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하나.다시 찾은 희망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아이들이 어려서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리 좋지 못하다. 촬영 전날에는 한참동안 환희랑 놀아준다. 수민이는 아직 엄마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환희는 엄마를 닮아서인지 자신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 엄마를 닮은 면이 많은 모양이다. 그녀가 대본을 손에 쥐고 있을 때면 환희는 그녀의 옆에 와서 대본을 뺐는다. ‘엄마, 연습해야 돼’라고 말하면 그제야 자신도 대본 하나를 들고 옆에 앉는 것. 언젠가는 엄마의 상황을 말해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든든한 아들이 있기에 당당하게 살기로 했다. 드라마 촬영전, 미국으로 갔을 때 교포들의 응원으로 힘을 얻은 것처럼 그녀는 다시 한번 힘을 낼 것이다.

집 앞을 자주 걷는다. 고수부지를 왕복해서 걸을 때도 있다. 환희랑 같이 걸으면 집까지 왕복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많이 걷다보니 저절로 살도 빠졌다. 결혼하기 전에는 47kg를 유지했다. 수민이를 가졌을 때는 최고 64kg까지 불어났다. 출산한 후에 6개월이 지나도록 살을 빼지 못하면 살빼기 힘들다는 말에 이를 꽉 물었다. 일단 여성들이 입는 코르셋을 사샀다. 점원에게 가장 작은 사이즈를 달라고 했다. 그러나 종업원은 아마 소화하기 힘들 거라면서 더 큰 사이즈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오기가 생겨 가장 작은 것을 구입했다. 처음에 입을 때는 피도 안 통하고 손발이 붓기도 했다. 숨도 쉬기 어려웠다. ‘점원의 말을 들을 걸!’ 이라는 후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일단은 버텼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코르셋이 내 몸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예전에도 겁은 많았는데 결혼하고 나서 겁이 더 많아졌다.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일까? 내가 건강해야 아이들을 오래 보살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죽는 것도 두렵다. 얼마 전 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 3월 하늘에서 미친 듯이 눈이 내리던 날, 옷을 얇게 입어서다. 나는 아이들 챙기는 것이 좀 유별난 편이다. 키우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고 요즘은 재미있게 살고 있다. 환희가 하루 하루 성장이 빠르다. 처음에는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했는데 이제는 ‘엄마 너무 사랑해’라는 표현을 한다. 다음에는 아마도 ‘엄마 세상에서 아주 많이 사랑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까? 둘째 수민이는 걸음마를 하려고 한다. 첫 째 환희보다 애교도 많은 편. 그래서 슬프지 않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으련다.

언제나 드라마 섭외 0순위를 기록하는 최진실. 그녀가 MBC-TV ‘장미의 전쟁’으로 2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조금 쌀쌀한 날씨. 서울 남가좌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촬영은 진행됐다. 촬영에 필요한 방송차량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경비 아저씨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덕분에 촬영장은 복작복작거린다. 아파트 주차장은 그녀를 보기 위해 모인 주민들로 꽉 찼다. 더군다나 지나가는 차량들도 오랜만에 TV에 복귀한 그녀를 보기 위해 길옆에 정차시켜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기까지. ‘저렇게 얼굴이 작으니까 탤런트를 하는구나”라는 말이 주변에서 터져 나왔다.
또 한 쪽에서는 “얼굴이 많이 상했네”라고 말하기도. 중간에 아이들 울음소리와 청소차량 때문에 NG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은 진행됐다. 아직까지는 주변의 시선이 어색한가보다. 자꾸 시선을 피한다. 연출을 맡은 이창순 PD도 그녀와 자주 이야기를 하면서 극중 오미연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촬영이 진행되고 긴장이 풀려갈 즈음되자 그녀는 드라마의 흐름을 리드해가기도 하고, 애드립도 사용한다. 그리고 감독과 함께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매 순간마다 의견을 교환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촬영에 임하는 그녀를 보며 역시 베테랑 연기자라는 생각이 든다.
오전 촬영은 생각보다 일찍 진행됐다. 오후의 촬영은 일산에서 있을 예정. 사람들의 시선은 물론이거니와 추위도 이겨내야 하는 현실. 오후 촬영은 오전보다 취재진이 많이 몰렸다. 촬영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다. 그녀의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대신 한다. 때로는 그녀의 연기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대사를 주고받을 때나 발음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아빠∼ 전화 끊어”, “아빠∼ 전화 끊어”, 여러 번 대사를 연습한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는지 다시 대본을 보며 연습한다.
글/강승훈(객원기자) 사진/박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