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깜찍한 안방마님 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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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깜찍한 안방마님 정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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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랑만큼은 보수적이죠. 바람둥이, 사고뭉치 남자는 싫어요”

막다른 곳에 몰려있는 고양이를, 아니 한 남자를 구원해준 정다빈의 옥탑방은 짐짓 열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정다빈에게는 잊을 수 없는 평생의 안식처가 될 것 같다. ‘옥탑방 고양이’의 남정은 역으로 시트콤 연기자라는 의심을 통쾌하게 날려버리고,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는 정다빈의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데뷔 4년만에 주연 맡은 드라마 대박(?)나 즐거운 하루

제 2의 ‘네 멋대로 해라’가 탄생하는 것일까. MBC-TV 미니시리즈 ‘옥탑방 고양이’가 요즘 최고의 화제다. 정다빈과 김래원의 코믹하고 톡톡튀는 연기와 가수 이현우의 배우 변신은 관심을 끈다. 특히 데뷔 4년만에 드라마 주연을 꿰찬 정다빈(23)에 대한 관심이 사뭇 뜨겁기만 하다.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는 이현우와 김래원 사이에서 애정전선의 갈등이 본격화 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정다빈이나 김래원, 불과 한달 전에 얼굴을 봤던 이현우도 그새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 당장 다음날 방영분의 촬영이 전날 새벽까지 이어진다니, 드라마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알 수 있다.

잠시 촬영이 주춤되자 그녀는 의자에 앉아 매니저와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이틀 밤을 새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람치고는 너무 좋은 상태의 몸이 아닌가. 어렸을 때 운동(학창시절 정다빈은 육상선수였다)을 한 전력 때문일까?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어요. 제가 밥을 얼마나 잘 먹는데요. 매니저 오빠랑 김만으로 밥통 하나를 비웠던 전적이 수두룩해요. 그리고 어젯밤부터 오늘 오후까지 한숨도 못잤어요. 그런데, 아무리 밤을 새도 아무 문제 없을 정도로 체력이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서인가…. 요즘 두 세시간 밖에 잠을 못자지만 낮에 별로 잠이 안와요. 다만 정신이 좀 없을 뿐인데, 촬영 들어가면 또 괜찮아지고. 장면이 많아지니까 오늘부터 약간 힘든 것은 사실이네요.”

또래의 연기자들처럼 무리한 스케줄 때문에 툴툴거리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예상했는데, 연예계의 어떤 일련의 룰쯤은 거뜬하게 알아버린 겉만 소녀 같은 성숙한 연기자의 모습이다.  열아홉살에 데뷔할 때는

‘내 속에 나만 가득차서’ 힘들었는데, 연기를 할수록 남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됐다는 정다빈. 남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시절에 급기야 한 남자와 옥탑방에서 ‘동거(?)’를 하게 된 셈이다.

어쩌면 볼품없는 옥탑방이지만, 이곳에서는 평상에 앉아 비오는 것도 볼 수 있고, 마음이 착한 사람에게만 들린다는 식물 자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랑도 알아가는 공간이다. 드라마의 여주인공 남정은에게 정다빈은 푹 빠져있다. 오랜 기간 터줏대감처럼 연기해와 정들었을 법한 시트콤 ‘논스톱’ 하차가 서운하지 않았을까.

“저는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아예 시도도 안하는 타입이거든요. 4년만의 주인공 역인데, 정말 제대로 하고 싶어요. 예쁘고 착한 역, 깎아놓은 인형 같은 멜로물의 주인공보다 남정은같은 배역이 더 매력적이에요. 극중 정은과 저는 너무 많이 닮았어요. 엄한 부모님, 그리고 골치 아픈 남동생까지…. 남동생이 군인인데, 드라마 인기가 높아져서인지 요즘 면회오라고 난리에요. 그리고 동정심 많고 자립심도 강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것도 저랑 닮았어요.”

스물한살 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지금은 싱글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주연의 대사량은 극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옥탑방 고양이’에서 정다빈의 대사량이 90%를 넘는다. 김래원, 이현우, 최정윤 등 등장인물들과 함께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 그녀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심지어 첫회 때, 1백20신 중 1백10신이 정다빈의 몫이었다니 그 부담감을 이해할 만하다.

“대사가 얼마나 많은지, 게다가 액션까지 있으니까요. 첫회 대본을 너무 많이 읽어서 대본이 뜯어졌을 정도라니까요. 대본을 볼때마다 느낌이 다 달랐거든요. 요즘은 현우 오빠의 연기가 눈에 띄게 느는 모습이 보여 재미있어요.”

극중 영어통역사 지망생인 그녀는 초반부엔 개인과외를 받았지만, 너무 바빠져 실제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이현우를 통해 영어를 많이 배운다고 한다. 온라인에 연재되었던 실제 옥탑방 고양이의 주인공들은 얼마 전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드라마 내용인 혼전 동거가 철없는 청소년들에게 붐이 되면 어떻게 할거냐고 조심스레(?) 물어봤다.

“동거는 정말 복잡한 문제 같아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허락 하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좋다는 이유만으로 그 나머지 것들을 무시하기 힘들죠. 동거요? 연예인이 동거라니 말도 안되죠.(웃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갈텐데. 저는 신문에 제 스캔들 기사가 나오는 것 정말 안좋아해요.”

극중 경민이 같은 남자친구라면 실제로는 너무너무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한다. 실제로는 쿨하지만, 사랑만큼은 너무 보수적이라고 털어놓는다. 자신만을 사랑하고, 바라보고, 생각해주는 남자친구를 원한다는 정다빈. 스물 한살에 만났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지금은 싱글이란다. 이 드라마를 하기 전까지는 외롭고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드라마를 촬영하다 보니 당분간 연애할 마음이 사라졌다며 웃는다.

'리틀 최진실'이란 별명으로 시작해, 각종 광고 모델과 드마라를 거쳐 시트콤에서 발랄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정다빈. 한때, 시트콤의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을까 내심 고민했다. 시트콤에서 보여줬던 맹하고 멍청한 캐릭터가 실제 그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서운했다. 언젠가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공개한 성적표는 온통 ‘수수밭(?)’으로 그녀가 공부를 잘했다는 주장을 입증해줬다.

데뷔 4년 만에, 첫 주연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의 기분은 어땠을까.

“케이블 TV 더빙할 때 매니저 오빠한테 그 소식을 들었는데, 계속 ‘진짜? 진짜?’만 연발했어요. 속으로는 좋아 죽겠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좋은 티도 못내겠고. 시청률이 잘 나와서 주인공으로서 면목도 서요. 흠흠(웃음)”

일주일 꼬박 드라마에 전력을 다하고, 주말에 ‘뮤직뱅크’ MC로 지방투어까지 다니는 정다빈.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거하게 술을 한 잔 하고 싶단다. 연신 감기는 눈으로, 미소를 잃지 않았던 정다빈의 배려는, 겉으로 보이는 얄팍한 친절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와 예의로 느껴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는 것도 힘들어 보였을 무렵, 더 이상 질문하기가 미안해 졌을 때도 “그러면서도 다들 물어 보시더라구요.(웃음) 에이 괜찮아요” 하고 끝까지 자신의 저녁식사 시간을 내주었다. 잠시 뒤 다시 이현우와 함께 드레스로 갈아입고 파티 장면을 촬영하러 새벽을 몽땅 써야 한다는 말에 그녀를 보내 줄 수 밖에 없었다.

무리한 스케줄 때문에 서너번 약속이 미뤄져 힘들게 만났던 만큼, 소중한 인터뷰 시간이었다. 결과라는 것을 생각할 때, 쳇바퀴 속에서 매일 노력만 하고, 그것을 잡기 위해 뛸 줄 모르는 스타를 주변에서 많이 본다. 뛰는 연습을 못한 것이다. 또 연습만 하고 정작 당면한 순간 앞에서는 숨어버리고,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정다빈은 결코 짧지 않은 힘들었던 세월의 경험이 퇴비가 되어, 스스로의 몫을 거둬냈다. 그녀는 노력의 참대가를 아는 ‘쿨’한 스타였다.

글 / 남미영(구성작가) 사진 / 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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