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 드라마 ‘천생연분’이 뜨고 있다. 첫 회 방영 이후 시청률 상위에 랭크되며 승승장구다. 데뷔 후 유부남 연기도 처음이지만 연기자와 가수 외에 다른 활동은 거의 하지 않던 안재욱이 인터넷 쇼핑몰을 직접 운영해 화제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그를 만나보았다.
아름다운 외도, 장난감 쇼핑몰 오픈

지난해 12월, 안재욱(34)은 어린이 완구 전문 인터넷 쇼핑몰 ‘토이우기(www.toywookie.com)’를 오픈했다. 그동안 각종 사업 참여 권유가 많았으나 연예 생활에만 전념해왔다. 그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수익금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내용을 접하고 나서다. 이 소식을 듣고 어린이를 무척 좋아하는 그가 선뜻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금 마련을 통해 치료 활동을 벌이는 것뿐만 아니라 어린이 당뇨 예방 행사와 캠페인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안재욱은 이미 연예인들이 주축이 된 동호회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에도 가입한 상태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모임엔 장동건, 안성기, 정선경 등 국내 유명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안재욱과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가입한 상황. 결국 힘겹게 살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도 그리 놀라운 건 아니다.
안재욱의 어린이 사랑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재욱이의 제안’ 코너에서 좋은 엄마 좋은 아빠, 아이들의 자존심, 함께 떠나는 여행, 이사는 싫어요, 두려워하지 말아라 등의 제목으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좋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한 10가지 습관을 소개하고 아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방법도 알려준다.
막 분장을 끝내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며 한창 준비 중인 안재욱을 만났다. ‘천생연분’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후 극에 맞게 선택한 헤어스타일이라고 한다.
“일명 바람머리라고 하죠. 손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만든 머린데, 극중 석구 이미지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평상시에도 이 머리로 다녀요. 석구는 절 생각하면서 만든 배역 같아요.”
데뷔 초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할 정도다.
“‘천생연분’ 팀과 자주 술을 먹는 편입니다. 거창한 건 아니구요. 조촐하게 모여 앉아 마시는데, 아무리 많이 먹어도 다음날 얼굴이 붓거나 피부가 나빠지지 않거든요. 타고났나 봐요.(하하)”
세월이 흘러도 그의 모습은 여전하다. 밝은 미소와 걸쭉한 농담으로 주위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연기에 몰두하는 모습은만은 연기의 연륜을 말해주고 있다. 강한 애드립과 같은 장면을 반복 촬영하더라도 매번 다른 대사 구사력은 타고난 ‘끼’만으로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메이크업, 헤어를 하면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극의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고민하며 분석한다.
“감독님, 이 부분은 제가 확실히 이해를 못하겠어요. 고개를 흔들면서 얄밉게 노래 부르는 게 어떨까요?”
5회분을 찍던 도중 안재욱은 잠시 뜸을 들였다. 은행 결산을 소홀히 해 상사에게 혼나고 자리로 돌아온 그는 동료 지상렬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장난기 섞인 연기를 펼쳐야 했다.
“은행 직원인데 상사에게 혼나고 엉덩이 들썩거리면서 춤까지 춘다는 게 오버 아닌가요?”
NG를 내고 무척이나 쑥스러워했다. “엉덩이가 의자에 가만히 못 앉아 있네~” 순간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엉덩이가 의자에 가만히 안 붙어 있네!로 다시 할게요!” 5번의 NG를 내면서 고개를 파묻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솔직했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지켜보고 있지만 감독에게 신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기도 했다. 1초의 촬영을 위해서 10분 가량 시간을 보냈다. 같은 상황을 녹화하고 있었지만 매번 다른 대사가 튀어나왔다. 휘파람을 불다가 노래를 불러보기도 했다. 고개를 흔들며 귀엽게 부르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갑자기 튀어나온 노랫소리에 다들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웃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이거 드라마 ‘천국의 계단’ OST예요.(하하)”
촬영 현장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살벌한 촬영 현장이라기보다 드라마 내용처럼 쾌활하고 상큼한 분위기가 종종 연출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내놓은 즉석 콘티
“석구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가슴 따뜻하고 마음 여리지만 얄미운 모습은 정말 비슷해요. 하지만 연상녀를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석구는 종희(황신혜)와 결혼했다. 서른한 살 석구는 20대 여자들의 꽁무니만 쫓아다녔다. 그러다 친구의 누나인 종희를 만나게 됐다. 잘 사는 집안 딸인 종희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사랑이 싹튼다.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찍을 때 현장에서 안재욱이 즉석 콘티를 내놓기도 했다.
“3회 방송중 공항에서 애인인 황신혜에게 공개 프로포즈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장면을 놓고 여러 가지 의견이 많았거든요. 스튜어디스인 애인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은 공항에서 프러포즈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했죠. 감독님이 좋다며 제가 말한 콘티대로 촬영했습니다. 이럴 땐 저도 무척 보람을 느낍니다.”
이 장면에서 카트 밀던 사람은 동시녹음기사였다고 한다. 외국인을 섭외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급한 나머지 스태프를 한 명을 투입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촬영중에도 짧은 대사 하나를 위해 동선을 짜기도 한다. 은행 여직원으로 나오는 출연진에겐 연기 교육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사를 빨리 쳐! 툭툭 던지는 대사 한마디에 의미를 두면 안 돼. 그럴 땐 중간에 호흡을 넣어주면 안 되는 거야. 주고받고 민첩하게 지나가야 해. 짧은 순간이라도 시청자들은 지루할 수 있거든. 은행 직원은 은행 직원다워야 해. 평상시에 이야기하듯 하면 되거든. 가족이나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말 하나하나에 의미 두지 않잖아. 연기를 하지 말고 대화를 한다고 느끼란 말이야.”
출연진들은 안재욱이 던지는 멘트에 귀를 기울이며 배우고 있었다. 은행 밖으로 나와 독백하는 신을 촬영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와이셔츠만 입은 채로 전화를 받는 신이다. 새엄마에게 온 전화를 받는 부분이다. 대사를 끝내자마자 “춥다. 들어가자”는 감독님의 사인에 “대사 한마디 더 해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안재욱은 소리친다. “맞다. 너무 추워서 내가 깜빡했다. 다시 레디고!” 극의 흐름을 완전히 꿰고 있었다. 진택(김명국) 촬영분이 둘로 나뉘어 있었다. 안재욱과 불륜 관계로 이어질 오승현과 촬영분이 중간에 있었다. 오승현과는 이후에도 계속 촬영을 해야 했다.
“승현아! 진택이 형님과 하는 신 먼저 찍자! 형님 먼저 보내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라.”

진택과의 신을 먼저 찍기로 결정했다. 스태프들이 나서기 전에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촬영이 먼저 끝난 연기자가 빠져 나가자 “수고하셨습니다”란 인사도 빠지지 않고 한다. 스태프들은 안재욱을 좋아했다. 한 스태프는 “잘 챙겨주세요. 예의도 바르구요. 술도 몇 번 먹었는데 소박하고 소탈해요. 혼자 끝까지 남아서 술 취한 사람 챙겨주곤 합니다. 싸고 맛있는 음식점은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예요. 황신혜씨에게도 가르쳐주더라구요. 방송에선 재미있는 캐릭터로 비쳐지기도 하는데요, 그런 면도 있지만 안재욱씨의 매력은 진솔함입니다.”
다른 촬영팀보다 한두 시간 빨리 촬영이 끝나면 가까운 식당에서 회식 자리를 준비하며 기다리기도 한다. ‘천생연분’ 스태프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안재욱이 NG를 냈는지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자신이 만족스럽지 못해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 전엔 너무 자연스러워 연기인지 생활인지 쉽게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이다. 미술 소품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은 안재욱과 작업을 하면 수월하다고 표현한다.
“서류 하나라도 철저히 준비하는 스타일이에요. 저희가 준비해가기도 하지만, 안재욱씨는 본인이 준비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돌돌 만 서류 하나라도 자기 손에 딱 맞게 다시 만들어내더라구요. 극중 사용하는 휴대폰은 촬영 현장에 도착하면 먼저 찾아요.”
철두철미한 배우 안재욱이 드라마를 더욱 빛내고 있다.
글 / 강수정(객원기자) 사진 / 박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