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하지원 전성시대다. 영화 ‘가위’ ‘폰’ 등을 통해 ‘호러 퀸’이라는 별칭을 얻은 정도였던 그녀가 이제는 명실상부한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등 브라운관에서 연타석 홈런을 친 그녀의 저력이 이제는 스크린을 향해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연속적인 드라마 히트로 몸값 수직 상승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도 초라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치이면서 맞기도 참 많이 맞았다. 다른 여배우였다면 어쩐지 보기 불편할 성싶은 장면이라도 하지원이라면 그럴듯해 보인다. 외모 또한 당차고 야무져 뵈기는 하지만 빼어난 미모라고는 할 수 없다. 이렇다 할 개성이 있는 얼굴도 아니다. 그러나 그녀에게선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다모의 원작자인 방학기 화백 말마따나 ‘서늘하게 빛나는 카리스마’가 그 아담한 몸매에서 비어져 나온다.
“연기한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해요. 그냥 그 역할을 이해하고 내 상황으로 받아들여보는 거죠. 내가 자연스러워야 보는 사람도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드라마에서 연속 히트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톱스타 대열에 들어선 하지원. 이제는 그 여세를 몰아 영화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가위’ ‘폰’ ‘색즉시공’ 등의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왔지만 아직 자신있게 ‘이것이다’싶은 대표작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그녀는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권상우와 함께 주연을 맡아 한창 촬영이 진행중인 영화 ‘신부수업’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면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권상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하지원은 언제나처럼 밝은 웃음으로 인사했다. 신학생 역할을 맡은 권상우는 신부복을 입은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엉뚱하고 제멋대로인 얼짱 ‘봉희’를 연기하는 하지원은 역할만큼이나 발랄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색즉시공’ ‘역전에 산다’ ‘내사랑 싸가지’ 등 최근에 코미디 영화에 많이 출연했어요. 이번 작품 ‘신부수업’은 그저 재밌기만 한 코미디 영화는 아니에요. 웃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만큼 순수하고 예쁜 사랑을 그리고 있거든요.”

우연히 한 성당에 머물게 된 예비 신학생 규식(권상우)과 천방지축 말괄량이 아가씨 봉희가 벌이는 갖가지 신경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게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다소 상투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두 남녀 스타가 중심에 있다는 점 때문에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기에 앞서 하지원은 대부분의 촬영이 이루어지는 대구 가톨릭신학교 기숙사에 특별 초대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개교 이래 1백 년 동안 ‘금녀’의 공간이었다니 ‘영광’이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없을 듯싶다. 출연 배우들에게 신학도의 생활을 경험하게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그녀는 1박 2일 동안 ‘신학생 1일 체험’을 가졌다. 영화에서 신학생으로 출연하는 권상우와 김인권에게만 해당되는 자리였지만, 하지원 본인의 뜻과 학교측의 배려로 함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전 5시부터 밤 11시까지 미사, 대침묵, 기숙사 청소 등 실제 신학생의 생활을 체험한 그녀는 일정을 마친 뒤 묵주를 기념 선물로 받기도 했다.
특유의 ‘독종’ 기질은 그녀의 경쟁력
드라마든 영화든 작품을 할 때마다 ‘독종’ 소리 들어가며 배역에 몰두하기로 유명한 그녀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그녀의 노력은 남다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요가 장면을 사실적이고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서 강도 높은 요가 연습에 들어간 것. 극중 봉희는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미국에서 서울로 야반도주한 예비신부로, 성당 옥상에서 버젓이 비키니를 입고 선탠을 즐기는가 하면 미사에 사용하는 포도주를 몰래 홀짝거리기도 하는 말괄량이다.

워낙 촬영에 열심이다 보니 몇 가지 위기 상황도 있었다. 촬영중에 눈에 뭔가 들어가는 바람에 눈 주위에 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피로로 인한 합병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4~5일 촬영을 중단해야 할 정도였다. 가까스로 촬영이 재개된 뒤에는 다시 한번 사랑니 때문에 고생해야 했다. 사랑니는 사람에 따라 증상이나 통증이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단 뽑고 나면 며칠 동안은 먹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불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하지원은 사랑니를 뽑은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다시 촬영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여배우들 특유의 엄살이 거의 없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평이다. 과연 ‘독종’다운 면모다.
주변 사람들이 칭찬하는 그녀의 또다른 장점은 ‘의리’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영화 ‘가위’ ‘폰’ 등을 통해 자신에게 ‘호러 퀸’의 별칭을 붙여준 안병경 감독에게 의리를 지키려고 그의 최근작 ‘분신사바’에 기꺼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영화 ‘분신사바’는 혼령을 불러들이는 ‘분신사바’를 소재로 학원의 왕따 문제를 다룬 영화.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시체와 맞닥뜨려 공포에 떠는 여고생으로 출연해 영화의 첫 장면에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길 예정이다.
연속적인 안방극장 평정을 통해 역대 최고의 몸값을 올린 하지원은 현재 촬영중인 ‘신부수업’이 끝나는 대로, 드라마 ‘다모’의 영화화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8월에 개봉되는 ‘신부수업’, 내년 설 연휴를 목표로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 ‘다모’(가제) 등을 통해 그녀가 과연 스크린까지 평정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박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