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호러 무비

2004년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호러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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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없는 공포의 실체…

인간의 공포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공포 영화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13일의 금요일’이나 ‘헬 나이트’ 등은 이제 올드 버전이 되었다. 2004년의 공포 영화는 관객 스스로 공포를 느끼고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공포의 여운에 탄력 받아 다시 한번 공포를 느끼는, 이중 공포 영화가 주류를 이룬다. 올 여름 극장가는 공포물이 장악할 예정. 생각만 해도 쭈뼛하고 등골이 오싹한 공포 영화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꺄아악~” 공포영화를 보며 소리를 지르는 시대는 갔다. “너무 무서우면 ‘악’ 소리도 안 나온다”는 옛말처럼 이젠 ‘악’ 소리 한번 제대로 지를 수 없을 만큼의, 고차원적인 공포영화가 올 여름 극장가를 노리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공포영화. 올해의 공포영화는 럭셔리로 중무장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그동안 공포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제2의 전성기’를 엿보는 세력이 많았다. 그러나 2004년 여름을 시원하게 식혀줄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은 타이틀부터 화려하다. 김혜수, 김하늘, 송윤아, 김규리 등. 주연 배우들의 이름만 들으면 공포영화가 아닌 로맨틱 멜로 영화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젠 그녀들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할 듯하다. 연예계 최고의 몸짱부터 청순가련형의 대명사로 불리던 여배우까지 공포물에 도전장을 던졌다.

5편의 공포영화, 등골 오싹하게 만들 예정!

우리 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형 할리우드 무비들은 제작사들의 물량 공세에 힘입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2003년부터 한국형 공포영화의 변화가 시작됐다. 이젠 일방적으로 찌르고, 때리고, 쫓아다니고, 소리 지르는 식의 공포영화는 올드 버전이다. 스크린을 사이에 둔 관객과 주인공이 서로의 감정을 이입하는  업그레이드 공포영화들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눈으로 본 공포의 느낌이 뇌를 통해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나를 두 번 죽이는 공포’의 실체를 확인해보자. 오늘 만난 빅5 공포영화는 정찬 요리를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역할을 할 것이다.

우선 올 여름 극장에서 관객의 가슴을 시리게 만들 공포영화는 ‘령’ ‘분신사바’ ‘알 포인트’ ‘인형사’ ‘페이스’ 이렇게 5편이다. 이 영화들은 현재 촬영 막바지에서 더 큰 공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알 포인트’다.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해 화제를 불러 모았던 영화 ‘하얀 전쟁’의 시나리오를 썼던 공수창 감독의 작품. ‘알 포인트’는 30년 전 베트남전의 혼령이 불러오는 공포 속으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영화의 제목인 ‘알 포인트’는 베트남전 당시 실제로 존재하던 군사 지역으로 ‘로미오 포인트(Romeo Point)’의 줄임말이다. ‘알 포인트’는 6개월 전 알 포인트에서 실종되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에게서 매일 밤 무전이 오고, 그 괴무전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9명의 병사들이 그곳으로 들어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들이 그곳에서 겪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스크린에 그대로 뿜어져 나온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감미로운 로맨티스트 연기를 선보였던 감우성. 그를 비롯한 영화 제작팀은 현재 캄보디아 남부의 캄폿에서 촬영을 진행중이며, 영화는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



로케 촬영이 진행되는 곳은 낮 기온이 30℃를 웃돌고 90%의 습도로 인해 일반인이라면 제대로 서 있기 조차 힘들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촬영팀은 1년 전부터 현지조에 착수, 교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순조로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감우성은 사람과 귀신을 구별할 수 없고 적과 나를 구별할 수도 없으며 한번 발 들이면 돌아올 수 없는 알 포인트로 떠났다. 그리고 전언에 의하면 그는 가끔 악몽에 시달리고 끈적이는 밀림의 공포와 싸우며 올 여름 스크린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물, 불, 인형 등 다양한 소재의 한국 공포영화 프리뷰

공포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는 대부분 악몽이나 환청, 환영 등에 시달리곤 한다. 한동안은 이런 부분이 영화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본 관객이 며칠 동안 밤이 무섭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두려운 경우도 있다. 영화를 촬영할 때 배우들이 경험한 것을 관객들은 개봉 후에 경험하는 것이다.

공포영화의 선두주자라고 할 만한 배우 김규리가 출연하는 영화 ‘분신사바’는 관람 후 많은 갈등에 시달릴 수도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유행하던 ‘분신사바 놀이’를 다시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어쩌지? 라는 공포는 섣불리 연필을 쥐게 하지 못할 것이다.

‘분신사바’는 혼령을 부르는 주문이다. 남학생보다 여학생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온다. 서울에서 전학 와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학생은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저주를 내리는 주문 ‘분신사바’를 외운다. 마음속으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친구들’을 생각하며 외운 주문. 다음날부터 ‘분신사바’는 죽음을 부르는 주문이 된다. 이 영화의 안병기 감독은 공포영화에 새로운 소재를 끌어들인다. 전작인 ‘폰’에서는 휴대폰을 등장 시켰으며, 이번에는 ‘분신사바’라는 친근하면서도 신비스런 주문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딧세 구다사이 오딧세 구다사이…” 이 주문은 불안한 미래를 알고 싶을 때 나 누군가가 죽이고 싶도록 미울 때 외우는 것으로 인도에서 유래했으며, 일본을 통해 국내에 상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월 중순 개봉 예정인 영화 ‘분신사바’는 올 여름 우리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 것이다.

여름은 이미 성큼 다가와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 중 가장 확실한 것은 공포영화의 개봉이다. 올 여름 가장 먼저 개봉되는 공포영화는 신현준·송윤아 주연의 ‘페이스’다. 오는 6월 11일 개봉 예정으로 얼마 전 시사회를 마친 상태. ‘페이스’는 해골에서 원래의 얼굴을 복원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가, 딸의 심장 이식과 관련 있는 연쇄살인에 얽혀 원혼을 만난다는 내용의 스릴러풍 공포영화다.

이 영화는 유상곤 감독의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아무런 단서가 없다. 유전자 감식조차 불가능한 상황. 증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 문제를 안고 있던 유 감독은 우연히 김대건 신부의 얼굴 복원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그의 호기심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연쇄 살인 사건에 얼굴 복원이라는 기술을 접목시킨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의 뼈대는 스릴러. 이 위에 호러의 성격을 덧입혔기에 ‘페이스’는 공포를 찾아나서는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페이스’는 다른 공포영화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다양한 색채를 입체적으로 활용했다. 종전의 공포영화가 블루와 모노톤의 비주얼이라면 ‘페이스’에서는 현란한 색채의 공포를 경험할 수 있다. 관객을 무조건 놀라게 하는 영화가 아니라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합당한 이유를 만들어낸 영화. ‘페이스’가 다른 이유는 생각하는 공포영화라는 것이다.

이젠 비명 소리가 목이 아닌 머리에서 흘러나온다!

‘페이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는 영화가 바로 ‘령’. 이 영화의 주인공은 ‘건드리면 쓰러질 것처럼 가녀린 이미지’의 김하늘이다. 공포영화에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녀가 공포를 몰고 온다. 김하늘식 공포영화의 소재는 ‘물’이다. 우리가 매일 마시고 사용하는 물은 긍정적 정서의 ‘물’이다. 언젠가 대학 동아리 모임에서 서해안의 섬으로 MT를 간 일이 있다. 그때 새벽에 일어나 바다를 보니 하얀 파도의 움직임이 나를 부르는 손짓 같았다. 아침에 일어난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래서 새벽에 혼자 바닷가에 나온 사람들이 바다가 자기를 부른다며 풍덩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정서의 물이 바로 부정적인 것이다. 영화 ‘령’의 시작은 ‘물=공포’라는 공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CG 작업이 엄청나게 투입될 것이다. 덕분에 관객은 올 여름 새로운 기술로 포장된 판타스틱 호러 무비를 만날 수 있다.

‘령’은 어린 시절 술래잡기를 할 때 소리 지르던 “꼭꼭 숨어라”에서 소재를 찾았다고 한다. 김태경 감독은 우연히 인디밴드의 공연장에서 일제 순사의 비주얼과 함께 출연한 ‘꼭꼭 숨어라’는 사운드에서 우리가 예상치 못한 섬뜩함을 느꼈다고 한다. 영화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을 찾아가는 소녀의 악몽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지원은 ‘그날’ 이후, 기억 상실과 악몽으로 고통받고 있다. 남자친구 준호와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심리치료를 위해 수영장에 다니지만 별 소용없다. 친구들은 과거의 흔적들을 불쑥불쑥 그녀 앞에 들이민다. 당혹스럽다 못해 무섭다. 새로운 기억을 갖기 위해 유학을 결심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는 자신을 어떻게 내버릴 수 있냐며 윽박지른다. 그러던 중 지원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친구들이 한 명씩 미쳐가고 죽어가는 걸 알게 된다. 서서히 부상하는 기억. 지원은 친구들의 죽음이 ‘그날’의 사건과 관련 있음을 직감한다.

공포의 소재로 ‘령’이 물을, ‘페이스’가 불을 선택했다면 새로운 영화 ‘인형사’는 인간과 닮은 인형을 골랐다. 외양뿐 아니라 움직임까지 인간을 닮은 구체 관절 인형이 가득한 외딴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소름이 돋는다. 숲속의 작은 미술관. 인형제작사(인형사)가 만드는 인형의 모델이 되기 위해 조각가, 여고생, 사진작가, 모델, 인형 마니아가 초대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석연치 않은 인물들… 미술관 곳곳에 위치한 인형들이 내뿜는 기운으로 미묘한 불안감이 감지될 무렵, 첫번째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누군가는 범인으로 지목되고 이제 죽음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오는 8월 개봉 예정인 ‘인형사’의 정용기 감독은 “제페트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생명을 얻은 피노키오가 무자비하게 버림받는다면, 피노키오는 다시 사랑을 얻기 위해 끔찍한 복수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복수…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사랑이 원인을 제공했다면 우리 모두는 가해자의 슬품을 감싸 안아야 할 것이다.

2004년의 공포영화가 알차고 풍부해진 배경에는 2003년의 시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는 소재의 다양화와 치밀함으로 중무장한 블록버스터의 급부상에 못지않게 공포영화의 성장도 함께 경험했다. “꺄아악~” 소리를 강요하는 무조건적인 공포에서 벗어나 스크린 속의 배우와 스크린 밖의 관객이 감정을 나누며 공포에 떠는 업그레이드 공포영화가 뿌리를 내렸다. 덕분에 올해의 공포영화는 탄탄한 기반 위에 집을 지은 것. 올해 공포영화의 소재는 전형적인 원혼의 복수를 비롯해 어릴 적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소재, 사람을 닮아 가끔은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인형, 늘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물’까지 다양하고 획기적인 시도를 했다. 이에 밀림과 귀신과 사람이 뒤범벅된 전쟁 영화까지. 올 여름은 더울 새가 없을 듯하다.



올해도 예외 없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여름 극장가를 노리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기대가 되는 ‘스파이더맨’ ‘슈렉’ ‘해리포터’ 등이 전작에서의 친숙함을 무기로 상륙할 예정. 이중 공포영화는 ‘반헬싱’이 눈에 띈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드라큘라 사냥에 전념하던 그가 바티칸 교황청의 비밀요원이 되어 이 세상의 모든 악을 소탕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내용. 올 여름 공포영화의 히어로는 누가 될 것인지? 관객이 심판할 날이 바짝바짝 다가오고 있다.

글 / 경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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