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준(25)은 많은 이들에게 ‘형순’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2월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KBS-2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내아들 이형순 역을 맡은 그는 장채리 역의 조보아와 풋풋한 호흡을 맞추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휴식차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비로소 그 인기를 실감했다고 한다. 그의 얼굴을 알아본 한국인 관광객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이다. 높은 관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는 드라마 종영 한 달 만에 영화 ‘커터’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배우 최태준의 터닝 포인트
영화는 남성이 여성에게 합석을 제안하고 상대의 정신을 잃게 만든 뒤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괴담을 소재로 한다. 여기에 방황하는 시기를 보내며 폭력 앞에 내몰린 10대들이 가담한다는 설정을 더했다. 최태준이 연기한 ‘세준’은 눈에 띄는 훤칠한 외모를 가졌지만 누구도 다가갈 수 없을 만큼 차가움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돈이 필요하다는 친구 윤재(김시후 분)에게 은밀한 아르바이트를 소개한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로 생각했던 윤재가 거짓말을 하며 자신과 거리를 두자 그에게 점점 집착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세준은 세상 살기 쉬웠던 아이인 것 같아요. 가정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인기도 많고 절대 권력을 가졌으니까요. 그러다 일상에 윤재가 끼어들면서 호기심으로 그를 만났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요. 이 과정에서 집착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친구에게 무언가 바라지 않고 많이 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따지는 게 많아졌죠. 지금의 잣대로 캐릭터를 보지 않고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듯 세준과 윤재의 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우정이 애증으로 변하는 과정을 함께 연기한 김시후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촬영하면서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저보다 형이어서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대본 리딩 때부터 참 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촬영 기간 동안 잡담할 틈도 없이 하루에 많은 신을 촬영했어요. 평소 제가 장난기가 많은데 현장에서 김시후씨가 워낙 높은 집중력을 보여줘서 감히 장난을 칠 수가 없었죠(웃음).”
영화 개봉에 4월 방송 예정인 MBC-TV 주말드라마 ‘옥중화’ 촬영까지 겹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게다가 이번 드라마는 50부작으로, 54부작이었던 전작만큼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몸은 고되겠지만 좋게 보면 일복 터진 셈이다. 이런 페이스라면 그가 ‘충무로 기대주’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하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