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드림’으로 출석 체크, ‘댄싱 퀸’으로 수업쫑!
장나라가 ‘불경스러운 일’을 벌인 것은 아닐까. 신성한 강의 도중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강의가 중반에 접어들 무렵 색깔 확실하게 튀는 흰 바지에 빨간 셔츠를 입고 나와 자신의 히트곡 ‘스위트 드림(Sweet Dream)’을 부르며 강의실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5일 오후 2시 서울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강의는 문화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다시 대학강단에 선 도올 김용옥 교수의 ‘역사와 인간’이란 강의였다. 수업에 빠져있던 6백여 명의 수강생들이 놀란 것은 당연하다. 이 사태를 진화한 것은 김 교수였다.
“쇼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중문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대중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딱딱한’ 강의 주제와는 다르게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 것은 ‘21세기에 첨단을 걸어가는 강의를 하겠다’는 김 교수의 의지 때문이었다. 장나라가 그의 강의에 참여한 것도 이런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언론인 생활을 마치고 중앙대에 최근 석좌교수로 부임한 김 교수가 현대를 대중문화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한 한 방편으로 이 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중인 장나라를 초빙해 노래를 부탁한 것.
이날 강의에는 장나라 외에도 금강산 사업을 주도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도 깜짝 등장해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김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일화를 들려주며 대북 사업은 현대 아산만의 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대 아산의 주식을 가짐으로써 남북사업에 기여할 수 있어요. 내년에 현대 아산의 주주들과 함께 금강산에 가 평화의 동산에 유실수를 직접 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강연을 듣는 중앙대 학생들의 금강산 MT를 제의했으며 김 사장은 이에 흔쾌히 응하면서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사장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 대한 질문에는 “이제는 눈물을 닦아야겠다”며 “정 회장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해야하겠고 더는 울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훨씬 더 잘 나가는 강의를 해서 학생들이 미국으로 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장나라는 강의 시간 내내 연단을 떠나지 않고 김 교수의 강의를 경청했으며 이날의 강의는 강의실을 가득 메운 6백여 명 학생들의 열띤 호응 속에 장씨가 왕년의 인기그룹 ‘아바(ABBA)’의 노래 ‘댄싱 퀸(Dancing Queen)’을 부르면서 끝났다.
한편 지난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중국 북경을 방문했던 장나라는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영화 4편과 드라마 3편 등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돌아왔다. 이번 중국 방문은 9월 12일 중국 북경 노동자경기장에서 열린 MTV 차이나 어워드에서 ‘올해의 한국 가수상’을 수상하기 위해서였다.
글 / 강석봉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