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벽 허무는 실력파 밴드 만드는 가수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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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벽 허무는 실력파 밴드 만드는 가수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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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상우가 ‘조금 다른 밴드’의 멤버를 공개 모집한다. ‘조금 다른 밴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밴드로 대중음악에 재능을 가진 뮤지션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오디션은 이상우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스타 나눔 캠페인]장애의 벽 허무는 실력파 밴드 만드는 가수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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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 밴드
적임자를 만났다는 말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었다. 1988년 MBC 강변가요제 ‘슬픈 그림 같은 사랑’으로 입상하며 데뷔한 이상우(53)는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비창’ 등으로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했고, 지난 1999년 연예기획사를 설립해 장나라, 한가인 등 톱스타를 발굴하는 능력도 보여줬다.

‘조금 다른 밴드’로 이름을 정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원래는 ‘특별한 밴드’였어요. 연출하는 감독이 “얘들이 특별한 데가 있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비장애인들이 보통 그렇게 착각을 해요. 근데 특별한 게 아니라 다른 거예요. 조금 다른 거죠.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특별하게 대해야 되기 때문에 서로 불편하고 힘들어지거든요. 장애인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바라는 것뿐이지 특별 대우를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특별한 밴드’가 아니라 ‘조금 다른 밴드’로 이름을 바꿨어요.

선발 기준이 궁금해요. 당연히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죠. 제가 장애인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하다 보니 음악 하는 친구들도 많고,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거든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저변이 생각보다 굉장히 넓어요.

선발 이후에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한마디로 전문 뮤지션을 만들기 위해 트레이닝을 시키는 거예요. 밴드의 성장 과정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해 공개하고, 앨범 제작 지원부터 대중음악 뮤지션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거죠.

어떤 어려움을 예상하나요? 큰 문제는 없어요. 지적장애인의 경우도 음악을 할 정도면 굉장히 뛰어난 거거든요. 의사소통이 다 되니까요. 지적장애 아이들의 특징이 “1시간 연습해” 그러면 꼬박 1시간을 연습한다는 거예요. 기가 막힐 정도로 요령이 없어요.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조승우 분)한테 100바퀴 뛰라고 하니까 진짜 100바퀴 뛰잖아요. 가감 없이 시키는 대로 성실하게 해요. 연습이 필수적인 음악에서는 굉장히 큰 장점이죠.

중증장애인 가산점도 있네요? 그건 당연히 있어야죠. 생각해보세요. 우리 애는 발달장애가 있는데, 소근육이 발달하지 못해 트럼펫 파지법(손가락을 구부리는 것)을 못했어요. 그거 고치는 데 2년 걸렸어요. 신발 혼자 신는 거, 6개월 걸렸어요. 윗도리 혼자 입는 건 6개월 넘게 걸렸고요. 얘들은 무언가 하나를 습득하려면 골백번을 연습해야 해요. 그러니까 똑같은 실력이라면 장애 있는 아이가 정상적인 아이보다 10배 이상의 노력을 했다는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가산점이 있어야죠.

장애인 밴드라고 해도 음악으로 승부해야겠죠? 물론 음악으로 승부해야죠. 정확하게 이해하셔야 하는 게, 우린 그냥 밴드를 뽑는 거예요. 실력 있는 사람을 뽑을 겁니다. 여태까지는 장애인 밴드를 뽑는 기획사가 없었어요. 왜일까요? 돈이 안 되니까. 왜 돈이 안 될까요?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으니까. 근데 소비자들은 정보가 없거든요. 그렇게 잘하는 친구들을 볼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다 묻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런 매니지먼트 회사를 하겠다는 거죠. 이게 처음에는 돈이 안 되니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기초 투자를 해달라고 제안해 시작된 거예요.

장애인 밴드에 대해 어떻게 어필하실지 궁금하네요. 마케팅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해요. 장애인들만큼 스토리 좋은 사람들이 어딨어요. 그 사람의 스토리를 알고 들으면 그 음악이 똑같이 들릴까요? 스티비 원더의 음악 좋죠. 음악 자체도 좋지만 그의 사연을 알고 들으면 또 다른 울림이 있잖아요. ‘장애라는 어려움에도 이렇게 밝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렇게 멋진 음악을 한다’, 이거죠. 마케팅 포인트는 그 주인공들이 이미 가지고 있어요.

기존의 장애인 공연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장애인 예술인들의 정기 공연 같은 걸 열잖아요. 그럴 때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지인들 동원해서 강매하듯이 티켓을 파는 거예요. 제발 그런 것 좀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티켓을 그렇게 팔고 공연을 학예회 수준으로 해버리면 ‘장애가 있으니까 연주를 이렇게밖에 못하는구나’라는 선입견이 생기잖아요. 그럼 사람들이 다른 장애인 공연에 돈 주고 갈까요? 당연히 안 가죠. 장애인 공연도 스토리를 잘 정비하고 무대 연출을 잘하면 일반 공연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을 안고 갈 수 있어요. 그걸 느낀 사람들은 다음 공연에도 자기 돈 주고 기꺼이 관람하죠.

가수 이상우와 밴드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밴드로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 성악을 했다가 본격적인 음악은 대학에서 밴드로 시작했죠. 밴드로 가요와 팝을 접했기 때문에 처음에 솔로로 가수 데뷔했을 때 뒤에 아무도 없어서 허전하고 힘들었어요. 나중에는 혼자 활동하는 것도 적응하게 됐지만 밴드에 대한 열망은 늘 있었죠.

특별히 밴드라는 형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음악 때문에 밴드를 생각한 건 아니고 여럿이 모여서 하는 게 취지에 맞는 거 같았어요. 또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게 밴드이기도 하고…. 제가 원하는 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회 안에서 함께 소통하고 누리면서 사는 거예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따로 격리시켜서 무슨 시설을 만들고 그런 건 정말 질색이에요. 그건 감옥이잖아요. 똑같은 인생이니까 그 가치를 똑같이 느끼게 하고 싶어요. 밴드도 결국 같이 살자는 거예요.

인생을 가르쳐준 스승 같은 아들 승훈이
이상우는 아들의 장애가 인생의 고난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감동이라고 말한다. 그는 2007년 KBS-1TV ‘인간극장’을 통해 발달장애 아들 승훈이를 공개했다. 전국대회에서 비장애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영 유망주 승훈군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수영 이후에 트럼펫을 배운 승훈군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부모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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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훈군이 트럼펫으로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트럼펫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방과 후 수업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 녀석이 반복 숙달을 기가 막히게 잘하거든요. 선생님이 16마디 불면 그 자리에서 바로 따라 불어요. 곧잘 하는 걸 보고 계속 가르치게 됐죠.

승훈군의 트럼펫 연주에는 어떤 강점이 있나요? 트럼펫 같은 관악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톤이거든요. 악기에도 보컬처럼 자기 톤이라는 게 있어요. 승훈이는 톤이 굉장히 풍부하고 좋아요. 금관악기는 테크닉을 부릴 수 있는 악기가 아니라서 원래 가지고 있는 톤이 그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죠. 톤이 좋다는 건 큰 강점이에요.

워낙 수영을 잘했기 때문에 그만둘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보통 애들은 하기 싫어도 이걸 이겨내면 나중에 어떤 영광이 있겠구나, 내가 뭐가 좋아지겠구나, 생각하면서 참고 견디잖아요. 근데 우리 애는 그런 설명이나 설득이 안 되니까 하기 싫은 걸 그냥 계속해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수영을 그만둔 것도 그래서예요. 대회 나가는 게 애는 너무 싫었던 거죠. 선생님이 푸시하지, 엄마가 푸시하지, 대회 분위기도 긴장되고 불안하지. 제가 그걸 눈치 채고 아내한테 그만하자고 했더니 기막혀 하더라고요. 10년 넘게 매달렸던 일인데 무슨 소리 하느냐고. 그래서 제가 “애가 안 좋아하잖아. 애가 싫다잖아. 그걸 우리 좋자고 하게 할 순 없잖아”라고 설득했어요.

수긍하시던가요? 아니요, 제가 졌어요. 아내가 하루에 차를 200km씩 몰았어요. 그게 아이 혼자서 의사소통이 어렵고, 뭐가 다 안 돼서 그 런 거잖아요. 그런데 수영장에만 가면 일반 애들하고 붙어서 이기는 거죠. 그러니까 여기저기 다니면서 움츠러들었던 아내의 어깨가 수영장 가서 쫙 펴지는 거예요. 그걸 제가 확인한 거죠. 그래서 “승훈아, 하기 싫은 거 이해하는데 엄마가 너를 위해 하루 종일 희생하니까 수영은 엄마 생각해서 좀 참고 해라” 하고 다독거렸어요. 그렇게 6개월 지나니까 아내가 그만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승훈군 공연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오케스트라 지휘하시는 분이 우리 애 트럼펫 선생님이거든요. 1년에 한 번 유스 오케스트라 발표를 하는데, 제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하셔서 수락했죠. 무대에서 1절을 부르고 간주가 나오는데 트럼펫 솔로가 들리는 거예요. 돌아봤더니 우리 애가 불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벅차고 목이 메어서 2절을 하나도 못 불렀어요. 그걸 보고 사람들이 다 따라 우는데, 그런 연출이 어디서 나오겠어요(웃음).

얘기만 들어도 짠한데 그걸 실제로 봤다고 생각해보세요. 완전히 감동의 도가니죠. 사람들은 그런 스토리에서 힘을 얻고 용기를 얻잖아요. ‘조금 다른 밴드’도 꾸미지 않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애들이 음악도 기가 막히게 잘하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고 자극도 받는 거죠.

승훈군으로 인해 어떤 부분이 가장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얼마 전에 아내가 묻더라고요. “신이 지금 당장 아들을 장애가 없는 상태로 돌려준다고 하면 당신 어떻게 할 거야?” 하고요. 그래서 “당연히 땡큐지”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자긴 싫다는 거예요. “그럼 승훈이랑 해왔던 그 세월이 다 없어지는 거잖아”라면서요. 그러곤 “지금의 승훈이가 좋아”라고 했어요. 들어보니 아내 말이 맞더라고요. 같이해온 세월이 있으니까, 그게 더 소중하니까. 그래서 “나도 싫어”라고 했어요. 승훈이를 만나기 전에 아내와 저는 엄청나게 미성숙한 사람들이었어요. 근데 승훈이를 키우면서 제대로 고민하게 됐죠. 뭘 위해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이렇게 사는 게 진짜구나, 라는 걸 가르쳐준 아이예요.

삶의 목표도 달라진 거 같아요. 처음 사업을 할 때는 돈이 목적이었어요. 내가 죽고도 아이는 평생 살아야 하니까,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 돈을 많이 벌자 그런 마음이었죠.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아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거든요. 애 하나 때문에 나머지 가족의 인생이 없어요. 이걸 해결하려면 선진화된 복지 정책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전무하잖아요. 그래서 작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게 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어울려 살 수 있는 문화, 예술 공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죠. 실제로 지적 장애인들이 가장 하기 좋은 것이 예술이거든요. 지금 용평에 3만 평 대지를 마련해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문화·예술 타운을 차근히 계획 중이에요.

이상우는 마지막으로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진 밴드를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같이 배우고 소통하며 성장하는 것이 ‘조금 다른 밴드’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번 오디션은 4월 6일까지 실시되며, 만 14세 이상부터 만 40세 미만의 장애인 및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지원 분야는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작사, 작곡으로 이뤄져 있으며, 지원을 원하는 사람은 자신을 소개하는 동영상 파일과 함께 이메일(audition@i-eum.or.kr)로 지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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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장소 협찬 / 사운드 시티(070-4866-6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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