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 잔치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맨송맨송했다. 화려한 볼거리도 없었다. 하지만 그 잔치에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주인공을 위해 지인들이 잔칫상을 마련해준 따뜻함이 작은 파도처럼 일렁였다. 주인공 손숙 선생도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소리 소문 없이 열린 손숙 선생의 회갑 잔치를 돌아본다.
1천 송이 장미와 지인들의 선물이 파티장 채워

지난 13일, 서울 힐튼호텔 토파즈룸에서 ‘영원한 소녀’ 손숙 선생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 30여 명만이 참석했다. 혹자는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날만큼은 회갑연이었기에 특별했다. 1천 송이 장미가 파티장을 수놓았고, 지인들이 가져온 선물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약간은 부끄러운 듯 홍조를 띠고 지인들과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후 6시. ‘손숙님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토파즈룸에서는 손숙 선생의 예전 모습이 화면에 비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독백을 하는 모습, 팬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해외 공연 때의 모습 등이 당시의 시간을 추억하게 했다. 그날의 주인공은 지인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파티에 참석한 지인들과 일일이 반가운 포옹과 인사를 나눴다.
김승현 대신 그날의 사회를 맡은 탤런트 박상원은 미리 와서 진행표를 점검했으며, 열린우리당 박영선 대변인, 방송인 정미홍, 연극인 정경순 등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가수 임지훈은 기타를 들고 파티장에 나타났다. 파티가 시작될 즈음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반가운 얼굴들이 나타났다.
윤석화는 아들 수민이를 앞세우고 등장했고, 하얀 드레스로 화사한 분위기를 낸 김혜수가 분위기를 띄웠다. 차분한 분위기가 여전한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은 큰 곰인형을 들고 참석했다. 연극인 윤소정씨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어느새 마련된 30여 석은 다 채워졌다. 아시아나항공 주재홍 상무, 경향신문 유인화 기자, 손숙 선생의 중학교 동창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주인공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손숙 선생은 참석한 지인들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자신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많게는 40~50년 된 친구들까지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난 친구들도 있거든요. 이 친구들은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 항상 제 편이 되어줬습니다. (김)혜수는 제 딸처럼 생각돼요. 벌써 10년 넘게 좋은 사이로 지내왔어요. 박영선씨는 제가 MBC에 있을 때 가장 좋아한 분이예요. 국회의원이 된 것 축하드려요. 임지훈씨는 오늘 제 전화를 받고 영문도 모르고 기타를 가지고 왔어요. 방송에서 처음 만났지만, 가슴이 따뜻한 남자예요.(웃음)”

손숙 선생의 손주들이 보내온 축하 메시지가 화면에 뜰 때는 생일 파티에 모인 이들은 너무나 즐거운 듯 박장대소했다.
손숙 선생의 생일이라면 달려올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아주 소중한 지인들과의 각별한 자리였다. 다른 유명인의 생일처럼 화려한 잔칫상도 없고, 수많은 볼거리도 없었다. 하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는 자리였다. 손숙 선생을 아껴주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우에게는 회갑이 없어요!”라며 웃는 영원한 소녀의 웃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숙 선생에게 보내는 지인들의 메시지
*그녀는 그윽한 향기가 있고, 귀여운 여자다. 만날 때마다 반가운 얼굴이다. 그녀는 한 해를 하루처럼 열심히 산다. - 명지학원 유영구 이사장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배우 정경순
*예쁘신 우리 손숙 선생님. ‘소슬 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는 시구입니다. - 방송인 정미홍
*늘 아름답고, 건강하시고, 즐거우시고, 행복하시길…. - 배우 박상원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이건무