍 같은 삶 속에서 기적처럼 다가오는 사랑, 그마저도 순수하지 못한 사랑이지만 결국 차가운 가슴을 가진 그녀를 사랑에 눈뜨게 해요. 고난의 삶 속에서 새살 같은 사랑을 마주했을 때의 그 감정을 관객들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작가와 작곡가가 만들어낸 노래들이 마타하리를 입을 수 있게 해준 요소들이에요. 그 노래들을 잘 표현해야 마타하리와 가까워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에 정말 주옥같은 넘버들이 많아요. 다른 배우들의 노래까지 자주 흥얼거릴 정도예요.

지금까지 연기해온 인물 중 가장 노출이 많은 인물인데 걱정도 될 것 같아요. 무척 부담스러워요. 요즘 입맛이 더 좋아 큰일이에요(웃음). 관리를 해야 할 때는 혹독하게 하는 편인데, 이제 스타트해야 하는 시점이죠. 연습할 때는 규칙적인 식사를 하기 때문에 살이 올라요. 제가 먹으면 끝까지 먹는 스타일이거든요. 팀워크가 좋을수록 살이 찌더라고요. ‘사원의 춤’을 출 때 보석 달린 비키니를 입어요. 연습실은 곳곳이 헬스장이죠. 배우들이 틈만 나면 복근 운동을 해요.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내가 이럴 때가 아니구나’ 하고 좋은 자극을 받아요.

옥주현, 마타하리의 매혹을 입다

옥주현, 마타하리의 매혹을 입다

‘다이어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세요.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게 답이에요. 그것밖에 없어요. 최대한 헐렁한 옷을 입지 않아요. 감추면 긴장이 풀리거든요. 다른 배우들은 연습할 때부터 배를 드러내놓는데 전 아직 그렇게는 못해요. 드러낼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바싹 긴장해야죠.

작곡가인 프랭크 와일드혼의 극찬을 받았어요. 그런 평가를 들을 때마다 부끄럽고 땀이 나요.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 기대에 닿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죠. 결국은 믿음이 주는 하나하나의 요소가 모여서 내가 알고 있는 나 이상의 것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내가 이런 것도 끄집어낼 수 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나를 이끌어주는 상대를 만나는 건 보물섬에서 지도를 만나는 것과 같아요. 그런 면에서 배우 옥주현을 깨우쳐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연출가 제프 칼훈 그리고 상대 배우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에요.

후배들 이끄는 내공 깊은 멘토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소녀시대 서현씨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옥주현씨를 꼽았는데, 어때요? 서현이는 진짜 귀여워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평가를 해달라고 해서 서현이 집으로 찾아갔어요. 무대 위에서의 동선, 드레스를 입었을 때 움직임 등 노하우를 얘기해줬죠. 집에서 노래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노래할 수 있는 방음 박스를 갖춰놓았더라고요. 대견했죠. 제가 ‘위키드’에서 연기한 녹색 마녀 사진을 프린트해 자기 얼굴을 합성해놓았더라고요. 그걸 벽에 붙여놓고 저와 같이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꾸는 걸 보고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스스로 채찍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많아요. 길을 닦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뭔가요? 후배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면 참 좋아요. 끊임없이 노력하는 걸 알기에 응원도 많이 하고 있고요. 아이돌이 뮤지컬에 출연하면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각국에 팬들이 많고 국위선양을 할 수도 있어요. 다만 물리적으로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아 스스로 가장 불안할 거예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죠. 마음을 다해 열심히 하면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많은 가수들과 배우들의 ‘선생님’으로 통해요. 요즘도 배우들 레슨을 하나요? 레슨은 계속하고 있어요.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노래하지 못했어요. 저 역시 레슨을 받고 다양한 성대의 움직임을 연구하면서 하나하나 터득해갔죠. 그러한 경험이 있기에 변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가르쳐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노래와 연기에 대해 다른 배우들과 의논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업이기도 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오랫동안 레슨을 하고 있는 빅뱅의 대성이 가장 치유가 필요했던 케이스예요. 결절이 심해서 스스로 ‘라이브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해외에 갔다 오면 제일 먼저 레슨을 받고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만나 레슨을 하며 치료를 받았죠. 저도 성대 결절이 왔었거든요. 저 역시 ‘건강하게 노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주변 동료를 보면 그때 그 절실했던 심정이 떠올라요. 절실할 때 가장 치유가 빨라요.

얼마 전 핑클 멤버였던 이진씨가 결혼식을 올렸어요. 기분이 남달랐을 텐데요. 결혼식에 참석해서 화장도 해줬어요. 감동적인 기분이더라고요. 최근엔 화상통화를 자주하는데 전보다 자주 못 봐 안타깝기도 해요. 진이는 제 삶이 부러울 거예요(웃음).

명실상부한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됐어요.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이지나 연출가가 “지금 뮤지컬을 배우는 새내기들은 환경이 좋다. 왜냐하면 잘하는 배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선배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신인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전과 같은 존재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들으니 또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살아가고 싶어요.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김문석(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사진 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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