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스러운 그녀, 임수정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단 한 줄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었을 정도로 이야기의 힘과 긴장감, 강한 이끌림이 느껴졌어요. 아주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이었죠. 고민할 여지없이 출연을 마음먹게 됐어요.”
1983년의 윤정과 2015년의 소은은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을 지닌 캐릭터다. 윤정은 같은 학교 음악 교사인 지환(조정석 분)의 연인으로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을 지닌 인물인 반면에 소은은 윤정과 똑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당돌하고 엉뚱한 매력을 가진 여자다. 30여 년의 시간 차를 두고 두 남자가 목숨 건 추격전을 펼칠 정도로 매혹적인 캐릭터의 탄생은 임수정이기에 가능했다. 데뷔 이래 매 작품마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사랑스러움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임수정이 같은 얼굴에 서로 다른 두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인 2역을 연기하다 보니 아무래도 고민이 많았어요. 비슷한 듯 달라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고요. 감독님께서 얽매이지 말고 최대한 편하게 하라고 조언을 해주셔서 감독님을 믿고 연기했어요.”
고민도 많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최고의 근무 환경’이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대 최고 훈남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온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조정석, 이진욱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두 분과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났는데 꾸밈없고 재미있는 배우들이에요. 조정석씨는 유쾌하고 개구쟁이 같은 매력이 있고 이진욱씨는 바라만 봐도 멋있죠. 이런 좋은 배우들이 참여하는 작품에 사랑받는 역할로 함께하게 돼 여배우로서 무척 행복했어요. 촬영하며 ‘내가 상대 배우 운이 좋구나’라는 걸 실감했어요.”
강원도 산속에서 살수차가 뿌려대는 찬비를 맞아야 하는 힘든 촬영 속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한편 임수정은 최근 달라지고 있는 드라마 제작 환경과 드라마 출연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드라마를 하지 않았어요. 힘든 제작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스스로 고민이 많았거든요. 영화를 사랑하는 한국 영화인의 일원으로서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바람도 있지만, 최근에는 사전 제작 시스템도 생기고 그런 드라마에 대한 반응도 좋아지고 있어서 드라마에 대한 마음도 커지고 있어요. 좋은 작품이 있다면 드라마로도 만나 뵙고 싶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