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이미지의 가수 박지윤이 연기자로 복귀했다.
지난 94년 ‘공룡시대’와 99년 ‘고스트’ 에 출연한 후 일체의 연기활동을 중단했던 그녀가 5년 만에 드라마 ‘2004 인간시장’으로 브라운관에 복귀한 것. ‘여자 박진영’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돌아온 박지윤과의 색다른 미팅.

가요계 섹시 코드의 중심에 있던 박지윤. 그녀에겐 ‘여자 박진영’이라는 닉네임이 따라 붙곤 했다. 독특한 음색으로 국내 가요계의 정상을 차지했던 그녀가 요즘 드라마 ‘2004 인간시장’에서 열연하고 있다. 촬영장에서 만난 그녀는 예상보다 낯가림이 심했다. ‘과연 섹시한 의상과 춤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녀가 연기자 박지윤과 같은 인물인가?’ 싶을 정도였다. 요즘 그녀는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화려한 무대 의상을 벗고 청바지로 갈아입은 상태.
박지윤에게 지난해는 매우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지난해 발매된 6집 앨범 「Twenty One」이 기독교 윤리실천위원회와 여론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어 선정성에 휘말혔던 것. 2개월도 채 안 돼 활동을 중단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음주 운전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전 소속사(JYP)와의 법적 분쟁과 전속 계약 결렬이 그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진짜 힘든 시간이었어요. 캄캄한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힘들 때마다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 연예인이 된 것에 회의도 느꼈지만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어요.”
올해 초 그녀는 기획인 ‘인트레피드’와 6억원에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동안 발휘하지 못한 연기력도 펼쳐 보이고 ‘박지윤답다고 느낄 만한’ 음악도 선보이고 싶다. 우선 ‘2004 인간시장’의 출연을 계기로 이미지도 쇄신하고 연기의 열정도 시험하고 싶단다. 그러나 박지윤은 지난해 SBS 드라마 ‘첫사랑’과 KBS-2TV의 ‘로즈마리’에 출연을 결정했다가 번복한 사실이 있어 ‘양치기 소녀’라는 별명도 있다. 때문에 드라마 ‘2004 인간시장’의 제작진들은 막판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는 후문. 그때의 일에 대해 박지윤은 SBS 드라마 ‘첫사랑’“계약을 파기한 것이 아니라 계약이 불리해 피치 못하게 중도에 포기한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KBS-2TV의 ‘로즈마리’는 제의만 받은 것인데 언론에서 확대 해석한 거라고.

“오래 전부터 연기에 대한 미련을 가졌어요. 그러나 가수로 데뷔하면서부터 시간 여유가 없었죠. 한 가지만 전념하자는 생각에서 가수를 선택했어요. 워낙 가수로 이름을 빨리 알렸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섹시한 가수라는 타이틀보다는 연기자 박지윤이 되기 위해 노력할래요.”
드라마 ‘2004 인간시장’의 첫 회가 방송된 후, 본인은 물론 보는 사람들도 많이 어색해했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열정만으로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카메라 앞에 서면 괜히 긴장을 하고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당황할 때도 종종 있다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극중 인물 오다혜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드라마 ‘2004 인간시장’의 오다혜는 청순하면서도 당찬 신문기자. 정의감에 불타는 장종찬에게 모진 말도 하고 구박도 하는 현실파지만 뒤에서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순정파. 박지윤은 최근 신문기자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고, 촬영장을 방문하는 기자들의 행동 하나하나도, 유심하게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랫동안 가수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킨 그녀지만 겸손함과 솔직함이 묻어난다.
“예전에 보여드렸던 섹시함은 제 성격과 맞지도 않고 제가 원한 것도 아니었어요. 제 음반의 제작자였던 박진영씨가 여러 모로 성적인 부분을 부각해온 터라 섹시함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보니 ‘여자 박진영’이라는 소리도 들었죠. 지금까지의 가수 활동이 다소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그동안 모범적으로 활동한 만큼 앞으로도 좋은 관계로 남고 싶어요.”

올 가을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인 박지윤은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단다.
박지윤은 얼마 전 서극 감독으로부터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다. 이번 기회가 중국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그러나 현재 그녀의 관심은 ‘2004 인간시장’의 오다혜에 집중.
“오다혜라는 여자는 저라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많아요. 그래서 요즘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꺼내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털털하고 당찬 오다혜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재미있어요. 촬영 전날은 잠을 설칠 만큼 오다혜와 만나는 게 설레고 기다려져요.”
올 봄, 섹시함을 벗어던진 박지윤의 새로운 매력에 푹 젖어들 것 같다.
글/강승훈(객원기자) 사진/이유미(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