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공식 홍보대사 가수 김종환&김금숙 부부

‘부부의 날’ 공식 홍보대사 가수 김종환&김금숙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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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역경 함께 이겨내는 영원한 동반자는 부부입니다”

올해부터 ‘부부의 날’이 공식 선포됐다. 매년 5월 21일은 부부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는 날인 것이다. ‘혼자씩 만나 둘이 된다’는 의미로 2와 1이라는 숫자를 선택한 부부의 날 위원회는 가수 김종환씨 부부를 공식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지난 80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지난 2000년에야 결혼식을 올렸다. 가난과 좌절을 함께 극복한 김종환씨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결혼식은 2000년 4월 27일에 했습니다

‘존재의 이유’를 불러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가수 김종환. 그의 결혼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애절하고 감동적이다. 그에겐 “언제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보다 “언제부터 함께 살았느냐?”고 묻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그럼 결혼 전 동거 생활을 오랫동안 하신 겁니까?”라는 질문에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김종환. 그도 그럴 것이 ‘동거’라는 단어는 두려움 없는 사랑과 가난, 무책임의 이미지가 동시에 겹쳐지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연탄 몇 장을 아끼기 위해 냉방에서 웅크린 채 잠을 청해야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우리의 사랑은 뜨거웠는지 모릅니다.”

그 시절, 그는 일에 치여서 아내의 얼굴을 제대로 볼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점점 노랗게 변해가는 아내의 낯빛을 눈치 채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쓰러졌다. 그녀를 업고 병원 응급실로 내달렸다. 짧은 순간이지만 정성을 다해 애원을 했다. 급성간염. 영양 부족과 과다한 스트레스로 인해 얻은 병이었다. 휴식이 절실했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야 했던 아내는 병실에 누워서도 가족을 걱정했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아내를 바라보며 굳게 결심했다.

“통기타 하나 둘러메고 노래에 푹 빠져 살았거든요. 가슴 저리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던 사건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저를 사랑하고 따라주는 제 아내를 최고의 신부로 만들어줄 거라고 맹세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밤마다 수도권 외곽지역의 카페를 돌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별다른 기술이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밤무대는 한계가 있었다. 유명 가수 스케줄이 잡히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됐다. 밤늦도록 카페를 돌며 일하다 문득 아내가 보고 싶어 강원도에 있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한참을 달렸을까. 문득 새벽녘에 물안개 피어 오르는 강가를 바라보며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았다. 그의 히트곡 ‘사랑을 위하여’가 탄생한 계기였다.

“서울 어느 곳에도 아내와 함께 할 공간이 없었습니다. 하루 끼니를 걱정할 때였으니까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내가 곁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 소원이었습니다.”

♥DJ와 팬의 만남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80년대 초 대학가 음악 감상실 전문 DJ였던 그를 처음 본 김금숙씨. 유리벽 너머의 미소년 같은 그에게 신청곡을 적은 종이 쪽지로 마음을 전했다.



‘Stand by your man’. 그 시절 그녀가 늘 신청하던 곡이었다.

“음악 다방에서 볼 수 있는 다른 DJ와는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순수하고 맑아 보이는 그를 처음 봤을 때 호감이 갔어요. 언제나 같은 노래를 신청해 저의 존재를 인식시키려 노력했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남편도 저에게 관심이 많았다더군요.”

동갑이라고 우기던 DJ는 2살 아래였다. 이미 사랑에 빠진 그녀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학생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저축을 하는 그를 보며 미래를 꿈꿨다. 그는 잠을 줄여가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악착같이 저축을 해서 집 한 채 장만할 여유 자금을 갖게 됐다. 그는 90년경 인천에 있는 빌라를 장만하게 됐고 그녀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이 사실을 전했다.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요. 그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지낸 지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 어렵사리 장만한 집까지 경매 처분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인생의 봄날을 꿈꾸던 그녀에게 인생의 어두운 터널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망울, 환한 미소, 다소곳한 걸음걸이까지 닮았습니다

눈망울이며 미소, 걸음걸이까지 가수 김종환 부부는 무척 닮았다.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부에게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은 노상에서 구두, 풀빵, 꽃  등 닥치는대로 장사를 했다. 살긴 힘들었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더 깊어갔다. 이제 성인이 된 두 딸을 키우기 위해 뒤돌아볼 여유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바쁘게 살다 보면 사람 만날 기회도 없잖아요. 부부 얼굴만 바라보게 되죠. 그래서인지 서로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되고 닮아가는 것 같아요.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니까요”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남편은 손을 꼭 잡아주며 아내가 못다한 말을 이어갔다. 크게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살아온 부부는 “이제서야 부부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살짝 떨리는 남편의 입가를 아내는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보인다. 눈가에 파인 주름마저은  이 부부는 진정으로 사랑을 전파하고 있었다.

2000년 9월 1일 남산 야외음악당에서 합동 결혼식을 추진하게 된 것도 가난한 부부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년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지만 매달 21일을 작은 ‘부부의 날’로 기억하고 부부간에 사랑을 돈독히 하는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먼저 실천하는 부부가 되겠습니다.”

글 / 강수정(객원기자)  사진 / 전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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