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엔드’ ‘무사’ ‘와니와 준하’ 등 지난 작품들을 돌아볼 때 주진모가 코믹 영화에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니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영화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기름기가 쏙 빠진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영화 ‘라이어’ 촬영장에서 만난 주진모는 올 봄 거짓말쟁이가 되어 웃음 폭탄을 몰고 올 전망이다.
#영화 ‘라이어’ 촬영장
“으악~ 진짜 세게 때리네. 장난 아닌데…”

이 장면은 배신을 당한 여배우와 어떻게든지 상황을 모면하려는 주진모의 감정이 잘 흘러나와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신. 그러다 보니 여배우들은 연기에 몰입, 주진모의 따귀를 때리는 대목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팔을 휘젓는다. 잠시 촬영이 중단될 때마다 주진모는 양볼을 어루만지며 “진짜 세게 때리네. 아프다”며 푸념을 한다. 하지만 감독의 ‘액션’ 소리가 떨어지면 또다시 완벽하게 ‘따귀 맞는 남자’로 돌아간다.
주진모의 매 맞는 장면은 다섯 번의 NG 끝에 어렵게 OK사인이 떨어졌다. 촬영 스태프들은 ‘짝’ 소리가 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돌린다. 그만큼 리얼했다는 얘기. 그러나 당사자인 주진모는 굵직한 목소리로 “진짜 아프네”만 연발한다. 그 곁에서 송선미와 서영희, 두 여배우는 몸둘 바를 모른다.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주)진모를 도와주려면 한 번에 제대로 하는 거야. 봐주지 말고 진짜로 때리란 말이야. 배신을 당한 걸 알았으니 얼마나 화가 나겠어. 감정을 실어”라하며 감독은 더욱 리얼한 연기를 요구한다. 불쌍한 주진모… 그래도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왜일까? 그 이유는 영화 ‘라이어’ 속에 숨어 있다.
#영화 ‘라이어’ 스토리
“거짓말만이 살 길이라 믿었던 남자의 최후!”
얼짱, 몸짱, 성격짱인 모범 택시 운전사 정만철. 그는 여자를 울리지 못하는 인정 많은 성격 탓에 두 여인의 사랑을 뿌리치지 못한다. 이름하여 양다리. 스릴 만점&애정 만점의 섹시녀 오정애(송선미 분)와 마음의 고향처럼 푸근한 여자 양명순(서영희 분)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두 집 살림을 하는 정만철은 우연한 사고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두 여자 덕분에 다른 남자들보다 두 배로 행복할 거라고 믿었던 자신의 생일날 느닷없이 현상 수배범을 잡은 것이다.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다니… 그러나 후회해도 때는 늦으리.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병원에 누워 있다가 눈을 떠보니 그는 ‘용감한 시민’이 되어 있었고 온갖 매체의 기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박 형사(손현주 분)는 얼떨결에 현상 수배범을 잡은 만철이 밉기만 하다. 심지어 만철과 현상 수배범의 사이를 의심해 박 형사는 만철에게 집으로 가자고 한다. 그런데 만철은 집을 공개할 수가 없다. 지난 1년 동안 ‘새벽 3시에는 명순에게 오전 7시에는 정애에게’라는 스케줄을 고수하며 살았는데 도대체 집을 공개하라니 어느 여자의 집으로 가야 한단 말인가? 여기에 특종을 노리는 김 기자(임현식 분)까지 합세해 만철을 곤란하게 만든다.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 만철. 그런데 이 거짓말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생일날 사라진 애인을 찾기 위해 두 여자가 출동한다. 만철은 죽마고우 노상구(공형진 분)에게 사정을 말하고 도와줄 것을 애원한다. 그러나 무능한 백수 상구의 거짓말은 어찌나 어설픈지 만철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다. 진짜 라이어가 되어야 하는 만철, 그의 앞날은 어찌될 것인지…
#영화 캐스팅 스토리
“주진모도 코미디 연기하냐구요? 그런 소리 마세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무슨 생각으로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으로 주진모를 캐스팅했냐?”고. 근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캐스팅은 옳았다는 거예요. 우연한 기회에 아주 잠깐 주진모라는 배우를 만났어요. 그때 ‘이 배우에게는 이중적인 매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눈빛에서 느껴지는 아웃사이더적인 면의 이면과 정반대의 캐릭터가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제 느낌을 믿었고 4개월가량 함께 영화 촬영을 하면서 확신했어요. 아마 관객들도 저와 같은 느낌을 가질 거라고 믿습니다.“
영화 ‘라이어’는 권상우, 김하늘 주연의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친숙해진 김경형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코미디 영화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관객 5백만 명을 기록한 대작(?). 당연히 김 감독의 새 영화 ‘라이어’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특히 ‘라이어’는 김 감독이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연출하기 전부터 욕심을 낸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나도 코믹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코미디와 잘 어울리는 배우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까 탐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감독님만 믿고 출연했어요. 솔직히 촬영 초반에는 너무 긴장을 해서 힘들었어요. 코믹 영화니까 배우인 제가 웃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배우는 배우일 뿐이에요. 감독의 연출에 맞춰 시나리오대로 성실하게 연기하면 되는 거였어요. 코미디는 작품의 장르일 뿐이지, 내가 오버 액션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더라구요. 그 모든 것을 이번 작품을 통해 배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주진모의 달라진 모습 ‘라이어’에서 확인해주세요.”
#영화 ‘라이어’의 배우들
“가족 모임 같은 촬영장 분위기, 우리 계 모임할까?”
영화 ‘라이어’의 촬영이 모두 끝났다. 4개월간 합숙하다시피한 배우들은 ‘계 모임’ 운운하며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촬영 막바지에 영화사에서는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원래 그런 자리는 영화 초반에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영화 ‘라이어’팀은 촬영에 몰두하다가 조금 늦은 타이밍에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임현식 : 우리는 진짜 즐겁게 촬영했어요. 나는 개인적으로 베드신이 없었던 게 좀 아쉬워요. 다음 작품에서는 양식이 아닌 한정식 스타일의 베드신을 하고 싶어요. 아주 고풍스럽고 우아한 한복의 자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베드신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상 끝!
손현주 : 형님은 무슨 그런 말씀을. 안녕하세요. 저는 임현식 선배님과 함께 영화 ‘라이어’의 투톱(주인공)을 맡은 손현주입니다. 아~ 이런 아무도 안 웃네. 웃길려구 한 얘긴데…
공형진 : 저희 영화의 촬영장 분위기가 대충 이렇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고 즐거워요. 특히 임현식 선생님과 손현주 선배님의 애드리브 때문에 촬영장은 늘 웃음 바다였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주진모씨는 선 굵은 연기를 많이 해서 코믹 영화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까?걱정했는데 기우였습니다. 몸이 유연하다고 해야 할까? 암튼 순발력이 뛰어난 배우예요.
주진모 : 코믹 연기를 한다는 것에 부담이 컸는데 (공)형진이 형이 너무 많이 도와줬어요. 덕분에 만족스런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공)형진이 형한테 너무 감사하죠. 형 아니었으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공형진 : 영화 ‘무사’ ‘와니와 준하’ ‘댄스댄스’ 등에서 주진모라는 배우는 진한 캐릭터였어요. 근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어요. 그렇게 변하는 게 배우거든요. 그래서인지 촬영 내내 (주)진모씨가 예뻐 보이고 사랑스러웠어요. (주)진모씨는 제가 많이 도와줬다고 하는데 저는 (주)진모씨가 있어서 의지가 되고 좋았어요. 한 가지 괴로웠던 점은 임현식 선생님이랑 손현주 선배님의 애드리브 때문에 NG가 많았다는 것. 하하하! 모두 즐거운 기억이죠.
#영화 밖 이야기
“애인이오? 노코멘트. 올해는 한류 스타 대열에도 낄 예정”

유재은씨는 지난 95년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해 현재 여성의류 브랜드 까뜨리네뜨의 카달로그 모델로 활동 중.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다가 1년 전쯤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주진모의 측근에 의하면 두 사람은 ‘좋은 감정을 갖고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란다. 그러나 영화 ‘라이어’ 촬영 때문에 두 사람의 데이트는 한동안 중단된 상태. 촬영 스태프들과 합숙하며 지낼 만큼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 데이트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영화 촬영은 끝났지만 그들이 데이트를 하려면 한동안 힘들 듯. 이유는 주진모가 한중 합작 드라마에 캐스팅됐기 때문.
“영화 ‘비천무’를 드라마로 만들어요. 한중 합작이기 때문에 한동안 중국에 머물 예정이에요. 모든 촬영을 중국에서 하거든요. 총 제작비가 40억원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대작인 만큼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관심이 큰 작품이에요. 올 해는 ‘비천무’와 함께 중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할 예정이에요. 저도 한류 스타 대열에 낄 좋은 기회잖아요.”
2004년, 배우 주진모의 출발이 좋다. 드라마 ‘때려’에서 보여준 그의 가슴 따뜻한 연기가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벚꽃이 활짝 피는 봄, 주진모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럼 관객들은 그를 향해 크게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
글 / 경영오 기자 사진 / 박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