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불혹. 결혼 10년 차.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형이자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두 가지 사업의 대표, 방송인…. 이상우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애착을 갖는 일은 청바지 브랜드 사장. 중학생 때부터 꿈이던 사업가가 된 지 햇수로 5년. 늘 미래를 향해 달리는 남자 이상우의 짧고 굵은 이야기.
장나라·한가인 키운 주인공 세계적인 청바지 브랜드 아시아 판권 따내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 오늘은 그녈 세 번째 만나는 날…’ 10년이 조금 더 된 노래. 그래도 한번 들으면 흥얼흥얼 입 안에서 끊임없이 감도는 맛깔나는 노래. 이 노래의 주인공인 가수 이상우(40)를 만났다. 세월이 비껴간 듯 예전의 웃음과 목소리를 그대로 간직한 남자. 그러나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는 예전의 이상우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요, 인터넷 덕분에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에요. 패션에 대한 정보는 엄청 빨라요. 하루가 다르다니까요. 이런 세상에서 소비자를 100% 만족 시키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죠. 말 그대로 ‘맞춤형 고객 서비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춰가는 서비스를 해야만 비즈니스가 되죠. 패션 사업, 이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가수 이상우만을 생각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지 5년이나 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지난 88년 강변가요제 입상을 시작으로 가요계에 발을 디딘 이상우는 ‘슬픈 그림 같은 사랑’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등 다수의 히트곡을 간직한 가수. 지금도 그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간간이 얼굴을 비추는 방송과 고정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미사리 무대에서 라이브를 한다. 이상우는 자신이 지금까지도 노래를 부르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한다.
“지난날 저와 함께 방송 출연했던 가수들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아직까지 노래 부를 수 있고 그 노래를 들어주는 팬들이 있다는 게 고맙죠. 사업하면서 노래하고 방송 출연까지 하려면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둘 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요즘은 이상우가 세 명쯤 됐으면 좋겠어요.”
기자가 찾아간 그 시간에도 이상우는 회의중이었다. 5년 전 시작한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바쁜 와중에 그는 한 가지 사업을 더 시작했다.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청바지 브랜드 ‘프랭키 비’의 대표이사가 된 것. 이 브랜드는 지난 연말 동아 TV 패션 뷰티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스타일리스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연예인, 모델 등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이 선정한다. 때문에 ‘올해의 스타일리스트상’을 수상한 브랜드는 국내 패션리더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멕 라이언, 브리트니 스피어스, 기네스 팰트로 등 세계적인 톱스타들이 즐겨 찾는 청바지로 알려져 있다. 프랭키 비가 국내에 들어온 것은 약 10개월 전이다. 현재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유일한 매장이 있을 만큼 국내 사업은 이제 초반가다. 하지만 세계에서 ‘국민 1인당 가장 많은 청바지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로 뽑힐 만큼 청바지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 프랭키 비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 것은 당연한 일. 덕분에 프랭키 비는 국내에 상륙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올해의 스타일리스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청바지가 몇 벌쯤 될 거 같으세요? 서너 벌쯤 될거라구 생각하죠? 조사에 의하면 평균 6벌의 청바지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청바지 시장의 매출이 6조원에 달한다면 믿겠어요? 특히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청바지라면 갖고 싶지 않겠어요? 프랭키 비가 국내에 상륙하기 전부터 일부 마니아들은 인터넷을 통해, 혹은 보따리 장사들을 통해 프랭키 비를 구입했을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청바지 사랑은 특별해요.”
이상우는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프랭키 비를 판매할 수 있는 아시아 전역 판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미국 본사에서도 유일무이한 일로 그의 사업 수완이 어느 정도인지를 눈치채게 해준다. 그는 2004년은 프랭키 비를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한다. 일단 올 3월경 한국과 홍콩에서 매장을 오픈할 예정. 덕분에 올해는 “이상우가 세 명이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만큼 바쁘게 출발했다. 사업가 이상우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에게 결혼 10년 차 남편으로서 이상우에 대해 질문했다.
“10년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에게 적당히 맞춰져 있어요. 포기할 것과 싸울 것, 양보할 것 등. 그렇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이게 좋다 싫다고 말할 것은 없어요. 다만 결혼 초부터 아내와 한 약속은 지금도 지키려고 해요. 일주일에 하루는 가족을 위해서 쓴다. 그런 날은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해요. 우리 집사람 말이 ‘우리 동네 아줌마 중에서 신작 영화를 빼놓지 않고 개봉관에서 보는 아줌마는 나밖에 없대’라고 하더군요. 집사람은 처녀 때부터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였어요. 아직도 패션 감각이 살아 있죠. 그중에서도 청바지 스타일은 웬만한 아가씨보다 예뻐요. 그런 아내에게 프랭키 비 청바지를 보여줬더니 ‘예쁘다. 근데 나는 못 입겠다. 이거 특별한 사람들만 입는 거 아냐?’라고 하더군요.”

바쁜 와중에도 매일 오전 시간은 몸 관리를 위해 비워두었다. 일도 가족도 모두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열심히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올 여름 유행할 패션을 위해 미리 몸 만들기를 하는 중. “올 여름에는 ‘배꼽은 가리고 그 아랫선을 내보이는 패션’이 유행할 것”이라는 게 이상우 사장의 패션 예견이다.
“사업가는 따뜻한 가슴과 스마트한 머리와 리더십이 있어야 해요. 마음 좋고 계산 잘한다고 해서 사업가가 되는 건 아니죠. 지켜봐주세요. 앞으로 ‘괜찮은 사업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 아무리 바빠도 노래는 계속할 거예요. 방송 출연도 할 거구요. 그러니까 가수 이상우로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전 노래 부를 때, 정말 행복해요.”
따뜻한 눈웃음, 또박또박한 말투, 정감 어린 목소리…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의 뇌리에 남은 그의 이미지다.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현재보다 과거가 궁금한 사람이 있는 반면, 지금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도 있다. ‘발전’이라는 단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이상우와 헤어지며 그의 10년 후 모습이 기대됐다.
글 / 경영오 기자 사진 / 박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