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비행사의 생애를 재조명한 영화 ‘청연’의 장진영

여자 비행사의 생애를 재조명한 영화 ‘청연’의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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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위로 떨어지는 눈물, 고귀한 그 숨결을 기억해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청연’. 준비 기간만 3년이 걸린 이 영화는 역사적인 고증과 주변 인물들의 철저한 증언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속 박경원의 삶을 대변해줄 장진영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그녀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흐트러짐 하나 없는 자세로 연기에 몰입한다는 장진영과 나눈 이야기들.

빛 바랜 사진 속 그녀를 회상한다

‘청연’은 푸른 제비라는 뜻. 또다른 의미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박경원에게 넓은 세계의 꿈을 심어준 조선 들녘의 제비들을 가리킨다. 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크랭크인 한 영화 ‘청연’에는 배우 장진영이 있다.

지난해 영화 ‘싱글즈’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장진영은 붉은색 중국 의상을 입고 영화 제작발표회장에 나타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랜만에 서는 무대라서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편안함을 보인 그녀는 역시 프로다웠다.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헤어스타일이 어색했는지 취재진들에게 연신 미소를 보내는 그녀는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에 나온 시나리오는 모두 읽어봤는데 열정이 살아 숨쉬는 박경원의 삶에 저도 모르게 빨려들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죠. 당시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이 사람의 꿈을 제가 이뤄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죠. 예전에 영화 ‘소름’을 함께 작업했던 윤종찬 감독님이 맡은 작품이라서 믿을 수 있기도 했구요. 여류 조종사의 삶을 연구하다 보니까 당시에는 머리가 다 짧더라고요. 그래서 머리를 잘랐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제 엄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당황스럽네요. 배역에 충실하기 위함이니까 이해해주실 거죠. 영화가 끝나면 제일 먼저 머리부터 길러야 할까 봐요(웃음).”

열정과 도전 그리고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1920년대 한국 최초의 여자 비행사 박경원의 삶은 평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박경원은 오직 비행사가 되기 위해 돈을 모았다. 조선의 자혜의원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3년간은 무작정 돈만 모았다.  꿈을 안고 날아간 일본. 그곳은 생각보다 치열한 삶이 있을 뿐이었다. 남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서 오직 실력만 연마했다. ‘여자는 엉덩이가 커서 비행기 조종은 무리’라는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싼 기름 값을 벌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돈을 모았다. 그녀의 꿈은 결코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참으로 당당한 여자인 것 같아요.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무수한 고통을 감수했으니까요. 그녀는 비행학교를 1등으로 졸업했는데 다른 남학생들은 그걸 인정할 수 없다며 졸업장을 찢기도 했대요. 정말 같은 여자로서 통쾌함을 느꼈어요. 그녀의 꿈과 사랑을 중점적으로 그리는 영화예요. 재미있겠죠?(웃음)”

장진영은 영화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촬영이 많아서 체력을 비축해야 했다. 긴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녀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두번째는 언어 습득이었다. 영화에서 장진영은 일본어 대사를 자연스럽게 구사해야만 한다. 때문에 일본인 선생에게 발음, 억양 그리고 진짜 일본 사람의 느낌까지 배우는 중이다. 어느새 일본어 억양이 몸에 밴 것일까? “일본어는 누구에게 배우냐?”는 질문에 “일본 사람에게 배웁니다”라고 대답해 웃음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1차 촬영은 지난 5월 1일 끝났다. 촬영팀은 3월 말부터 미국에 들어가 장소를 섭외하고 현지 코디네이터들과 일정을 상의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경비행기가 떠 있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미국에서의 촬영은 하늘과 비행기가 가장 멋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조건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단지 불편했던 건 햇빛을 가릴 만한 그늘이 없었다는 것. 그런 사소한 것 빼고는 전부 아름다운 기억이다. 촬영 중간중간 위험한 일도 많았다. 그러나 장진영은 촬영이 미진하다 싶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촬영을 진행해 프로답다는 소리를 들었다.

연기자들을 위해서 제작사는 10일 동안의 미국 촬영에만 1백80억원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것은 영화 사상 최고의 금액이라고 한다. 실제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위험한 순간도 몇 번 있었다. 장진영과 유민이 좁은 계곡 사이를 누빌 때는 아찔하기까지 했다.

장진영은 아시아나항공의 협조로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비행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곳에서는 실제 항공기와 동일한 조건에서 비행이 진행되는데,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시간당 5백 달러를 들여가면서 연습하는 이유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장진영은 시뮬레이터에서 항공기 이착륙과 비행에 관한 특별교육을 받았다. 현직 기장이 교관으로 임명되어 비행기를 조종했는데 이날 그녀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여러 상황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그녀는 박경원의 삶에 다가가는 듯 했다. 아마 영화 촬영이 끝나는 날 배우 장진영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비행사 박경원의 삶에 푹 빠져 있을 것이다.

글 / 강승훈(객원기자)  사진 / 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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